[김영택 칼럼]아내가 떨쳐 버리지 못하는 미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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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아내가 떨쳐 버리지 못하는 미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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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1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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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수진엄마 가족이 이사가던날 아내와 수진엄마는 짧은 만남을 원망하는 남과북의 이산가족이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고 서로가 잡은손을 놓칠못했다.

몇달이지났다 인천으로 이사를간 수진엄마는 곧바로 연락을 취하겠다는 당초의 언약과는 달리 집정리와 안정을 찾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려서 그런지 아무런 소식이없었다.

반년이 넘고 일년이 다되어도 수진엄마 한테서는 끝내 연락이 오질않았다. 이사갈시에 알려주었던 집 전화번호로 수차례 전화를 걸어보아도 이미 바뀐 전화번호였고 연락처도 알수가없어 속만태웠다. 매일같이 전화를 기다리며 기다림에 애를태우던 아내는 원망과 실망의 그늘속에서 한동안 벗어나질못했다 .

수소문끝에 수진 아빠와같이 근무한 직원들을 찾아가 귀 동냥식의 안부를 들어보면 그져 안좋은 소식뿐이었다. 수진아빠가 직장을 그만 두었다는 이야기와 주식에 손을댔다가 망했다는 소리가들렸고 이어 우울증에 걸린 수진엄마가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다는 확인 할수없는 뜬소문만 나돌았다.

체념상태에 이른 아내는 수진엄마와의 인연을 잊고 살기로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세상과 담을쌓고 사는듯한 수진엄마의태도에 아내는 배신감이 들었지만 어쩔수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가물가물하던 수진엄마의 이야기는 우리부부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런 수진엄마가 어느날 밤중에 홀연히 우리앞에 모습을 나타낸것이었다. 아내와 수진엄마는 기쁨에겨워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며 까만밤을 하얗게 세웠다.

깔깔 거리기도했고 고생담에 때로는 훌쩍 거리기도했다. 날이밝아출근시간이되어 집을나선 나는 친척같기도하고 정이든 수진엄마가 몇일더 머물러주길 은근히바랬다.

하루일과가 끝나고 기다렸던 퇴근 시간이되었다 석양주 한잔나누자는 동료들의 유혹을 손님이 왔다는 핑계로 일축하고 부랴부랴집으로 돌아왔으나 내 기대와는 어긋나게 수진엄마는 보이질않는다. 만남과 이별의 철칙은 백년도 못사는 인생살이에 찰거머리처럼 붙어다녀서 이별의 아픔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녀가 내집안에 머물고 있을것같만 같은 생각에 집안을 두리번거리자 아내는 그녀가 점심무렵에 떠났다는것을알렸고 그동안 궁금했던 수진엄마의 집안사정을 전해준다.

슬하의 두남매중 아들이 원주에서 장사를 한다는것과 딸이 성장하여 대기업에 다닌다하였고 믿기지는않지만 남편과의 사이가안좋아 아들 딸집을 오가며 힘들게 살고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수진엄마가 돌아간후 이제는 연락도 자주 하겠다는 수진엄마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아내는 그녀의 전화를 매일 기다린다.

그러나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있던 수진엄마의 전화는 또다시 불통이되었다. 이쪽에서 먼져 전화를해도 어찌된 영문인지 그녀는 도통 전화를 받질않는다. 수진엄마의 소식이 또다시 끊기자 이내 불길한 생각이들었다.

그생각은 불행하게도 어쩌면 그동안 그녀가 취한행적이 생을 포기하고 가까웠던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찾아다닌 이별여행처럼 느껴졌다. 아내는 지금도 사라진 수진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기를 목마르게 기다린다. 아내의 그런 모습을보면서 참으로 사람의 인연 이라는것이 무연(無緣)의 시간속에 짧게 머물다 가는것같아서 이내 슬픔으로 곤두박질 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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