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사랑과 집착
상태바
[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사랑과 집착
  •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moon-jack68@daum.net
  • 승인 2024.03.02 08: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중앙신문=​​​​​​​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이나 존재를 아끼기 위해서 정성과 힘을 다하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사랑은 긍정적 감정뿐만 아니라 그리움이나 안타까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까지도 포함한다. 사랑의 삼각형이론에서 친밀감, 열정 및 개입(介入:어떤 일에 끼어듦)이 충만하게 균형을 이룬 상태가 완전한 사랑이다. 사랑이란 이성 간의 사랑만을 보통은 생각하지만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째는 이성 간의 사랑, 열정적인 사랑인 에로스(eros), 둘째는 종교적인 무조건 사랑이나 일방적 사랑, 자신을 희생함으로 실현되는 이타적(利他的) 사랑인 아가페(agape), 셋째는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친구나 동료의 사랑인 필리아(philia), 넷째는 오랜 우정이나 부모자식 간, 혈육 간의 사랑인 스트로게(storge), 다섯째, 카사노바처럼 유희(遊戱)하듯 즐기고, 만남 자체만을 즐기는 루두스(ludus), 여섯째 이성의 조건을 나열해 두고 해당조건에 맞는 사람을 사랑하는 프래그마(pragma), 일곱째 격정(激情:격렬한 감정)적이며 소유적인 사랑으로 집착과 광()적인 사랑 매니아(mania), 마지막으로 순수하고 정신적인, 비성적(非性的) 사랑인 플라토닉(platonic) 사랑이 있다. '사랑이 있는 곳에 삶이 있다(Where there is love, there is life,)' 인도의 독립운동지도자, 평화주의자 마하트마 간디의 말로, 더 이상 사랑에 대해 말할 것은 없을 것 같다. 한 마디로 삶에는 반드시 사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로아의 말 방치된 정원에 잡초가 자라듯 노력하지 않는 사랑은 어느새 다른 감정들에 의해 가려진다.’에 귀 기울여야 하겠다. 한마디로 사랑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샛말로 어장관리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결(高潔:고상하고 순결함)하고도 숭고(崇高:존엄하고 고상함)한 사랑에 버금가는(맞먹는)것을 찾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랑도 가슴 아프고 슬픈 사랑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짝사랑으로 사전적 의미로는 한쪽이 보통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상대가 모르거나 거부한 채 혼자만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으로 가슴 아픈 일이 지만 10대나 20대에 주로 흔하게 있는 일로, 대중가요 주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작가 이영도가 쓴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의 내용 일부를 인용한다. “인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이 뭔지 아십니까? ‘짝사랑이지요. 그럼 인간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상사병(相思病:이성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생기는 병)’이올시다. 왜 그런 줄 압니까? 짝사랑과 상사병은 상대방을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슬프고 아프지요. 짝사랑을 하면 그냥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면 될 문제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영국 시인, 문학평론가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의 말 진정한 짝사랑은 상대방을 향한 순수한 마음과 말할 수 없는 그리움이 결합된 것이다.’이 있고, 미국의 문필가, 자선사업가 헬렌 켈러여사의 말 때로는 짝사랑이 미소를 짓게 하지만, 때로는 아픔을 안겨 줄 수도 있다. 그래도 짝사랑은 용기와 감동을 주는 순간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날개보다 부드러운 어감)이다.’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첫사랑으로, 이 경우도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루기 어렵다는 첫사랑과 결실을 맺어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지만 세월이 지나 이런저런 삶의 무게로 사랑이 퇴색되어 결국은 별거, 졸 혼, 파국으로 끝이 나는 경우가 있고, 독일의 대 문호 괴테의 첫사랑이라는 시()에서 ! 누가 그 아름다운 날을 가져다줄 것이냐, 저 첫사랑의 날을. ! 누가 그 아름다운 때를 돌려줄 것이냐, 저 사랑스러울 때를이라는 구절(句節)처럼, 첫사랑을 이루지 못해 평생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경우로, 이 모두 가슴 아프고 슬픈 사랑들이다.

애정(愛情))이란 사랑하는 마음이고, 같으면서도 조금은 다른 연정(戀情)이성을 사랑하고 그리워함의 의미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애정의 차이는? 사랑은 애정에 비해 로맨틱(romantic:연애감정)한 감정이 개입되어 있고, 좀 더 깊고, 장기적이며 복잡한 감정상태인 반면에, 애정은 좀 더 부드럽고 로맨틱한 감정과는 관계가 없는 감정상태이다. 특히 가정은 애정으로 결합된 가장 기본적인 사회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가정 내()의 따뜻한 분위기로 인하여 어떤 단체나 사회보다도 많은 것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왜냐하면 부모는 자녀가 태어난 이후 수많은 시간 동안 그 자녀와 래포(rapport:심리학 용어로, 상호 신뢰하며 감정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도 아이들에게 느껴지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정(友情)이란 친구사이의 가깝고 친한 정(: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의 의미로 건전한 사랑(가족적 의미)’을 말한다. ‘친구, 벗은 마음이 서로 통하여 친하게 사귄 사람, 뜻을 같이 한 사람, 내 짐을 등에 지고 가는 자()’로 수용, 신뢰, 존중의 바탕 위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공유(共有)하고, 도움을 동반하는 동반자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우정의 차이는? 우정의 요소에 돌봄이 포함될 때 사랑이 되는데, 우정이 사랑으로(친구 관계에서 연인사이로) 바뀔 수는 있어도, 사랑이 우정으로 바뀌는 경우는 사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남이 듣기 좋게 친구사이로 지내기로 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구체적 차이로는, 사랑은 느낌이고, 우정은 이해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지만, 우정은 주고받는 것이다. 사랑은 한 사람과 같이 만들어 가지만, 우정은 여러 사람과 같이 할 수 있다. 사랑은 오랜 기간 동안 어렵게 이루어져도 위태롭지만, 우정은 쉽게 빨리 이루어져도 오래간다. 사랑은 언제 떠날지 불안하지만, 우정은 항상 곁에 있다. 사랑은 술을 찾게 하지만, 우정은 함께 마시는 것이다. 사랑은 꾸미면서 보여주고 싶고, 우정은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극명한 차이는 사랑은 얼굴 한번 보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하지만, 우정은 서로 만나고 싶을 때 언제라도 불러내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독일 시인 헤르만 헷세는 인간이 육체를 가진 이상 사랑은 필요하다. 그러나 영혼을 깨끗하게 하고 성장케 하는 것은 우정이 필요하다.’고 우리네 삶에서 우정을 강조했다. 세상에 절대 가라앉지 않는 배(ship)’는 바로 우정(friendship)’인 것이다.

집착(執着)이란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의 의미이고, 유의어에는 고착(固着:굳게 들러붙음), 애착(愛着:사랑하고 아껴서 단념할 수가 없음)이 있다. ‘유상집착(有相執着)’이란 불가(佛家)에서 모습이나 형태가 있는 것에 집착하는 일의 의미이고, ‘연연(戀戀)하다집착하여 미련(未練:익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을 가지다는 의미이며, ‘은애(恩愛)하다아버지와 자식, 또는 부부의 은정(恩情:은혜로 사랑하는 마음, 인정 어린 마음)에 집착하다는 의미이다. 먼저 사랑과 집착의 차이는? 차이점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백과사전을 인용하면, 단적(端的;곧바르고 명백한)으로 말해 사랑은 배려심이 포함되어 있고, 집착은 이기심으로, 자기중심적 감정이다. 사랑은 상대가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끝없이 고민하고, 상대의 행복을 위해 늘 희생하고 노력하는 것이라 하면, 집착은 상대방이 고통스럽든, 슬퍼하든 간에 자기 자신이 행복하면 그것으로 끝으로, “상대방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이 행복하다면 만족한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내가 수단이고, 상대가 목적이라면 사랑이고, ‘상대가 수단이고, 내가 목적이라면 집착인 것이다. 소설가 공지영이 쓴 딸에게 주는 레시피에서 사랑과 집착의 구별법을 그가 어떻게 하든 그가 너를 나쁘게 대해도, 그가 다른 사람과 가버린다 해도, 심지어 그가 죽는다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고, 그것으로부터 고통이 따르는 것으로 그가 이렇게 하면 네가 기쁘고, 그가 저렇게 하면 네가 슬픔과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집착이야라고 쓰여 있다.

다음으로 애착(愛着)과 집착의 차이는? 원래 둘 다는 착(붙을 착-주로 접미사로 쓰임)이라는 뿌리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사전적 의미로는 몹시 사랑하거나 끌리어서 떨어지지 아니함, 또는 그런 마음이며, 불가(佛家)에서는 좋아하여 집착함’, 애집(愛執:애정에 대한 집착)이라고도 한다. 주로 양육(養育:아이를 기름) ()’나 특별한 사회적 대상과 형성하는 친밀한 정서적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대상은 주로 사람이나 사물, 특정한 일에 해당되기도 한다. 애착은 밝고 긍정적 에너지가 강한 반면에, 집착은 부정적이고 어두운 느낌이 강하고, 심리학에서는 집착을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손상(損傷)된 애착으로 본다. 보통 반대개념으로 무관심(無關心:관심이나 흥미가 없음), 초연(超然:남과 관계 않는 모양), 단념(斷念:미련 없이 잊어버림)이나 체념(諦念)이 있다.

사랑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항상 신선하다. 사랑은 인생의 영원한 음악으로 젊은이에게는 빛을 주고, 노인에게는 후광(後光:더욱 빛나게 하는 배경)을 준다.’ 영국의 저술가 사무엘 스마일스의 말과, ‘사랑은 나이 들어 생기 없는 사람들을 젊게 만들고, 젊음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언제 까지나 젊게 만든다.’ 영국의 발명가 카트라이트의 말처럼,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인생의 꽃밭 향기이며, 봄날의 따사로운 햇볕이다. 사랑은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주고, 인생에 희망과 용기를 갖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힘을 북돋아 주기도 한다. 인간은 사랑의 정()이 주는 따스함과 편안함, 그리고 행복감이 있어 괴롭고 힘든 삶을 이겨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간의 삶에 유익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랑도 그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해악(害惡:해가 되는 나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랑, 애정, 애착까지는 별 탈[:뜻밖에 일어난 걱정할 만한 변고(變故)나 사고]이 없지만, 사랑, 애정, 애착이라는 이름의 미명(美名:그럴듯하게 내세운 명목이나 명칭) 하에 집착이 되면 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 쌍방 모두에게 불행의 시작이 되어 엇갈린(모순적인 여러 가지 것이 서로 겹치거나 스치는) 관계나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모 중 특히 엄마가 자식에 대한 집착’, 연인사이, 특히 남자가 여자에 대한 집착’, 부부사이, 이 경우는 양쪽 모두 배우자에 대한 집착이다. 이 경우들의 집착은 사랑의 대상이나 인격체가 아닌 바로 자신의 소유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조건 자신의 뜻에 따라야 하고,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크고 작은 동작 하나하나)을 확인하고 통제하며, 지속적으로 사생활에 간섭을 하고, 의심이 가는 일은 뒷조사를 하고, 극단적인 말과 행동을 자주 하기도 하며,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부모의 집착은 자칫 반항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삐뚤어지기도 하며, 그 자식이 나중에 제 자식에게도 똑같은 행태(行態)를 하는 대물림을 할 수도 있다. 연인 사이에는 한쪽이 집착이 강하면 무엇보다도 장래를 약속하고 가정을 이루게 되면 결코 원만한 부부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부부사이 배우자에 대한 집착은 결국 의처증(疑妻症)이나 의부증(疑夫症)으로 발전되어 종국(終局)에는 파국(破局)으로 끝이 나게 되어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함)’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랑, 애정, 애착에서도 해당이 되므로, ‘중용(中庸:어느 쪽으로 치우침 없이 올바르며 변함이 없는 상태)의 도()를 지키는 삶의 지혜가 절실(切實)하다. 왜냐하면 한번 집착이 시작이 되면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게 되어, 인간관계에 위태롭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3년차 의정부시청 여성 공무원 숨진 채 발견
  • 박정 후보 유세장에 배우 유동근氏 지원...‘몰빵’으로 꼭 3선에 당선시켜 달라 ‘간청’
  • 감사원 감사 유보, 3년 만에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산단 공급
  • 김포시청 공직자 또 숨져
  • [오늘 날씨] 경기·인천(20일, 토)...낮부터 밤 사이 ‘비’
  • [오늘 날씨] 경기·인천(24일, 수)...돌풍·천둥·번개 동반 비, 최대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