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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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 원종태 숲해설가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3.03.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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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
원종태 (숲 해설가)

| 중앙신문=원종태 숲해설가 | 코로나가 서서히 밀려가고 들려오는 꽃소식에 삼천리강산이 분주해진다. 방송은 앞 다투어 개화 기상도를 예보하고 기지개를 켠 상춘객은 화려한 봄맞이에 나선다. 이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동지섣달 꽃 본 듯이 꽃을 찾아 나선다. 손님을 맞이하려는 고장들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도자의 능력을 우뚝 알리는 데에는 축제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으랴! 꽃피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축제의 경쟁은 꽃피는 속도로 번져나가고 피어나는 꽃들은 자신만의 멋으로 장식한다. 봄소식의 통로인 남녘 광양에서는 매화축제가, 구례에서는 산수유축제가 사이좋게 동시에 열린다. 광양매화축제가 이달 10일부터 19일, 구례 산수유축제는 이달 9일부터 19일까지다. 살아생전 꼭 보아야 한다는 진해벚꽃축제도 준비되어있고 하동, 남해, 진주, 경주, 군산, 서울, 여주, 이천 등 한반도가 꽃축제 향기로 뒤덮여간다.

꽃 축제는 꽃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꽃이 좋고 향이 좋고 만나는 사람이 좋다. 그러나 세상 만물은 내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꽃도 예외가 아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그 대상에 관한 이야기는 재미를 더한다. 예로부터 우리의 조상님들은 좋아하는 것에도 명분을 중요시했다. 이래서 너를 좋아하노라 하는 대의명분이 필요했고 사모하고 몰입하며 애지중지한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松竹梅(송죽매)를 골라 歲寒三友(세한삼우)라는 멋진 이름도 붙인다. 梅蘭菊竹(매란국죽)이라 하여 사람도 칭송받기 어려운 군자의 반열에 올려 사군자라 높여 부른다. 소중하게 여김은 물론 글과 그림 예술의 소재로 삼았으며 가까이 모셔두고 함께 시간 보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고매한 특성을 예찬하고 그를 본받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인 자취가 향기롭다. 그중 매화를 예찬한 글은 깊은 교훈을 남기고 긴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다.

‘不是一番寒徹骨(불시일번한철골) 매서운 추위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으면 爭得梅花撲鼻香 (쟁득매화박비향)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 향을 맡을 수 있으랴!’ 황벽 선사가 남겼다는 이 시구는 매화의 정곡을 찌른다. 특징을 간결하게 나타내며 심오한 의미를 남긴다. 매화를 가까이 두고 정진을 이어나가는 선사의 마음이 눈에 선하다. 이름을 떨친 학자나 고매한 선비들의 매화사랑은 남달랐다. 조선 중기 선조 때의 문인 신흠의 ‘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라는 명구는 지금도 자주 회자된다.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신흠-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가락을 품고,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대로 이고,

柳經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나온다.

-野言 中에서-

역사에 이름을 아로새긴 선비는 선비의 정신으로 고결한 매화를 상징으로 삼았다. 성리학의 거두인 퇴계 선생도 매화를 梅兄(매형), 梅君(매군)으로 부르며 매화를 끔찍이 사랑했으며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가 마지막 유언이었다고 전하여온다. 선비들이 닮고자 했던 매화 중에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고목이 있으며 매탐꾼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그중에도 인기를 누리는 매화가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 구례 화엄사의 화엄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강릉의 율곡매가 으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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