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대하는 마음이 인생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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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대하는 마음이 인생을 바꾼다
  • 원종태 숲 해설가  mtgreen@hanmail.net
  • 승인 2023.05.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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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
숲 해설가 원종태

꽃들의 전쟁은 동백이 포문을 연다. 새해 벽두 눈서리를 이기고 피어난 동백의 찬사가 끝나기도 전에 매화는 화학전을 감행한다. 모진 추위를 감내하며 겨우내 준비한 진한 향기로 기선을 제압한다. 그 향기에 한 번 취하면 헤어나기가 어렵다. 오직 매향이 흐르는 봄을 기다리고 매화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에 뒤질세라 산수유의 노란 자태는 네 몸을 사랑하라!’라는 멋진 말씀을 남긴다. 꽃은 수수해도 그 열매의 효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네 몸이 건강해야 이 좋은 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빨간 열매가 익으면 듬뿍 드시라는 권유의 말도 잊지 않는다. 최고의 보약이 산수유라는 주장을 한다.

꽃들의 전쟁에 가장 화력이 풍성한 군단은 벚꽃이다. 벚꽃은 숫자로 말한다. 수천수만의 송이로 무장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제주에 본부(자생지)를 둔 벚꽃의 행렬은 육지 상륙을 감행한다. 특별히 한반도의 가로를 거의 점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시가전도 즐긴다. 도로를 따라 북상하고 산 능선에 숨어있던 산벚나무가 무리에 합세한다. 진해에서 하동으로 경주로 군산으로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서서히 북상한다. 서울을 거치고 남한강 변의 여주를 지나 춘천으로 북상할 때까지 서로 아름다움을 뽐내려는 벚꽃들의 전투가 계속된다.

벚꽃의 동태를 살피며 숲속에서 때를 기다리던 개나리와 진달래는 비로소 자신을 들어낸다. 개나리는 노랗게 진달래는 분홍빛으로 산 능선을 물들인다.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간다. 주택가와 도심의 정원을 차지한 철쭉이, 자신과 친척이라며 진달래의 출현을 응원한다. 이곳저곳에서 붉게 붉게 퍼져나간다. 철쭉이 필 때가 되면 산천의 나뭇잎도 피어난다. 초록과 노랑이 초록과 분홍이 형형색색이 조화를 이룬다. 그야말로 세상천지 꽃 천지가 된다.

웬 난리야 성질도 급하지! 잎도 안 만들고 꽃부터 피우는가? 한바탕 꽃들의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점잖은 꽃들이 피어나며 하는 말이다. 이팝나무꽃이 피고 목단도피고 아까시나무도 핀다. 쌀쌀맞은 미인 장미도, 고운 자태를 들어낸다. 녹음은 우거지고 새들이 노래한다. 한바탕 꽃들의 잔치가 무르익으면 호사가들이 모여 화중화(花中花)를 꺼내 든다. 자신만의 경험을 자랑하며 세상 최고의 꽃이 이 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세상천지에 최고의 꽃은 어느 꽃일까?

당연히 나라꽃이 최고라는 주장도 있고 칼바람 속에 진한 향기를 머금고 피어나는 매화가 최고라는 주장도 있다. 이미 매란국죽이란 이름으로 정해졌다는 학자도 있다. 그런가 하면 십수 억이 산다는 중국은 매화와 모란을 두고 엎치락뒤치락 양보 없는 싸움이 치열하다. 과연 독자 여러분께 최고의 꽃을 선정할 권한을 준다면 어느 꽃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때에 따라서는 독자의 선택이 어마어마한 기회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역사 속에는 화중화를 의미 있게 풀어낸 현숙한 여인이 등장한다. 경기도 동쪽의 끝자락 여주에서 태어나 영조 대왕의 계비인 정순왕후의 간택 과정에서 전하여오는 일화다. 영조는 자신이 직접 비를 간택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던진 여러 질문 중 어떤 꽃이 제일 좋은 꽃이냐?’라고 묻는다. 자신마다. 복숭아꽃, 해당화꽃, 모란꽃, 등의 대답이 나왔지만, 훗날의 정순왕후는 목화꽃이라고 대답한다. 그 이유인즉 다른 꽃들은 모두 일시적으로 아름답지만, 오직 목화는 꽃도 피우고 솜꽃을 한 번 더 피워 백성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공이 있다고 답변한다. 꽃을 대하는 마음이 그를 국모의 자리에 오르게 한다.

원종태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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