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은 출세의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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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은 출세의 디딤돌
  • 원종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20.05.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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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
원종태 (숲 해설가)

| 중앙신문=원종태 | 무한한 인간의 욕구를 단계별로 설명한 이론이 있다.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인간 동기 이론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후 인간의 욕구를 설명하는 데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이론이다. 사람들에 의해 소유되는 주요한 욕구들을 계층화함으로써 하나의 이론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인간의 욕구는 위계적, 계층적 질서가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아 욕구 위계 이론이라고도 하며 그의 이름을 따서 매슬로의 욕구 이론이라고도 부른다.

인간의 동기가 작용하는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매슬로는 인간의 동기유발을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 욕구의 5단계로 구분한다. 욕구 피라미드의 하단부에 있는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상위 계층의 욕구가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은 인간의 보편적인 동기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지만, 한계도 있어 최근에는 이를 보완한 새로운 피라미드 욕구 이론도 등장하고 있다.

식물 이야기에 왜 인간의 욕구 이론이 등장하는 것일까? 식물도 사람처럼 단계별로 욕구가 있고 자아를 실현하는가? 아직 식물이 자아를 실현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인간의 욕구가 식물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자신의 자아실현에 모델로 삼았다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군자라며 매난국죽(梅蘭菊竹)으로 불리는 식물군이나 추사의 세한도에 나타난 소나무를 보면서 고개를 끄떡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를 향하여 오르는 습성을 지닌 등나무와 최고의 정점을 향하여 발달하는 인간 내면의 욕구는 유사한 것이 아닌가?

()과 등나무()가 만나 서로 꼬이면 풀기가 어렵다 하여 갈등(葛藤)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는 넓이 알려져 있다. 누군가가 세심히 살펴보고 인간사의 생활에 대입하여 보았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칡이나 등나무가 한고집 하므로 한번 꼬였다 하면 풀 수가 없다. 이러한 사실을 직접 확인하려고 필자도 여러 곳을 다니며 관찰하였지만, 칡과 등나무가 함께 자라는 곳은 흔하지는 않다. 칡과 등나무가 함께 있는 곳은 서로를 반대쪽에서 꼬고 있어 고통스럽다. 누군가 그 갈()과 등()을 풀어주기 전에는 함께 죽어야 그 고통이 끝난다.

그런가 하면 등나무의 또 다른 측면을 살펴보자 인간의 욕구가 생리적 욕구를 충족하면서 안전과 사랑 자아실현을 위하여 더 높은 고차적인 욕구로 발전하듯이 등나무 역시 높은 곳을 향하여 열심히 오른다. 기필코 정상에 오르겠다는 목표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쉬지 않고 등()나무는 하늘을 향하여 오른다. 그 오르는 습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러한 특징을 잘 살펴본 계층이 오르지 못하면 도태되는 계급사회다.

등나무는 오를 등()과 음이 같아 승진 또는 영전을 축하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사람의 욕구가 한가지가 충족되면 또 다른 욕구충족이 일어남과 같이 욕구는 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비움을 설파하는 식자들도 그 비움을 실천하여 자아를 완성하고자 피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누가 벼슬자리건, 생산현장이건, 말단의 제자리걸음을 원하겠는가? 안전하고 존귀한 대접을 받고 싶어 하고, 당신이 최고라는 찬사를 듣고 싶고, 무궁한 발전을 염원한다. 나는 특별한 대접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욕구는 아닐까? 등나무는 이런저런 눈치를 보지 않고 오른다. 또 오른다. 그것이 끝내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 할지라도 등나무는 오늘도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쉼 없이 오른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탱하여줄 이웃이 있어야만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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