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부러워하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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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부러워하는 나무?
  • 숲 해설가 원종태  mtgreen@hanmail.net
  • 승인 2023.03.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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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
숲 해설가 원종태

| 중앙신문=숲 해설가 원종태 | 꽃샘추위라는 장애물이 딴죽을 걸지만, 자신의 길을 달리는 나무들은 서둘러 새봄을 준비한다. 고로쇠나무는 맑은 수액을 빨아올리고, 버들강아지는 노리끼리한 잎을 내밀며 부풀어 오른다. 그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꽃피울 준비를 하는 산수유, 잎을 내보내기 전에 꽃을 먼저 피워낸다. 인가 가까이 자라는 산수유나무는 세상의 나무들이 새순을 내밀기 전에 앞 다투어 꽃을 피워 새봄이 왔음을 온 누리에 알린다.

산수유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 골고루 분포한다. 꽃이 귀한 시기에 피어나 봄꽃 축제로 인기를 누린다. 꽃소식이 전해오는 남녘의 구례에서 시작한 축제는 따뜻한 바람을 타고 내륙으로 이동한다. 경북 의성, 경기 이천과 양평에도 상륙한다. 의성은 26일에 축제가 끝나고, 경기 이천은 24일에 축제를 시작한다. 양평은 41일부터 산수유군락지인 개군면 주읍리 일원에서 축제의 팡파르를 울린다.

산수유는 보약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나무이기도 하다.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네!”라는 광고가 산수유의 효능을 강하게 암시한다. 산수유는 예로부터 남자들이 즐겨 찾는 정력 강장제임은 사실인 듯하다. (동의보감)에 실린 효능을 보면, ()을 왕성하게 하고 신정과 신기를 보하며 성 기능을 높인다. 음경을 단단하고 크게 한다. 또한 정수를 보해주고 허리와 무릎을 덥혀주어 신을 돕는다. 오줌이 잦은 것, 늙은이가 때 없이 소변을 보는 것, 두통과 코가 메는 것, 귀먹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산수유의 효능은 남성뿐만이 아니라 여성의 보약으로도 인기를 누린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효능이 뛰어난 많은 약제가 생산되고 치료 방법도 달라졌지만 산수유의 인기는 현대에도 시들 줄 모른다. 이른 봄에 피어나는 청초한 꽃, 파란 가을을 수놓는 빨간 열매,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이젠 경관 조성에도 인기를 누리고 열매의 효능까지 뛰어나 만백성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꽃이 좋고 약효가 뛰어난 산수유는 꾸준히 그 수효가 늘어난다. 이렇게 필요를 충족하는 계층에서는 생계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풍부한 약성을 지닌 열매는 값비싸고 귀한 대접을 받는다, 특히나 양반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알려진 서원이나 향교 종갓집 근처에는 산수유 한두 그루를 가꾸는 것은 건강을 지키고 아름다움을 즐기는 미덕으로 남는다. 산수유가 산보다 인가 근처에서 많이 자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수유가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나라 여주, 이천, 양평에서 자생했다는 주장도 있다. 산수유의 고향이 우리나라 중부지방이라는 이야기다. 많은 산수유 중 최고급으로 대접받던 생산지가 여주, 이천, 양평으로 그 자취는 지금도 여러 곳에 남아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산수유는 삼국유사에도 등장한다. 신라 경문왕 때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다는 기록이(삼국유사) 있다. 산업화의 물결을 따라 많은 산수유나무가 베어지고 사라졌지만, 지금까지 보호받고 있는 산수유나무는 이 시대에 새로운 보물로 떠오르고 있다. ‘영원불멸이라는 꽃말과 함께 나이가 들면 들수록 멋있고 귀한 대접을 받는 나무, 사람이 부러워하는 나무가 산수유나무다.

숲 해설가 원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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