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잘 심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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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잘 심는 비결
  • 원종태 숲해설가  mtgreen@hanmail.net
  • 승인 2023.04.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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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
원종태 숲 해설가

| 중앙신문=원종태 숲해설가 | 환경과 건강에 부쩍 관심이 늘어난 요즈음, 나무를 심고 가꾸려는 애호가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에 식물이 이바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때맞추어 나무를 심고 정성을 들여 보지만, 번번이 말라 죽는다는 하소연은 그냥 들어 넘기기는 어렵다. 무엇이 문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러한 고민은 오랜 옛날에도 있었다. 나무를 잘 심고자 하는 백성들의 고민을 해결하여준 탁견이 고전으로 남아 있다. 어디 그것이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뿐이랴, 세상 살아가는 질서도 올곧이 담겨있으니 식목일에 펼쳐보는 고전의 의미가 남다르다. 당나라 사람인 유종원은 ‘종수 곽탁타전’을 통하여 나무 잘 심는 비결을 다음과 같이 알려주고 있다.

탁타가 나무를 가꾸거나 옮겨 심으면, 죽는 일이 없었다. 언제나 잎이 무성하고, 다른 나무보다 일찍 열매를 맺고 또 풍성했다. 다른 사람이 가만히 엿보아 배워서 그대로 해 보곤 했지만, 탁타가 가꾸는 것과는 같지 않았다.

탁타에게 비법을 물었다. 탁타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내가 나무를 오래 살게 하고 잘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가 지닌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그의 본성을 다하도록 돌보아 줄 뿐입니다. 나무의 본성이란 뿌리는 바르게 뻗으려 합니다. 북돋움은 고르길 바라고, 흙은 옛것을 좋아합니다. 심은 후에는 뿌리 사이를 꼭꼭 다져 주기를 원합니다.

이런 다음에는 건드리지 말며 걱정하지 않고 내버려 둡니다. 처음 심을 때는 자식과 같이 대하고, 심은 다음에는 내버린 것처럼 합니다. 그리하면 나무의 본성이 온전히 보존되어 그 본성에 따라 잘 자랍니다. 나는 나무의 성장을 해치지 않을 뿐입니다. 나무를 크고 무성하게 하는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열매를 맺는 것을 억눌러 손상하지 않을 뿐이며 일찍 맺게 하고 많이 맺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아니합니다. 뿌리에는 힘을 주고 흙은 바꾸고 아껴서 대단히 부지런히 보살핍니다. 아침에 보고 저녁에 어루만지며 이미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봅니다. 심한 사람은 그 껍질을 손톱으로 긁어서 나무가 산 채로 마르게 합니다. 그 뿌리를 흔들어서 그것이 성긴지 빽빽한지를 확인하니 나무의 본성은 날로 이탈됩니다. 비록 나무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 실제는 나무를 해치는 것입니다. 나는 그같이 하지 않을 뿐이니, 내게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겠습니까?”

곽탁타전은 120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생생한 목소리로 남아 있다. 심고자 하는 나무 고유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나무 기르는 비법에 한 발짝 다가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그 나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를 내가 보고 싶은 곳에 심는 것보다는 그 나무가 좋아하는 곳에 심어주고 내가 가는 편이 나무에 도움이 된다. 그것이 식목을 잘하는 비법이다. 어디 나무뿐이랴 세상 만물의 이치가 본성을 잘 살피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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