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가 폐암을 고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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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가 폐암을 고친다고?
  • 숲 해설가 원종태  mtgreen@hanmail.net
  • 승인 2023.08.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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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
원종태 숲 해설가

| 중앙신문=숲 해설가 원종태 | 지구상에서 살기 좋은 나라로 손꼽히는 게 대한민국답다. 국민 생활에 친절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서 경쟁적으로 문자가 날아온다. 찜통더위가 당분간 기승을 부리니 온열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히 건강에 유의하라는 것이다. 가까운 마을회관에는 냉방 시스템이 더위를 식혀주고 있으니 그곳으로 찾아가라는 친절한 안내도 곁들인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등에 시원한 우물물로 몸을 식히고 태극 그림이 있는 부채로 더위를 달래본 기억이 생생하다. 삼복지경이 되면 강변 느티나무 아래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느티나무 그늘과 때맞추어 불어오는 강바람은 더할 나위 없이 시원했다. 멍석 위에는 낮잠을 즐기는 어른도 계시고 한편에서는 천하의 쟁탈전이 벌어진다. 장기며 바둑 꼰 질에 몰두한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느티나무 굵은 가지에는 동아 밧줄만큼 꿇은 새끼로 야무지게 매달은 그네도 있었다. 가끔 강 쪽을 향해 그네를 타면 시원한 바람은 물론 가슴속까지 짜릿하게 하는 후련함이 있었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지만, 당시 수백 년 자란 우람한 느티나무는 신선한 공경의 대상이었다. 가을 추수가 끝나면 외로 꼰 새끼에 한지가 꽂힌 금줄이 나무에 둘렸다. 잡인의 범접을 금하고 나무 앞에는 북어나 돼지머리 시루떡이 놓이고 정중하게 술잔을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옛 생각에 젖어 향수 어린 느티나무를 찾아 나섰다. 남한강을 굽어보며 풍성한 허리둘레를 자랑하는 느티나무는 어른 5명이 손을 잡아야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의 거목으로 우뚝 서 있다. 가지는 사방으로 고루 뻗어나가고 성장에 장해를 받지 않는 나무는 마치 동산처럼 자라 올랐다. “~ 대단하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느티나무 한 그루 그 자체로 숲이었다. 고목 위로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나무 뒤편으로는 푸른 강물이 유유히 흘러간다. 한 편의 그림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용어가 아닐까?

그러다 문득 느티나무는 왜 다른 나무보다 더 시원할까? 느티나무 만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머문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나만의 궁금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과학자들이 규명에 나선 것이다. 숲은 뙤약볕을 가려 그늘을 제공하고 나뭇잎은 불볕더위에도 수증기를 뿜어내면서 더운 열기를 식혀주는 증산 효과가 있어서 시원하다라는 일반적인 효과 외에 느티나무의 비밀을 속속들이 파헤쳤다. 그리고 그 비밀을 밝혀낸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느티나무에서 항암물질 카달렌[Cadalene]’을 추출하고 특허까지 취득한다. 카달렌은 느티나무에 다량 함유돼 있고 특히 폐종양에 강력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느티나무 그늘이 그냥 시원하기만 했던 것이 아닌 셈이다. 미세먼지와 중금속으로 대기가 오염되어 예민할 때로 예민해진 현대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나름의 약성을 지니고 있지만, 느티나무야말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는 수호목이다. 이러한 느티나무의 가치는 새천년이 시작되면서 더욱 그 빛을 발한다. 느티나무는 밀레니엄 나무로 지정되고 어머니나무로도 불린다. 느티나무는 낙엽이 지는 넓은 잎에 키 30, 가슴둘레 10, 1000년을 사는 장수목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꽃말은 운명이다.

여주 남한강 변의 느티나무 한 그루가 동산만 하다. (사진=원종태 숲 해설가)
여주 남한강 변의 느티나무 한 그루가 동산만 하다. (사진=원종태 숲 해설가)

 

숲 해설가 원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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