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베푸는 나무 ‘불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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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베푸는 나무 ‘불두화’
  • 숲해설가 원종태  mtgreen@hanmail.net
  • 승인 2023.05.2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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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
원종태 숲 해설가

| 중앙신문=숲해설가 원종태 | 불탄절(佛誕節)을 전·후해 불상의 머리모양을 한 하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꽃 모양이 홉사 불상의 머리 부분과 유사한 모양이라 하여 불두화(佛頭花)라는 이름을 얻었다. 낙엽이 지는 넓은 잎에 작은 키로 자란다. 5월에 사찰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꽃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연한 초록빛을 띠면서 피어나지만, 점점 새하얘진다. 불두화는 꽃이 피어있는 기간이 다른 꽃에 비하면 비교적 길다. 약 한 달 정도 꽃을 감상할 수 있어 정원수로도 인기가 있다.

불두화는 꽃 모양과 이름이 사찰과 인연을 맺고 있지만, 무성화라는 점도 사찰의 전통을 따른다. 꽃은 피지만 열매를 맺지 않는다. 순백의 하얀 꽃은 향기가 없다. 고로 스님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는 꽃이다. 이러한 점이 스님들이 가까이하는 이유가 될 듯싶다. 다만 옛날 여염집에서는 울안에 심기를 주저했다. 자손 번창을 염원하는 마음이 혹여 불임을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꽃 모양이 풍성한 불두화에는 너그러운 전설도 함께 전하여온다. 옛적에 인적이 분주한 삼거리 길목에서 주막을 하며 살아가는 아낙이 있었다. 하루는 초라한 차림의 나그네가 허겁지겁 국밥을 시켰다. 꽤 시장하였던지 국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이 먹어 치웠다. 식사를 마친 나그네는 계면쩍은 웃음을 지으며 주모에게 밥값이 없다고 고백한다. 돈도 없으면서 배부터 채운 것이다. 그러나 천만뜻밖에도 주모는 너그러운 미소로 괜찮다고 말한다. 많이 시장했나 봅니다. 하며 위로의 말을 던지며 부족하면 한 그릇 더하라고 권한다. 나그네는 이 마음씨 착한 주모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나그네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남의 귀한 음식을 거저먹을 수는 없는 법하면서 알 듯 모를 듯한 소리를 한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주모의 손주가 종기로 심히 아플 것입니다. 그때 저 건너편 절 뒤의 숲을 찾아가면 훌륭한 약을 구할 수가 있을 겁니다.’ 하는 말을 남기고 나그네는 사라졌다.

주모는 흘러간 구름처럼 그때의 일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이듬해 4월이 들어서며 주모의 손주는 시름시름 앓게 된다. 불현듯 주모는 1년 전 나그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혹시 하며 절 뒤편 숲을 찾으니 과연 하얀 꽃이 탐스럽게 피어있는 나무가 있었다. 주모는 이나무의 잎과 꽃을 따다가 정성스럽게 손주에게 달여 먹이고 보살피자 말끔히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불두화는 전설과도 어울리는 은혜, 베풂, 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하여 순백색의 불두화가 하얀 쌀밥을 담은 밥사발만 하게 피어나 지역에 따라서는 사발 꽃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우리와 생활환경이 다른 서양에서는 Snowball tree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보기에 따라서는 잘 뭉쳐놓은 눈덩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불두화가 피는 시기가 되면 설구화도 피고 산수국도 필 준비를 한다. 불두화의 어머니라는 백당나무도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비슷비슷한 꽃이 주변에 함께 피어나면 이 꽃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구별하기가 어렵다. 꽃 모양이 홉사하다. 수국의 특징 중 하나가 토양산도(pH)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산도에 따라 꽃 색깔을 달리한다. 산성토양에서 청색을 띠고 알칼리에서 붉은색으로 피어나 다양한 색을 연출한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꽃을 즐기는 원예가들이 마술을 부리듯 꽃 색깔을 만들어낸다. 그래서일까 수국이 얻은 꽃말은 변덕이다.

불두화 만개한 모습. 잎이 갈라지고 설구화보다 꽃송이가 크다. 설구화 꽃은 불두화보다 작다 나뭇잎 모양이 불두화와 다른 모습이며 나무의 키도 작다. (사진=원종태 숲 해설가)
불두화 만개한 모습. 잎이 갈라지고 설구화보다 꽃송이가 크다. 설구화 꽃은 불두화보다 작다 나뭇잎 모양이 불두화와 다른 모습이며 나무의 키도 작다. (사진=원종태 숲 해설가)

 

숲해설가 원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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