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사라질뻔한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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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사라질뻔한 무궁화
  • 숲해설가 원종태  mtgreen@hanmail.net
  • 승인 2023.08.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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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
원종태 숲해설가

| 중앙신문=숲해설가 원종태 | 대한민국에서 국민이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날은 어느 날일까? 엉망진창이 된 잼버리 행사로 세계적인 손가락질받은 그날일까? 아니면 새벽에 파죽지세로 밀려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어야만 했던 6.25일까? 그도 아니면 병자호란에 남한산성에서 항거하다 삼전도에서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행하던 삼전도의 치욕일까?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에 눌려 우리는 치욕스러운 역사를 잊어가는 듯하다. 나라꽃 무궁화가 한반도에서 사라질뻔한 사건을 우리는 애써 모르는 체하는지도 모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라는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국민이 국민으로서의 수치스러움을 알아야, 왜 엄청난 치욕을 당해야만 했는가를 제대로 알아야 우리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고 그 치욕에서 벗어날 수 있음이다. 광복절은 국치일의 슬픔을 딛고 태어났다.

이 나라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웠던 날은 1910829일이다. 우리는 그날을 국치[國恥] 일이라고 부른다. 1392년 개국해 518년 동안 지속돼 온 조선왕조는 허망하게 그 막을 내렸다. 비분강개하여 스스로 자결하는 백성도 있었지만, 나라가 망해도 신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총리대신 이완용과 송병준 등 친일파의 무리가 합방 청원서를 바치는 등 이미 일본에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부귀영화가 굴러 떨어져 들어오는 회심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병탄에 성공한 일본은 곧바로 공이 큰 부역자들에게 논공행상을 시행한다. 왕족과 이완용 등 고위 관리에게는 작위(爵位)를 수여하고 일제에 협력한 일반관리 양반과 유생에게는 은사금(恩賜金)을 감옥에 갇힌 자를 석방하고 효자 효부 열녀 과부와 노인에게는 위로금을 내려주며 민심을 현혹하고 회유했다. 그러나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헌병통치는 지나가는 국민을 잡아 거리에서 곤장을 치는가 하면 서슬이 퍼런 일제는 칼을 차고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그 천인공노할 만행을 필설로 어찌 다 설명할 수 있으랴! 조선의 꽃과 풀조차도 피박을 받았다. 백성이 좋아하는 꽃이라 하여 그렇게 고통받고 핍박받은 사례가 세계사에 있었을까? 일제의 압제 아래 무궁화나무는 뿌리째 뽑히고 불태워졌다. 무궁화를 심거나 가꾼 자는 감옥으로 끌려갔다. 악랄한 유언비어도 만들어냈다. ‘눈병을 만드는 꽃이라고도 하고 무궁화가 있는 집으로 시집을 가면 과부가 된다.’라는 등 허무맹랑한 말조차 만들어냈다. 무궁화는 이 땅에서 사라져 갔다.

꽃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박해를 받았을까? 일제가 식민 지배의 정치적인 이유로 무궁화를 박해한 것은 그만큼 무궁화가 우리 민족과 일체 시 되는 민족의 꽃이라는 인식이 깊었기 때문이다. 대개 나라를 상징하는 국화는 그 나라 왕실이나 귀족들의 문장으로 사용하던 꽃이 지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왕실의 문장도 아니고 누가 정한 것도 없다. 그저 국민 마음속에 있는 5000년을 이어오는 대중적인 꽃, 줄기차게 피어나 삼천리를 뒤덮는 무궁화를 사랑했다.

국치일에 만나는 무궁화는 보면 볼수록 감회가 새롭다. 아침이면 피어나고, 저녁이면 지는 꽃 한그루의 무궁화가 연간 2000~5000송이의 꽃을 피워낸다고 한다. 그 은근함과 끈기 있는 열정을 뉘라서 본받지 않고 싶을까? 이제 누가 너를 핍박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껏 피어나라 대한민국 무궁화여!

숲해설가 원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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