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향기를 간직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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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향기를 간직한 나무
  • 숲 해설가 원종태  mtgreen@hanmail.net
  • 승인 2023.10.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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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
숲 해설가 원종태

| 중앙신문=숲 해설가 원종태 | 노래 속에 등장하는 나무의 이름은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 특히 성인이 된 이후에도 동요 속의 나무 이름 한두 가지는 어렵지 않게 기억해 낸다. 성인을 대상으로 퀴즈가 출제됐다. 다음 노래를 듣고 이 동요의 제목을 맞추는 퀴즈다. 독자들께서도 아래 가사를 읽고 동심으로 돌아가 노래의 제목을 맞춰보자. 1절이 이렇게 시작된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퀴즈에 참여한 많은 사람은 정답을 푸른 하늘 은하수로 선택했다. 이 동요의 가사 속에는 노래 제목이 될만한 단어는 정작 보이지 않는다. 그다음 많이 채택한 제목이 계수나무. 이 동요는 1924, 윤극영이 작사 작곡한 동요 반달이다. 이 노래 속에는 계수나무가 등장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계수나무란 달 속에 사는 전설 속의 나무로만 알았다. 계수나무를 실제 만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정작 내가 만난 계수나무는 달에 산다는 계수나무가 아니었다.

계수나무는 계수나뭇과 계수나무속에 속하는 낙엽 활엽 큰 키나무다. 학명[Cercidiphyllum japonicum Siebold & Zucc. ex J.J.Hoffm. & J.H.Schult.bis]으로 한자로 계수[桂樹], 영어로는 Katsuratree라고 하며 한국에는 1920년대 일본에서 광릉으로 도입되어 심어졌으며 지금 볼 수 있는 계수나무는 주로 이 나무를 말한다. 계수나무는 암수가 딴 나무다. 큰 키나무로 30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을 띤다. 잎은 하트 모양이며 표면은 초록색, 뒷면은 분백색으로 가을이 되면 노란 단풍이 든다.

목재는 건축재, 합판재, 가구, 조각, 악기를 만들고 바둑판이 인기가 있다. 나무의 자람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과 멋진 단풍을 갖고 있어 관상용으로도 적합하다. 또한, 가지나 잎에서 나는 특유의 향기 덕분에 향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계수나무 향기는 10월 단풍철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달콤한 솜사탕을 연상케 하는 향기는 첫사랑의 향기라 불린다.

중국에서는 한국에서 계수나무라 부르는 나무를 연향수(连香树)라 부른다. 그윽한 향기와 연관된 이름이다. 일본에서는 한자로 ()로 쓰고 카츠라로 발음한다. 일본에서 도입된 계수나무는 한국에 자생하지 않아 한국 이름이 없었던 나무다. 20세기 초 일본을 통해 한국에 도입될 당시 우리나라에서 계()라는 글자만 보고 '계수(桂樹) 나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어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다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이미 오래전부터 목서[중국에서 계수나무로 불리는 나무], 또는 계수(桂樹)라고 불리는 중국에서 건너온 나무가 있었다. 나무 명칭의 정리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후 국내에서 목서와 계수나무로 두 나무의 명칭을 구분하여 사용하지만, 옛 문헌이나 중국 문헌을 번역할 때는 목서와 계수나무가 혼동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동요 반달 속 계수나무는 일본에서 건너온 계수나무가 아닌 목서를 지칭한다. 목서의 꽃으로 만드는 계화차를 계수나무의 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잘못 알리는 예도 있다. 대표적인 오해는 계피(桂皮)가 계수나무의 껍질이라고 오해받는 경우다. 수정과를 만들거나 한국 전통음식에 사용하는 계피는 육계나무의 껍질이다. 계수나무는 범의귀목 계수나뭇과 계수나무이고 계피로 사용되는 육계나무는 [Cinnamomum loureiroi Nees ] 녹나무과의 육계나무로 전혀 다른 나무다.

육계나무껍질을 영어로 표시할 때는 시나몬(Cinnamon) 또는 카시아 바크(Cassia bark)라고 쓴다. 그러나 두 표기가 같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나몬(Cinnamon)은 단맛이 있는 실론 시나몬(Ceylon cinnamon)을 부르는 명칭이며, 후자의 카시아 바크는 매운맛이 나며 자극이 강한 중국 시나몬 즉, 계피를 지칭한다. ‘시나몬 카시아’(Cinnamomum cassia) 하면 중국 계피이고 시나몬 베룸(Cinnamomum verum) 실론 육계나무로 서양 시나몬이라고도 불린다. 시나몬이라는 같은 이름이 들어가면서 여러 종류로 구분되는 것은 녹나무 속의 여러 형제가 있으며 종에 따라 맛과 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커피에 첨가하여 즐기는 시나몬은 실론 계피를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랗게 물든 계수나무가 달콤한 첫사랑의 향기를 발산한다. (사진제공=숲 해설가 원종태)
노랗게 물든 계수나무가 달콤한 첫사랑의 향기를 발산한다. (사진제공=숲 해설가 원종태)

 

숲 해설가 원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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