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이음길] 9코스 승학산 둘레길...다음 달 철쭉 만개한 분홍빛 경관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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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이음길] 9코스 승학산 둘레길...다음 달 철쭉 만개한 분홍빛 경관 기대돼
  • 이복수 기자  bslee9266@hanmail.net
  • 승인 2023.03.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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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경사, 내 집 앞 산책길로 딱’
꽃샘추위를 불러들이는 봄비가 쏟아졌던 지난 12일 오후 1시께 하늘은 여전히 흐릿했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다는 생각에 서로이음길 걷기에 나섰다. 사진은 서로이음길 9코스 입구 전경. (사진=이복수 기자)<br>
꽃샘추위를 불러들이는 봄비가 쏟아졌던 지난 12일 오후 1시께 하늘은 여전히 흐릿했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다는 생각에 서로이음길 걷기에 나섰다. 사진은 서로이음길 9코스 입구 전경. (사진=이복수 기자)

| 중앙신문=이복수 기자 | [편집자주] 본보는 인천 곳곳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생활 가까이서 건강한 휴식을 선물하는 친환경 둘레길을 소개하기로 하고, 첫 번째로 인천 내륙에서(강화, 옹진 제외)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서구지역 곳곳을 탐방하는 서로이음길 걷기에 나섰다. 한남정맥과 이어지는 도심 속 숲길을 따라 추억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조성한 둘레길인 서로이음길을 걸으며 건강과 추억을 모두 찾는 뜻 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번에는 전체 11개 코스 중 9번째 코스인 승학산 둘레길을 소개해본다.

# 조선시대 연락망, 승학산(축곶산) 봉수대

꽃샘추위를 불러들이는 봄비가 쏟아졌던 지난 12일 오후 1시께 하늘은 여전히 흐릿했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다는 생각에 서로이음길 걷기에 나섰다. 날은 좀 쌀쌀했지만, 계절이 이미 봄의 문턱을 넘어섰는지 한기가 느껴지지는 않아 걷기에 무리가 없었다.

어느덧 아홉 번째로 찾은 서로이음길 코스다. 서구 가정동 최근 조성한 주택단지 앞으로 서로이음길 9코스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네모반듯하게 잘 조성한 신도시급 주택단지 앞이어서 그런지 코스 입구부터가 눈에 확 띄었다.

승학산은 높이 101m 정도인 비교적 낮은 동네 산이다. 조선시대에는 축곶산이라고 불리었다. 다른 말로는 축곶산 봉수대로, 서구 가정동, 연희동 일대 도로명주소로 남아있는 봉수대로가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다. 조선시대 세종 1년 봉화령을 개점했으며, 세종 52월에 시행한 5, 5로 소속이었다참고로 세종대왕이 대대적으로 정비한 전국의 봉수로에 대해 잠깐 알아보면, 1로는 함경도 경흥(두만강 하구), 강원도 길주, 영흥, 철원, 경기도 양주에서 아차산이다.

그리고 2로는 동래 다대포에서, 경상도 경주, 영천, 충청도 충주, 경기도를 거쳐 성남 천림산으로 이어진다. 3로는 평안도 강계에서 삭주, 안주, 평양, 황해도 황주, 개성을 거쳐 서울 무악 동봉수로 이어지며 4로는 평안도 의주에서, 황해도 해주, 경기도, 서울 무악 서봉수로 연결된다.

5로인 승학산의 봉화는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로 연결됐는데 당시 문헌으로 연결로를 추측하면 전남 순천, 보성, 강진, 옥구, 충청도 홍천, 경기도를 거쳐 서울 개화산 봉수로 이어졌다고 한다. 축곶산봉수대는 경기도 안산 정왕산봉수대, 인천 남산(문학산) 봉수대와 연결됐으며, 이후로 검단 오류동 백석산봉수대와 연결됐다고 한다. 조선시대 봉화의 목적은 아무래도 국경을 침범하는 외적에 대한 감시 동향과 보고가 주된 목적이었다. 함경도 쪽은 여진족 등 북방 민족을, 부산 쪽은 바다 건너 왜구에 대한 동향이 목적으로 보인다. 인천을 거친 봉화는 부산을 우회해 남해안으로 혹시 침입할 수 있는 왜구에 대한 소식 전달이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처럼 통신기기가 없던 조선시대에 보다 빠르게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봉수대는 항상 관심과 정비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노선상 수백 곳에 달하는 봉화는, 그 특성상 어느 한 곳에서 끊기면 전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구조다. 그래서 봉수대를 지키는 봉수군에 대한 처우가 가혹했다고 한다. 일은 고되고 대우가 형편없다 보니 몰래 도망치는 봉수군도 많았고, 결국 조선시대 국가 최대 위기였던 임진왜란에 봉화는 결국 피어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 잘 닦여진 승학산 둘레길, 동네 한 바퀴로 제격

꽃샘추위를 불러들이는 봄비가 쏟아졌던 지난 12일 오후 1시께 하늘은 여전히 흐릿했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다는 생각에 서로이음길 걷기에 나섰다. 사진은 서로이음길 9코스 초입 전경. (사진=이복수 기자)

바닥에 깔린 미끄럼 방지 길과 넓은 입구. 서로이음길 9코스에 대한 첫인상은 행정기관에서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봄의 절기인 3월이지만,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가 높게 뻗어있는 둘레길로 들어섰다. 길 입구에는 최근 전국적으로 건조주의보 발령으로 산불위험이 높아지는 분위기를 반영하듯 산불 조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길고양이 등을 위해 누군가가 설치해놓은 듯한 동물 쉼터였다. 지붕에는 “함께 살아요”라고 쓰였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알려주는 듯 마음속에서 울림이 느껴졌다. (사진=이복수 기자)

현수막 이외에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눈에 띄었다. 길고양이 등을 위해 누군가가 설치해놓은 듯한 동물 쉼터였다. 지붕에는 함께 살아요라고 쓰여 있었는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알려주는 듯 마음속에서 울림이 느껴졌다. 인간의 생활공간 주변의 자연환경을 아끼고 보존하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실천의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승학산 둘레길은 필자가 여태까지 걸어본 서로이음길 가운데 가장 안내판이 잘 정비된 코스였다. 둘레길 주변에 샛길이 많은 편도 아니지만, 주요 길목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길을 걷기에 비교적 편리했다. (사진=이복수 기자)
승학산 둘레길은 필자가 여태까지 걸어본 서로이음길 가운데 가장 안내판이 잘 정비된 코스였다. 둘레길 주변에 샛길이 많은 편도 아니지만, 주요 길목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길을 걷기에 비교적 편리했다. (사진=이복수 기자)

승학산 둘레길은 필자가 여태까지 걸어본 서로이음길 가운데 가장 안내판이 잘 정비된 코스였다. 둘레길 주변에 샛길이 많은 편도 아니지만, 주요 길목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길을 걷기에 비교적 편리했다. 산길은 그렇게 가파른 편은 아니어서 가볍게 땀을 내어 걷기에는 제격이었다. 또 다른 승학산 둘레길의 특징은 일반 묘지가 생각보다 많이 조성됐다는 점이다. 이 주변에서 승학산이 가장 높았다는 것, 그리고 햇볕이 잘 들고 동네가 잘 내려다보이는 일종의 명당과 같은 특징이 있어 오래전부터 묘역 조성이 되어있는 것이 아닐까 했다. 갈림길에 철쭉동산이 보였다. 서구청의 참고자료에 따르면 승학산에는 4월 이후에 철쭉이 피어나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장관이 완성된다고 한다. 아직 3월이라 새싹이 돋지 않아 아름다운 장관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철쭉동산은 좀 더 봄이 왔을 때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했다. 갈림길에서 방향을 돌려 둘레길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둘레길 곳곳에는 행정기관에서 설치해놓은 듯한 벤치, 그리고 각종 운동기구가 잘 세워져 있었다. 특히 운동 공간을 조성해놓은 곳은 공터 자체가 넓게 조성돼 가벼운 다른 운동을 하기에도 무리가 없도록 공간을 배치했다. (사진=이복수 기자)

둘레길 곳곳에는 행정기관에서 놓은 듯한 벤치, 그리고 각종 운동기구가 잘 세워져 있었다. 특히 운동 공간을 조성해놓은 곳은 공터 자체가 넓게 조성돼 가벼운 다른 운동을 하기에도 무리가 없도록 공간을 배치했다. 앞서 검단지역 둘레길에는 별도로 쉼터가 없어 주민들이 쓰던 의자를 가져다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곳은 행정기관의 관리가 비교적 잘된 편이었다. 서구청에서 잘하고는 있지만, 모든 서로이음길 구간에 세심한 관리가 있었으면 했다.

물론 약간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에 대비해 반려동물 배변봉투함을 세워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나무 재질로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한 것은 좋으나 함 안에는 배변봉투 대신 누군가 버린 듯한 쓰레기만 놓여있었다. 조성 취지에 맞게 사후 관리에도 신경을 쓰길 바라는 마음이다.

높이 100m의 승학산은 경사도 완만해 가볍게 걷기에 제격이었다. 걷는 시간도 1시간 남짓으로 퇴근 이후나 휴일에 집 앞에서 가벼운 운동 삼아 산책하기에 딱 좋아 보였다. 봄의 한가운데 4월에 펼쳐질 분홍빛 승학산을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끝으로 이번 걷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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