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친 반달가슴곰의 기구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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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친 반달가슴곰의 기구한 운명
  • 허찬회 기자  hurch01@hanmail.net
  • 승인 2021.10.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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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회 국장
허찬회 기자

천연기념물 제329호인 반달가슴곰을 상습적으로 도축한 70대 농장주가 뒤늦게 구속됐다.

그는 다른 곰들이 보는 앞에서 곰들 잔혹하게 도축하고 웅담을 꺼냈으며 발바닥을 해체했다.

또 초범이 아니라 재범이었다. 작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범죄를 저질렀으나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고 풀려나 항소심 재판 와중에 동종범죄를 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쯤되면 인간의 탐욕이 부른 습관이다. 동물을 비롯한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고 무감해진 것이다. 더욱이 이번 범행은 ‘곰이 탈출했다’고 허위신고하는 바람에 용인시와 경찰이 20일간 허탕을 치도록 공무집행방해까지 한 혐의가 추가됐다. 이를 취재하기 위한 언론들도 헛수고를 하기는 만찬가지였다. 

이 농장주는 한 마리의 곰을 다른 곰들이 보는 앞에서 잔혹하게 도축했고, 이를 지켜본 곰 한 마리가 살아보겠다고 탈출한 것이다. 끔찍하게 죽은 곰에게 ‘탈출했다’는 누명을 씌운 셈이다.

그리고 탈출한 곰은 혹시 모를 주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출동한 엽사들에게 쫓긴 끝에 사살됐다. 아무 이유 없이, 또다른 곰 한마리의 희생됐다. 우리 민족의 태초 신화에도 나오는 동물이지만 현실에서는 기구한 운명이었다.

70대 농장주의 이처럼 반복된 행각은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동물에 대한 존중을 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일 것이다.

동물보호법을 보다 강화했더라면 이 끔찍한 도축범이 세상으로 나와 또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겠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아직도 웅담과 곰 발바닥이 거래된다는 현실에 경악한다.

스스로를 지켜보려는 곰 한 마리의 탈출이 인간 중심의 세계에 작은 의문을 남겼다.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에서 인간들, 이래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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