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시선(視線)] 한국형 시민사회운동을 제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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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의 시선(視線)] 한국형 시민사회운동을 제안하며
  •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dusghkim@nate.com
  • 승인 2023.04.2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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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중앙신문=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현금인출기(ATM)로 전락했다지난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임 시장의 민간위탁사업을 비판하면서 한 발언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오 시장의 ‘ATM기 비판은 관료주의적인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주민자치나 민관협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비영리 민간단체의 국고보조금 부정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감사원, 중앙부처, 일부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시민단체를 겨냥한 감사와 지원 축소 등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해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정부가 시민사회를 적대시하면서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과연 시민사회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정부의 주장대로 시민사회단체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난을 받아 마땅한가?

시민사회는 18~19세기 유럽에서 성립된 사회로 과거의 신분제 구분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 사회를 의미한다. 17세기 영국에서 시민사회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쓰기 시작했고 교회 지배나 절대왕정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정치사상가인 존 로크가 정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이 사회계약에 의해 구성하는 사회를 시민사회로 정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 이후 시민사회의 원조인 유럽에서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민운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었고, 풀뿌리 민주주의 이념에 기반을 두고 일상적 민주주의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시민운동과는 달리 노동운동의 제도화와 제도정치의 관료화에 대응하여 다양한 분야에서의 일상적 민주주의 운동은 물론이고 환경, 문화, 인권 등으로 시민운동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자유해방주의 같은 다소 급진적인 이념까지도 담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유럽의 시민사회는 기나긴 투쟁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고, 자발성을 기반으로 정치주체로서 시민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그 기반에는 든든한 시민사회운동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어떠한가? 사실 한국 사회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시민사회가 형성될 수 있는 자발적인 기반을 갖출 수가 없었다. 876월 민주항쟁 이후 민주화나 통일 같은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환경, 인권 같은 다양한 영역으로 시민사회운동이 확대되었다. 흔히 운동권 출신 활동가들이 운동의 연장선에서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일부 시민단체를 제외하고는 주로 명망가 중심의 시민운동이 전개되었다. 시민사회운동의 토대가 되어야 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부족했고, 소수의 활동가들의 개인적인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재정 자립도도 취약해서 정부의 지원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시민단체의 대표나 핵심 인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단체의 성격이 규정되었고, 거대 정당에서는 선거 때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영입했고 실제로 몇몇 명망가들은 정치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중앙정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시민단체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고, 지원 대상이나 규모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관변 단체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유럽의 시민사회운동처럼 그 기반은 약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단체가 시민편익을 위해 이뤄낸 성과는 꽤 있는 편이다. 쓰레기 종량제 정착, 대형할인마트 비닐봉지 안 쓰기, 촌지 근절, 5일 근무제, 호주제 폐지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일부 단체나 활동가들의 일탈 행위나 비위는 있었지만, 우리나라 생활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바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이제 유럽형 시민사회운동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탈피하여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시민사회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이다. 그 출발점은 거버넌스라고 하는 민관협치형 시민운동이 될 것이다. 시민사회의 본원적 의미인 시민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과 정부가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당연히 시민단체도 자정 노력과 더불어 재정 자립도를 높이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운동은 정부의 입맛에 따라 선택해서 지원금을 주는 시혜적 대상이 아니라 함께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정치주체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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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수 2023-04-26 23:03:45
누구나 원하는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단체가 되기를 빕니다.

백민성 2023-04-25 17:57:45
정부가 시민단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손종만 2023-04-25 17:27:17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건강한 시민사회운동은 정치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사회체제의 발전적 유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손종규 2023-04-25 17:20:58
주민자치회 활동을 해오면서 여전히 자치가 아닌 관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치위원들을 봅니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주민자치회 운영도 그렇구요.
아직도 자치회장은 해당지역단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지못하고 지역단체 행사에 동원이 됩니다.
진정한 주민자치와 동등한 위치에서의 민관협치는 아직 요원하네요.

둥이맘 2023-04-25 17:11:23
저도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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