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시선(視線)] 사교육 억제는 가능한가?
상태바
[김연호의 시선(視線)] 사교육 억제는 가능한가?
  •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dusghkim@nate.com
  • 승인 2023.06.27 16: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중앙신문=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고 학교 수업에만 충실했어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인터뷰 내용이다. 이전 예비고사나 학력고사는 물론이고 1993년부터 치러진 대입 수능에서 전국 수석이나 만점자 학생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전국 1등을 차지한 이유로 언급한 비결(?)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 모두는 교과서만 공부해서 전국 1등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최근 대통령이 입시 카르텔을 언급하면서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사교육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언론에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과연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까?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현재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사교육 억제가 가능은 한 건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고려 시대에도 있었던 사교육이 국가 차원에서 억제되었던 시기가 딱 한 번 있었다. 필자의 기억으로 철권통치가 자행되었던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07월 공교육 강화를 명분으로 과외를 전면 금지시켰다. 1980년 초반에는 대학생이 학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하다가 경찰 단속에 걸려 구속되는 장면을 TV 뉴스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당국의 단속을 피해 사교육이 음성화되는 폐해가 있었고 일부이긴 하지만 불법 고액 과외가 유행은 했지만,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공교육만을 통해 대학입시의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사실 자녀 교육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우리 인간의 뿌리 깊은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 사교육 문제는 한 두 가지 정책으로 단기간 내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는 법을 어기는 것도 감수하고 모든 것을 올인하는 부모 세대의 욕망이 없어지지 않는 한 사교육 자체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1980년 전두환 정권과 같은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먼저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킬러 문항 배제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 효과에 대해 살펴보자. 대학입시에서 수능이 채택된 이후 역대 최악의 물수능(쉬운 수능)으로 평가받는 2014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2천 원이고, 그 이듬해는 2015년은 244천 원, 2016년은 256천 원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적으로는 수능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인한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육전문가들도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킬러 문항을 배제하더라도 현재의 사교육 시장은 변형된 모습으로 유지될 것이고 사교육비 경감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 사교육을 억제하거나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필자는 사교육 문제는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 사회문제이므로 사회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먼저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 서열화로 인해 노동시장 진입에서부터 차별적 기회가 주어지고 있고, 그에 따른 차별적 보상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런 사회구조가 유지되는 한 자녀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에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빚을 내서라도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차별적 기회, 차별적 보상을 개인적으로 감내할 수 있을까? 결국 국가가 나서 대학 서열화부터 약화시키는 정책부터 시작해야 한다. 프랑스처럼 대학의 이름부터 바꾸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단기적인 정책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회구조를 바꾸는 문제이므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한 후에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적 기회, 차별성 보상 문제를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를 정부 주도로 구성하고 그 조직에 교육제도를 혁신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 기구에 학부모, 교사, 대학 당국, 교육부, 경제계, 노동계, 교육전문가를 참여시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사교육 문제 해결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당장 우리가 시작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배제발언이 사교육 억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를 계기로 사교육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고 해결책 마련을 위한 공론의 장으로 한걸음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그라스 2023-06-28 19:03:07
킬러문항 없앤다고 사교육이 없어질까요.. 진짜 핵심을 콕 잘찝으셨네요

블라인드 2023-06-28 19:00:59
사교육문제가 하루이틀 된 일도 아닌데 정권이 바뀔때마다 들썩이다 마는 결과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유정석 2023-06-28 01:16:01
항상 화이팅 입니다 형님 ㅎㅎ

노정수 2023-06-27 23:17:54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기술과 교육을 배울 수 있는 기회와 돈과 더불어 자아 성취 만족도를 높을 수 있는 국가적 제도 및 지원이 필요합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정태 2023-06-27 21:40:13
대학의 서열화를 없애는건 어려울거라봅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소위 명문대가 존재하고 심지어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에서도 명문대를 가기위해 노력한다고 하더군요.
그보다는 대학을 나오지않아도, 웬만한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쉽게 구할수있고 적절한 보수를 받을수 있는 사회체제를 만드는게 필요해보입니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면 입시의 문제도 많은 부분 해소되지않을까요?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3년차 의정부시청 여성 공무원 숨진 채 발견
  • 박정 후보 유세장에 배우 유동근氏 지원...‘몰빵’으로 꼭 3선에 당선시켜 달라 ‘간청’
  • 감사원 감사 유보, 3년 만에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산단 공급
  • 김포시청 공직자 또 숨져
  • [오늘 날씨] 경기·인천(20일, 토)...낮부터 밤 사이 ‘비’
  • [오늘 날씨] 경기·인천(24일, 수)...돌풍·천둥·번개 동반 비, 최대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