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시선(視線)] 사회적 양극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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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의 시선(視線)] 사회적 양극화 해법
  •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dusghkim@nate.com
  • 승인 2023.09.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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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중앙신문=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영국의 정치철학자인 토머스 홉스가 자연 상태의 인간을 표현한 문장으로, 홉스는 인간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계약이 필요하고 그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가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그 이후 국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지만, 큰 흐름은 국가의 역할이 점점 더 확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시장경제나 민간 영역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시장주의 진영에서도 실제로는 국가의 기능이 확대되고 강화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나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경우, 각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국가의 기능과 역할은 더 확대될 것이다. 그럼 국가나 정부가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특히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양극화를 정부가 해결할 수 있을까?

사회적 불평등은 경제, 정치, 교육, 문화, 의료 등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문제는 확대 재생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그 해결 방안은 요원해 보인다. 물론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노력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이제 그러한 노력이 한계에 부딪친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여전히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이제 새로운 해결 주체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물론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사회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이자 해결과제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정치적 이념 대립이 극심했던 국가이고, 빠른 경제 성장만큼 경제적 불평등 또한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 나아가 양극화 심화라는 사회적 갈등의 이면에는 보수와 진보 간의 대립이라는 정치적 대립이 내재되어 있고, 이제 정치 이념과 경제 이익을 넘어서는 극심한 내적 갈등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네 편 내 편만 존재하는 감정적 양극화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고, 오직 감정적 대립만 존재할 뿐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없고 무조건적인 반대만 존재한다. 이런 현상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우리네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감정만을 앞세운 우리 편 감싸기 문제는 사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주체가 필요한 이유이다.

감정적 양극화가 내재되어 있는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로 필자는 사회적 대화 기구를 제안하고자 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몸담고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사회적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했음을 먼저 고백한다. 노사민정협의회는 일반 시민에게는 아직 생소한 기구이지만, 10여 전부터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출발한 사회적 대화 기구이다. 각 도시별로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노사상생 등을 주제로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중요한 점은 노사민정 말 그대로 그 대화 기구의 구성에 노동자, 사용자, 시민, 지방정부가 참여하고 있고, 그 대화 기구를 통해 그 지역의 사회적 핵심 의제를 선정해 그 쟁점을 공론화하고 해결 방안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찾고 있다. 노사민정을 통해 사회적 의제 논의에 대한 소통 경험이 축적되면 일단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최소한 자기편 감싸기 현상은 상당 부분 약화된다. 최근 필자가 경험한 노사민정 회의에서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자리가 바꿨나 했을 정도로 상대방의 입장을 서로 대변해 주는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자는 사용자가 처한 기업 환경, 시의 경제 현황, 재정 상태 등을 먼저 생각했고, 사용자는 노동자가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제시에 더 적극적이었다. 평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필자에게는 아 이게 바로 사회적 신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많은 분야에 적용하면 우리 사회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되겠다는 확신이 섰다.

물론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만들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제 사회적 양극화 문제 해결을 국가에만 떠맡기지 말고 우리 모두가 직접 나서보자.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고 사회적 신뢰를 축적해 가는 길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한 사회로 안내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사회적 계약 대신 사회적 대화를 해 보자. 우린 사회적 대화가 필요해!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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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수 2023-09-27 23:04:27
국가의 기능이 커지거나 제대로 발휘되려면 올바른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진리를 많이 느끼게 하는 요즘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손종만 2023-09-27 12:52:41
현재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조언입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숨쉬는 따듯한 사회를 고대해 봅니다. 훌륭한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태 2023-09-27 11:57:53
우리편이 아니면 적대적으로 대하며 갈등이 첨예화되는 현시점에서 사회적 소통은 꼭 필요할거 같습니다. 좋은글 잘 봤습니다.

소통이최고 2023-09-27 10:45:41
맞습니다
건강한 사회는 소통이 원할해야하고
행복한 가정 역시 대화가 풍부합니다
본인의 얘기만 일방통행으로 하는 세상이 되어가는것 같아 우려되던차에 작가님 의견이 널리알려지고 공감되길

이현경 2023-09-27 10:43:07
감사합니다 ~^^ 국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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