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시선(視線)] 언더독의 반란은 지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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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의 시선(視線)] 언더독의 반란은 지속되어야 한다
  •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dusghkim@nate.com
  • 승인 2022.11.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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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중앙신문=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혹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현대사회가 무한 경쟁의 덫에 내몰리면서 각종 경쟁에서 승리한 자가 모든 성과물을 독차지하는 승자 독식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표현하고 있는 말이다. 몇 년 전 삼성이 내걸었던 광고 문구이기도 하고, 어느 유명한 스포츠 감독이 우승만을 강조하며 선수들을 독려할 때도 쓴 표현이다. 과연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것일까? 무한 경쟁의 시대에 1등만 기억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까?

스포츠 경기나 선거 결과를 설명할 때 언더독 효과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적거나 질 것 같은 사람이나 팀을 동정해 응원하는 현상으로 일종의 동정표나 동정론을 의미한다. 특히 스포츠 뉴스에서 팀 전력상 당연히 질 거라고 생각했던 약팀이 강팀을 이겼을 때 언더독의 반란이란 표현으로 그 감동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마케팅이나 선거 전략에서도 이런 언더독 효과를 노린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 각종 선거 과정이나 결과를 살펴보면, ‘동정론에 해당하는 언더독 효과보다는 대세론을 의미하는 밴드웨건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나 정당에게 유권자나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여론조사 1위 후보가 실제 당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나 정당의 활동이나 정책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없는 것일까?

지난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소수 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2, 비례대표 8석 등 총 10석을 차지하였고, 의석수 비율로는 3.34% 수준이었다. 당시 90% 이상의 의석을 나눠 갖은 거대 양당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민주노동당이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데에는 2004년 국내외 정치상황 등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거대 정당에 실망한 상당수 유권자들이 파격적인 정책을 내세운 소수정당에 주목하였고 민주노동당이 그 혜택을 본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은 전무했지만, 기존 정당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목소리를 냈고 그 소수의견에 대한 동정론이 강하게 작용하였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주5일근무제의 전면실시를 주장하였다. 지금은 주5일근무제가 정착되었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주장이었고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나라의 주5일근무제는 20024월에 일부 정부 부처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7월에 은행에 적용하는 정도였다. 공식적으로는 20117월에 이르러서야 5명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도 적용이 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견에 대한 일부 공감이 있었고, 그 기반이 되었던 동정론의 확산으로 등장한 일부 정치세력의 파격적인 주장이 현재의 주5일근무제가 정착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된 것이다.

물론 경쟁 사회에서 공정한 게임 룰이 지켜지는 한 승자가 많은 혜택을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시장에서 좋은 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상대 선수 보다 더 치열하게 노력한 운동선수가 우승하는 거에 대해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가 운동장이나 시장은 아니지 않는가?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때로는 절망하는 우리 젊은 세대에게 따듯한 사회, 함께 사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이 시대 언더독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응원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사회·정치 분야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견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1등만을 기억하라고 강요하는 현재의 경쟁 사회에서는 소수의견에 대한 동정론의 확산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 것임을 확신하며, 이 시대 언더독의 유쾌한 반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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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옥 2022-11-16 20:40:13
고맙습니다 잘 봅니다.. ^^

블루라인 2022-11-16 15:34:37
작은 목소리라도 내는 행동은 계속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게 사회가 건전하게 바뀔수있는 동력이니까요

굴랏 2022-11-16 15:30:35
정말 공감가고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글!!

원더 2022-11-16 08:25:33
승자독식...세계적인 대회에서 1등만 조명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수 있길 바랍니다.

백민성 2022-11-16 08:08:00
민주주의에서 소수의 다른 관점도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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