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시선(視線)] 재벌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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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의 시선(視線)] 재벌의 품격
  •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dusghkim@nate.com
  • 승인 2022.12.2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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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중앙신문=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2022년 하반기 최고의 드라마 화제작은 단연 제이티비시(JTBC)에서 방영하고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일 것이다. 일종의 판타지 드라마로 송중기가 맡은 극 중 주인공은 삼성을 연상케 하는 순양그룹의 충실한 비서로 근무를 하다가 총수 후계 승계 과정에서 순양그룹 내 권력 다툼에 휘말려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깨어난 주인공은 시간을 거슬러 1987년 자신이 몸담았던 순양그룹 창업주의 막내 손자로 환생한다.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 주인공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막대한 돈을 모으면서 그 돈으로 순양그룹을 손에 넣으려 한다. 백마 탄 왕자님이나 불굴의 의지로 초거대 기업을 만든 창업자를 다뤘던 기존 재벌 드라마와 달리 재벌집 막내아들은 기발한 스토리텔링에 출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고, 개인적으로는 재벌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점검하게 만들었다. 재벌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재벌가의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가?

1987년 이후 대선을 포함한 전국 단위 선거에서 재벌 개혁은 단골 메뉴로 등장하였다. 재벌 개혁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의제이지만 그만큼 재벌 개혁이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국민도 재벌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동시에 재벌은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다. 해외에서 삼성, 현대, 엘지 등의 광고를 보면 애국심의 발로로 가슴 뿌듯해한다. 가족이나 친척이 재벌 계열사에 들어가면 축하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한테는 자랑거리가 된다. 한편 재벌가 2세의 개인적 일탈이나 경제권력형 범죄행위를 뉴스에서 접했을 때는 심한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우리에게 재벌은 부러움과 사랑하는 대상인 동시에 미움과 증오의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재벌 대기업과 총수가 일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재벌에 대해 모순적이면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에 재벌 대기업은 선도적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냈고,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는 치열한 경제 전선을 돌파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국가로 도약하는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주었다. 국가 경제에 재벌이 기여한 바에 대해 반론의 여지는 없지만, 그 공로가 과연 몇 명의 총수나 정치지도자만의 몫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재벌이 형성되고 성장하는 데는 국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 국가에는 바로 대한민국 국민의 땀과 눈물, 헌신이 있었다. 과거에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정부가 재벌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고 우리 국민은 뜨거운 애국심으로 현대차와 삼성 휴대폰을 사줬다. 부모 세대의 높은 교육열로 양성된 유능한 인재가 그 대기업에 들어가 수출역군으로 활동했다. 결국 우리나라 대기업은 몇 명의 총수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자산인 것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은 기업을 인수할 때 노동자의 고용 승계를 고집하는 어진마음을 갖고 있고 공정 경제를 추구하는 정의로움을 갖고 있는 기업인으로 그려진다. 과거와 달리 경제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척된 이후 대기업 운영 방식은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지면서 엄격한 법적 제재를 받고 있다.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선도적으로 뛰고 있는 모든 기업인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는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어진 마음과 정의로움까지 갖춘 기업인들이 더욱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재벌도 단순한 선망과 질시의 대상이 아니라 전 국민으로부터 마음속 깊이 존경받는 기업가로 인정받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모두 재벌의 품격이라는 현실 속 드라마를 함께 만들어 보자.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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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2022-12-29 13:15:49
새해에도 좋은글 오래오래 계속되길 바랍니다.

연승흠 2022-12-23 18:45:05
갈수록 깊은뜻이 무겁게 느껴지는
글입니다.
새해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꼬옥!

유정석 2022-12-23 11:58:21
항상 멋지시고 화이팅 이십니다 ㅎ

백민성 2022-12-23 11:45:32
드라마 주인공처럼 어진마음을 갖고 있고 환경을 생각하며, 공정 경제를 추구하는 정의로움을 갖고 있는 기업인이 나올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직도 진회장 및 일가처럼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손종규 2022-12-23 11:23:19
재벌을 향한 우리의 이중적 잣대에 대한 꾸짖음과 대기업과 총수일가를 구분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네요. 품격을 지닌 재벌의 현실속 드라마를 함께 만들자는 방향을 제시해 주심에도 공감합니다. 남은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내년에도 좋은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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