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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별난서원 여백서원(餘白書院) 방문기 ①
  • 중앙신문
  • 승인 2019.03.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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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3월이 되자 유난히 매서웠던 2월의 칼바람이 어느 순간 멈춰 섰다. 모임에 참석차 집 밖으로 나서자 겨울 동장군의 위세에 잔뜩 움츠렸던 산과 들이 화사한 햇빛에 몸단장을 하며 봄이 왔음을 기분 좋게 알린다.

이달의 친목회 모임은 여주시 강천면 걸은리에 있는 여백 서원을 방문키로 하였기에 오전 10시 약속된 보건소 주차장에서 회원 10명이 승용차 2대에 분승하여 목적지로 향했다.

여주대교를 건너서 이정표가 가리키는 강천면 걸은리 마을로 들어서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최진호 회원이 여백 서원까지 안내를 자청한다 사실 여백 서원을 방문하게 된 동기는 재직 시 강천면장으로 근무했던 최진호 회원의 홍보 덕택이다. 그는 여백 서원의 존재를 회원들에게 두루 알렸고 솔깃한 회원들의 여백 서원을 방문토록 하는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다했다.

승용차가 옛 농로길 같은 작은 도로를 따라 얼마쯤 나가자 몇 채의 전원주택이 보였고 이어 고대광실 같은 기와집이 눈앞에 나타났다. 지은 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새 건물을 보자 한옥 열풍을 탄 부호 집 자택인 것 같은 생각이 얼핏 들었으나 차가 한옥집 앞에서 멈추자 이내 그런 생각은 기우에 지나쳤음을 깨닫게 된다.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 집안으로 들어서자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단아한 중년 여인이 미소를 띠며 일행을 반긴다. 서원을 방문하기 전 까지만 해도 머릿속 생각은 도포를 갖춰 입은 근엄한 훈장께서 손님맞이를 할 것으로 예상을 했었으나 아쉽게도 그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사뭇 몸 둘 바를 모르며 찾아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는 여인은 전직 서울대학교 독일어학과 전영애 교수라고 본인 소개를 한 후 일행의 이해심을 돕기 위해 여백 서원을 건축하게 된 동기와 그간의 건축과정을 여행사의 가이드처럼 재미있게 설명을 해준다.

본관과 신관 부속관 2동으로 나뉜 여백 서원은 말 그대로 본인의 노력과 제자와 친지들의 정성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국내보다는 독일 사회에 더 잘 알려진 것 같은 여백 서원은 괴테의 문학과 사상을 연구하는 전영애 교수의 부단한 노력에 호감이 가서 그런지 독일의 지식층과 문인들이 연중 찾아온다고 했고 국내의 후학들에게는 배움 의 시설로 전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관광객을 찾아볼 수가 없어 서원 유지관리에 경제적 어려움이 엿보인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건물구조를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신선함보다는 독일 문화를 전수하는 문화원의 구조와도 같아 보이고 생소함에 친근감이 멀어진다. 특히 건물 내부에 전시된 괴테의 서적과 조형물들로 인해 서원보다는 수련원 같은 시설로 착각이 든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외국문화에 있어서 독일 문화는 유럽 문화권이지만 프랑스 이태리처럼 화려 하지도 않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처럼 정열적이지도 못하다.

1.2차 세계대전의 영향을 받아선지 국민들의 생활 속에는 언제나 검소한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일제 식민지 문화의 잔재와 6,25 전쟁으로 미국의 양키 문화에 고무되었던 우리 사회가 독일 문화를 받아들이게 된 계기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5.16 군사혁명을 통해 새 정부를 수립한 박정희 대통령은 낙후된 경제 건설을 위해 5개년 국가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외국의 차관도입에 나선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 경제대국에 차관을 거절당한 박정희 대통령은 분단국가로 우리나라의 처지와 비슷하면서 고도 경제성장을 이룬 서독 정부에 차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당시 산업의 발달로 인해 인력이 크게 부족했던 서독 정부는 우리나라 광부와 간호사의 독일 고용을 조건으로 차관을 승인한다. 이를 통해 많은 간호사와 광부들이 서독으로 파견됐고 한국과 독일이 교류가 두터워졌다. 독일에 취업한 광부와 간호사들은 독일 문화를 자연스럽게 국내에 전파했고 우리나라 국민들도 독일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어 외에 제2국어로 독일어가 고등학교 교재로 채택되었고 대학에선 독일어학과가 인기 만점이었으며 독일 유학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여백 서원을 둘러보면 서원 주변에 기념식수로 심은듯한 어린 소나무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고맙게도 이 모두가 방문객과 학생들이 심어놓은 나무라 한다. 본건물로 이동하여 넓은 후원을 안내받던 도중에 작은 건물에 시선이 갔다 꼭 수도승이 기거하는 암자일 것만 같은 작은 건물은 묵상을 즐기는 교수와 문인들의 떠오르는 시상을 가다듬는 장소라 한다.

10평도 채 되지 않을 것만 같은 건물은 지붕에 기와를 얹히고 벽체 일부분은 통유리를 사용해 앉아있어도 후원 전면을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건물 주변을 보노라니 불현듯 전남 강진에 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다산 서원을 모방한 것 같은 생각이 언뜻 든다. 후원 관람을 마치자 산책로 같은 오솔길로 발길이 이어졌다. 괴테의 길이라고 명명된 오솔길에는 괴테가 쓴 시들이 작은 자연석에 새겨져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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