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칼럼]별난서원 여백서원(餘白書院) 방문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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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별난서원 여백서원(餘白書院) 방문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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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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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세계적 위인으로 추앙을 받고 있는 ‘괴테’ 그는 과연 누구일까? 학생 때 분명히 배운 것 같은데 세월 탓인지 영 떠오르지 않는다. 인터넷을 뒤져 간신히 찾아보니 괴테는 독일문학의 거장으로서 고전파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작가이며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었고 문학가 외에도 식물학 해부학 광물학 색체론에도 재능을 가졌던 자연 과학자라고 알려준다.

그의 저서로 57년간 걸쳐 쓴 대표작 (파우스트는) 괴테 인생의 경험과 당시의 문화와 사상을 표현한 걸작으로서 인간의 존재와 신에 대한 해석을 명쾌하게 담았고 생전에 쌓은 업적은 오늘날에도 위대한 학자요 문학가로 칭송을 받고 있다고 했다.

괴테의 산책로 길은 늘어선 시비로 인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글귀가 아름다운 시비 앞에서는 시낭송의 기회를 갖었고 야외 문학관이 되기도 했다. 구릉지 같은 작은 산의 정상에 오르니 마치 산불 감시탑과 같은 철재 전망대가 일행을 맞는다.
돈이 없어 볼품없게 지었다고 엄살을 부리는 전 교수의 말을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이면서 전망대에 오르니 고즈넉한 산 및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봄에는 굳이 명산을 찾지 않더라도 진달래꽃을 맘껏 감상하는 장소일 것 같고 여름에는 바람이 풍경 소리를 내며 에어컨을 대신할 것 같으며 가을과 겨울엔 오색단풍과 설경에 취할 것만 같은 전망대의 풍경에 너도나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구동성으로 기념사진을 찍자는 말과 함께 핸드폰에 영상을 담기에 바쁘다.
전망대에서 내려온 일행은 다른 방향의 산책로 길에 들어섰다. 방문객을 위해 조성된 호젓한 오솔길은 길가에 경계측량을 표시한 붉은색의 표지목이 볼썽스럽게도 자주 눈에 띈다.

의아심을 갖는 일행에게 돈이 없어 길만 삿다는 전 교수의 한숨이 실바람이 되어 허공을 가른다.
하산길의 산책로는 괴테의 명시로 인해 발길을 자주 멈추게 했다. 아름다운 시는 만인이 읽어야만 빛나는 법, 모임의 회장이신 백연택 회장님의 몇 차례 시 낭독과 착하게 살자는 괴테의 말을 논하는 분위기 속에 실컷 웃다 보니 어느새 신관 앞에 다다른다.

학생들의 연구과제 발표회와 지역주민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영화 감상실로 활용되고 있다는 신관은 인적이 없고 적막한 분위기 속에 묻혀 공허하기만 하다.
산새 소리를 뒤로 남기고 일행은 웅장해 보이는 본건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본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우선 방대한 서적들로 인해 위압감이 느껴진다.

괴테와 관련된 외국서적과 문학전집 그리고 국내의 문학서적과 논문을 수록한 도서들로 내부를 꽉채운 본관은 책의 보관량만 보고도 놀라웠다. 더구나 소중한 유품으로 남겨진 전영애 교수의 부친과 모친의 고서는 방문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어찌 보면 대궐 같은 한옥을 짓는 것 자체만도 힘든 일인데 전재산을 투입하여 서원을 조성한 전영애 교수의 시대적 감각성과 추진력이 학자 이기전에 여장부처럼 느껴진다.

서원이나 학교는 예나 지금이나 인재를 키우고 육성하는 곳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옛 서원은 허가 없이도 설립이 가능했으나 오늘날의 사설학교는 정부의 허가 없이는 설립이 불가능하다. 아마도 전 교수는 퇴직 후 학문의 연구목적과 더불어 후학을 육성하기 위한 결심으로 여백 서원을 설립한 것만 같았다. 본관 내부 설명 청취와 독일 여행 중 괴테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끝으로 일행은 여백 서원의 관람을 모두 마쳤다.

이어 모임을 대표로 백연택 회장님의 여백 서원을 위한 건배제의와 회원들의 힘찬 박수로 감사의 예를 표시를 한 후 여백서원을 나섰다.

짧은 만남이 아쉬운 듯 주차장까지 따라 나서며 배웅에 나선 전영애 교수에게 불현듯 독일어로 고마움의 인사 한마디를 건네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배움을 게을리 해 텅텅 빈 머릿속은 간단한 생활용어 조차 영 기억을 못한다. 곤경의 일순간 그래도 잔머리는 상황 판단을 하였는지 능청스럽게도 말 못 하는 벙어리 행세를 연출하며 위기상황을 모면케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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