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신곡8지구 "아직 사람 사는 동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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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신곡8지구 "아직 사람 사는 동네인데"
  • 권용국 기자  ykkwun62@naver.com
  • 승인 2024.01.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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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구역 지정 5년째…사업 장기화에 주민 치안 걱정
사업 장기화에 폐허로 변해가고 있는 김포고촌신곡 8지구 전경. (사진=권용국 기자)
사업 장기화에 폐허로 변해가고 있는 김포고촌신곡 8지구 전경. (사진=권용국 기자)

| 중앙신문=권용국 기자 | "워낙 별일 많은 세상인데, 불안해서 살 수 있겠어요"

10일 김포시 고촌복지회관에서 만나 A씨(76)가 손주가 다니는 초등학교 등굣길을 따라 계획된 도시개발사업 현장을 가리키며 "매년 내년 내년 하는데, 벌써 저런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게 5년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심 한가운데 흉물이 되다시피 해 시와 읍사무소에 방범 시설을 확충해 달라는 민원을 내도, 언젠가 되겠지 해서인지, 아니면 돈(예산)이 없어서인지 대충 청소 정도만 하는 것 같다"며 "나 같은 노인네도 밤에 다니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복지회관과 보행로 겸 차도를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 위치한 이곳은 연립과 단독주택이 밀집한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2011년 1월 김포시 도시관리계획에 따라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신곡8지구.

장동장수 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김포골드라인 고촌역과 직선거리로 400여m, 고촌읍행정복지센터와도 걸어 다닐 정도로 가깝다. 사업지구 동쪽 방향으로는 행정복지센터에서 고촌초등학교까지 직선으로 뚫린 270여m의 보행로를 경계로 1만7600여㎡ 규모의 신곡노을공원과 마주해 있고 주변으로는 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 있다.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지 7년만인 2018년 주민제안으로 도시개발구역지정과 함께 개발계획이 고시되면서 주민들은 지역주택조합이 건넨 이주비를 받고 하나둘 마을을 떠나기 시작해 280여 세대가 살고 있던 마을에 지금은 60여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이 금방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라 장기화되면서 인적이 끊긴 마을은 빠르게 폐허처럼 변해가고 있다.

아직 이곳에 살고 있다는 B씨는 "월세부담에다 이주비로는 이사할 엄두도 못내 그냥 살고 있지만, 다니는 사람도 없고 빈집이 많아 낮에 집에 있는 것도 무서울 정도"라며 "사업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지만, 방범과 쓰레기 문제가 제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적이 끊긴 신곡8지구 사업지구 안 동네. (사진=권용국 기자)
인적이 끊긴 신곡8지구 사업지구 안 동네. (사진=권용국 기자)

사람의 발길이 끊긴 마을의 미로처럼 뚫린 골목에는 철거를 기다리듯 낡은 벽을 따라 줄지어 비계가 설치된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겨울 찬바람을 견뎌내고 있었다. 바람에 찢긴 채 나부끼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득'이라고 쓰인 현수막은 마을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했다.

'철거 예정'이라는 붉은 페인트 글씨가 새겨진 벽을 따라 만난 건물의 철문과 창틀은 온대 간데 없고 마당과 방안 가득 쓰레기더미만 가득했다. 이렇다 보니 이곳을 바라보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걱정도 적지 않다.

복지회관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이 동네 길이 행정복지센터나 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지름길이었는데, 지금은 다니기가 꺼림직 서러워 한참을 돌아가고 있다"면서 "미관적으로 보기 좋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통학로와 주민 이용이 많은 공원과 맞붙어 있어 치안 문제가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시가 공사가 시작된다고 고시한 것 같은데, 지금 봐서는 언제 될지 모르겠다"며 "공사 전까지라도 주민불안을 덜어줄 대책을 세워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의 안이한 자세에 불만을 털어놨다.

한편, 시는 지난 2021년과 2022년 이 사업을 위한 환지계획과 지역주택조합 설립 인가에 이어 오는 2026년까지 462세대를 공급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건설사업계획을 지난해 8월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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