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만남과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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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만남과 인연
  •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moon-jack68@daum.net
  • 승인 2023.11.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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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중앙신문=​​​​​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만남이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 또는만나서 관계나 인연을 맺는 일이며 유의어에 교제, 미팅, 일면(一面:모르는 사람을 처음으로 한번 만나봄)이 있다. 만남은 우연한, 의도적, 업무상 만남 등이 있지만 대체로 사회적으로 학교, 군대, 직장, 조직이나 단체 등에서 만남이 주()를 이룬다고 보아야 한다. ‘모든 만남은 우리에게 삶의 성숙과 진화를 가져온다. 다만 그 만남에 담긴 의미를 올바로 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지만, 그 메시지를 볼 수 있고 소중히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만남은 영적인 성숙의 과정이요, 나아가 내 안의 나를 찾는 깨달음의 과정이다.’ 대원정사 주지, ‘목탁소리유튜브 운영자, 저술가이신 법상 스님의 말씀이다.

소천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정채봉 작가는 그가 쓴 에세이 만남에서 만남의 종류를 6개로 분류했는데, “첫째는 생선 같은 만남으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는 원한을 남기게 되는 만남으로, 이런 만남은 오래갈수록 부패(腐敗)한 냄새, 악취(惡臭)를 풍기며 만나면 만날수록 비린내가 나는 역겨운 만남이고, 둘째는 꽃송이 같은 만남으로, 풀은 쉽게 마르고 꽃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의미)이라는 말처럼 오래가지 못하는 것으로 피어있을 때는 환호하지만 시들면 버려지는 만남이고, 셋째는 지우개 같은 만남으로 반갑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싫은 것도 아니지만, ‘만남의 의미가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는 시간이 아까운 만남이고, 넷째는 건전지와 같은 만남으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말처럼 힘이 있을 때는 지키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버리는 가장 비천한 만남이며, 마지막으로 손수건 같은 만남으로 상대가 슬플 때 눈물을 닦아주고 그의 기쁨이 내 기쁨인 양 축하해 주고 힘이 들 때는 땀도 닦아주는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가장 잘못된 만남은 첫 번째이고, 가장 아름다운, 잘된 만남은 마지막인데, 특히 평생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자와의 만남으로 젊어서는 금슬 좋게 살아올 때는 손수건 같은 만남이었지만 노년이 되어 바위에 계란을 던지듯, 여름날의 식혜 맛이 변해버리듯사랑도 정()도 다 떨어져 버리는 만남은 첫 번째의 생선 같은 만남과 두 번째 꽃송이 같은 만남그리고 특히 네 번째의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노년에 힘도 능력도 다 떨어져 버린 남자, 남편의 신세(身世:한 사람의 처지나 형편)를 말하려 하는 것이다. 영어단어 행복 ‘happiness’happen(우연히 일어나다, 발생하다)에서 유래(由來)된 것으로, 어찌 보면 행복도 우연이고 일순간이라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이란 사람을 잘 만나야 하고 관계를 잘 맺는 것도 복()이며, 그 관계를 잘 이어나가는 것은 더 큰 복()인 것이다. 부모, 자식, 형제의 만남은, 숙명(宿命: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러나 부부의 만남은 인연이고 운명(運命: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이다. 만남은 인연이지만, 또한 인연은 관계이고, 관계는 노력이다. 인생살이,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인복(人福), 인덕(人德)이 있어야 하지만 평생행복, 특히 노년 행복은 배우자 복()이 있어야 한다. 평생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고 살아가야 하지만, 평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은 배우자선택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사람은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쁜 것(성격, 행동)은 더 심해져 가는 것이다. ‘()에서 해가 뜨는 이치와 같다.

인연이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나 연줄의 의미이고 일의 내력(來歷:겪어온 자취) 또는 이유를 말할 때 쓰이기도 하며, ‘원인이 되는 결과의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춘원 이광수 선생은 인연을 생명을 가진 것 치고 안전한 것은 없다. 인연이 닿는 시각을 피할 도리는 없으며, 그것을 피하는 첫길은 인연을 맺지 않는 것이며, 이왕 맺은 인연이거든 앙탈 없이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둘째 길이다.’고 말했으며, 혜민 스님은 사람과의 인연은 본인이 좋아서 노력하는 데도 자꾸 힘들다고 느껴지면 인연이 아닌 경우이며, 될 인연은 그렇게 힘들게 몸부림치지 않아도 이루어지므로 너무나 힘들게 하는 인연은 그냥 놓아주어라고 말한다. 사자성어 거자불추(去者不追)와 내자불거(來者不拒)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뿌리치지 말라는 말이고 회자정리(會者定離)사람은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라는 인생무상(人生無常)의 의미로 불교의 근본적 개념인 윤회(輪回) 사상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그런데 세상 이치가 헤어짐이 있으면 설레는 새로운 만남이 있기도 하다.

본래 인연의 이치는 각자의 삶에서 가장 필요할 때 나타는 법이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 법이며, 그 행운을 바꾸는 것은 나 자신이다.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에서 얼마나 고운 인연이기에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 눈물 짜 내어도 뗄 수 없는 그대와 나, 인연인 것을 내 숨결의 주인인 당신을 바라봅니다. 내 영혼의 본향(本鄕:본디의 고향)인 당신을 향해 갑니다.’처럼 소중한 인연, 변함없는 마음으로 고이 간직해야 한다. 또한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서 그리워하는 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간다 간다 하기에 가라 하고는 가나 아니 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아라.’ 그리고 오늘도 당신과의 인연, 그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며라는 명 구절이 나온다. 시인 신희상 님의 시() ‘인연을 살릴 줄 알아야 한다.’에서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모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아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고, 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안다. 살아가는 동안 인연은 매일매일 일어난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육감(六感:오감 이외의 감각인 사물의 본질을 직감적으로 포착하는 심리작용)을 지녀야 한다. 사람과의 인연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이 사실은 인연으로 엮여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인연을 맺기도, 헤어지기도 한다. 어찌 보면 삶의 인연은 실타래와 같기도 하다. 인연의 실로 이어지고, 삶의 무게로 말미암아 끊어지기도 하고, 매듭이 생기기도 하며 인연의 연속에 살아간다. 이런 인연의 실타래 속에서 인연이 곱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기만을 기대해 볼 뿐, 모두가 순탄치만은 않은 법이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악연도, 아쉬운 짧은 인연도 모두 삶의 실타래의 인연 속에 있는 법이다. 생각해 보면 인연을 제대로 보지 못한 어리석음이 내게 있는 지도 모른다. 빛나는 인연을 찾지 못하고, 만났어도 제대로 처신을 못한 것은 바로 내 잘못이기도 한 것이다. 한 번쯤 내가 맺고 있는 인연에 대해 반문(反問) 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나는 당신에게 어떤 인연인가? 흘러지나 가는 인연인가, 만나 빛나는 인연인가, 아니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인가?’

이 시대의 정신적 스승이시고 무소유(無所有) 정신으로 유명하셨던 법정스님은 진실한 인연을 맺어 놓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씀을 생전에 남기셨다. 그렇다. 인간이 인연을 맺을 때 상대를 보는 기준으로 불가결(不可缺:없어서는 안 됨) 한 세 가지에는 첫째는 진실성, 둘째는 인정(人情:남을 동정하는 마음씨), 인간미(人間味:인간다운 따뜻한 맛), 마지막으로 노력이다. 사실 인간관계의 인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정, 인간미 없는 사람과의 인연은 종국(終局:끝판)에 가면 악연으로 끝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간과(看過)해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인간관계에서의 인연은 상대에게서 따뜻함, 포근함을 느끼는 것이 오래 지속되고 끝이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는 요건(要件:필요한 조건)들 중에서도 으뜸 중 으뜸이라고 단언(斷言:주저하지 않고 딱 잘라 말함)한다. 법정스님은 덧붙여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좋은 결실을 맺는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고 말씀하셨다. 누가 뭐라 해도 좋은 인연이란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니라 끝이 좋은 인연인 것이다.

그런데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인연 중 끝이 좋은 인연이 얼마나 될까?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하늘이 맺어준다는 가족, 부모자식, 형제자매는 필연(必然)이자 숙명(宿命)이다. 그러나 그 필연, 숙명도 어쩌다는 깨지고 상처 내고 아픔으로 끝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그 인연 줄만은 동아줄(굵고 튼튼하게 꼰 줄)처럼 지키고, 지키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남남인 이성, 사랑하는 사이인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인연은 어떠한가? 누구나 서로 사랑해서 만나 연인으로 배우자로 인연을 맺는다. 서로 사랑을 주고받을 때는 없으면 보고 싶어 죽겠고’, ‘하늘의 별도 따다 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지만, 세월이 흘러 이런저런 연유(緣由:사유)로 거리가 멀어지고 감정이 상()해지면 옆에 있으면 보기 싫어 죽겠고혼자 있으면 증오심이 복받쳐 오르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험담(險談:남을 헐뜯어서 말함)을 늘어놓기 일쑤(흔히, 또는 으레 그러는 일)이다. 그래서 잘 만나면 축복이요, 잘못 만나면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讐:하늘에 사무치도록 한이 맺히게 한 원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사람 한 사람과의 만남이 인연이 되어 내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소중한 만남은 절친(切親:더할 나위 없이 친한 친구)도 되고 연인이나 배우자가 되기도, 그리고 은인(恩人)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잘 만나게 되면 그 만남이 내 성공이나 행복이 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하지만, 잘 못된 만남은 때로는 패가망신(敗家亡身:재산을 다 없애고 몸을 망침)하거나 내 삶이 나락(那落: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 상황)으로 빠지게 되어 헤어 나올 수 없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되기도 한다. 모든 만남은 소중하기 그지없다(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만남이 인연으로 이어갈지에 대한 선택은 본인 몫이다. 설령 만남의 기간이 짧아도 인연이라고 생각되면 소중함을 넘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관계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만남을 이어갈지, 아니면 절연(絶緣:관계나 인연을 완전히 끊음)할 것인지에 대한 삶의 지혜’, 신중함과 과감(果敢)한 결단력(決斷力)이 필요하다. 특히 인연이 아닌 경우는 가차(假借:사정을 보아줌) 없이 끊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아닌 사람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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