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중앙신문 | 실업급여 문제가 여전히 화두다. 정부의 전면 개편에 정치권이 나서면 새로운 국면을 맞은데 이어 일부 노동계 반발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기류는 정부의 실업급여 폄하에 대한 인식이 팽배한 탓도 있어 앞으로의 추진에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려고 연 여당 공청회가 끝난 지 일주일이 가까워 오지만 변변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당정은 “최저임금이 179만원인데 실업급여는 184만원”이라며 실업급여 하한액을 없애고, 실직 전 받던 임금의 60%만 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최소 120일, 최장 270일 동안 지급된다. 비자발적인 실직이어야 하고, 실직 전 18개월간 최소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또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조건이 느슨해 도덕적 해이, 편법 수급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도 실직 전 6개월만 일해도 4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고 수급 횟수에도 제한이 없어 수급 조건만 갖추고 사실상 자의로 실직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5년간 3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는 반복 수급이 최근 5년간 24.4% 증가했는데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동일 직장에서 24번 실업급여를 탄 사례까지 있었다. 이 같은 사안에 비추어 정부는 실직 근로자의 생계 안정을 지원함으로써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본연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보다도 실업급여 수급자의 수급기간 내 재취업률이 낮은 것에 더욱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업급여가 재취업을 위한 목적보다는 다른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부정수급도 심각하다고 본 것 같다. 거기다 지원인 고용보험기금 고갈도 엄두에 뒀을 공산도 크다. 참고로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3조8870억원 적자 상태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실업급여 개선의 당위성은 인정된다. 하지만 전체를 싸잡아 폄하하고 마치 일부 실업급여 수급자의 일탈이 전체 인양 호도하면서 개편의 명분을 쌓으려는 정부의 행태는 옳지 않다. 실업급여는 노동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다져온 사회보험이다. 또 근로자가 취업 중에 낸 보험료를 실직 후 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개편안을 서둘러 조정하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좀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