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키즈존은 어린이 차별이자 저출산 극복의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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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키즈존은 어린이 차별이자 저출산 극복의 걸림돌
  • 김상현 기자  sanghyeon6124@naver.com
  • 승인 2023.06.3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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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기자
김상현 기자

| 중앙신문=김상현 기자 | 포털사이트 시사상식사전에 노키즈존(No Kids Zone)은 ‘영유아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를 가리키는 신조어’라고 한다. ‘성인 손님에 대한 배려와 영유아 및 어린이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한다’는 설명이 붙는다. 노키즈존에 대해서는 영업상 자유라는 견해와 영유아를 잠재적 위험 집단으로 설정하고 사전에 차단해 버린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최근 서울시가 저출생 대책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하나로 ‘서울키즈 오케이존’를 시행하면서 호평 받고 있다. 접수 9개월 만에 500개 넘는 업소가 동참했다. 참여 업소에는 지원금도 준다. 지금까지 나온 저출산 극복 정책 중 단연 돋보이는 역발상 정책이다.

언젠가부터 어린이들의 출입을 막는 음식점, 카페 등이 많아져서 젊은 부모들이 ‘키즈카페’나 ‘놀이공원’ 등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의 외출 폭과 범위는 더욱 협소해져서 요즘 어린이들은 다른 세대들에 비해 ‘인터넷’과 ‘모바일’에 보다 더 많이 노출됐다.

주위를 둘러봐도 어린이들이 활기차게 뛰어노는 모습을 접하기가 어렵다. 등하교 시간이 아니면 거리나 공공장소에 어린이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어릴 때는 어떠했는가? 주변에 아이들 천지였다. 대중교통을 타거나 음식점을 가도 아이들이 뛰어놀거나 소란 피우는 일이 많았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함부로 ‘시끄럽다’고 꾸짖지도 않았다. 어른들은 알고 있다. 어릴 때는 뛰어다니고 소란을 피우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그랬던 어린이들이 기성세대가 되니 다음 세대인 지금의 어린이들을 차별하는 모양새를 은근히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노키즈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생긴 이유는 이것을 만들고 시행하는 이들이 바로 ‘참을성이 부족한 어른’이기 때문 아닐까. 업종 특성상 어린이가 출입하면 안 되는 곳은 이해하겠다.

하지만 식당이나 카페가 ‘노키즈존’ 딱지를 붙이는 것은 그 업주의 인내심과 친절도를 의심해봐야 한다.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이 어릴 때 당시의 어른들은 당신을 배려하는 일이 많았을 것이다(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런 당신은 많은 세월이 흘러 후배 세대들을 역차별하는 것은 아닐지.

한 사회의 성숙도는 마냥 ‘엄숙함’, ‘조용함’, ‘정숙함’만은 아니다. 그런 건 독서실에서나 필요한 덕목이다. 요즘은 도서관에서도 어린이들은 떠들고 놀 수 있다. 어린이열람실에서는 웃고 떠들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도서관이 도심가의 서점처럼 자유롭게 대화하는 공간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면 당신은 도서관을 자주 찾지 않으면서 어쩌다 도서관에 가면 엄숙함을 요구하는 사람일 것이다. 책은 소란한 와중에서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천진난만하고 활발함, 호기심과 창의성이 왕성한 어린이들로부터도 배울 점들이 많다. 어린이들은 새로움과 특별한 것에 무척 뛰어난 지적 능력을 보인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이끌고 가르쳐주면서 동시에 어른으로서 성숙해가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매사에 ‘안 되는 것’들이 많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등등 어린이들에게 ‘아직 안 돼’, ‘하지마’ 등을 무수하게 주의 준다. 그런 어린이들에게 ‘노키즈존’은 “너는 떠들거나 다칠 수도 있으니 들어오지마”, “우리 가게 음식 먹지마”라는 차별이나 마찬가지다. 관용이 부족한 사람들의 용어와 공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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