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허찬회 기자 | 지난 20일 우리나라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각자 12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았다. 그런데, 지급 받은 월급을 보며 “나는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했으니까”라며 당당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될 까 궁금하다.
매년 국회의원이 받는 국민의 혈세는 1억5천만 원이 넘는데, 이는 1인당 GDP 수준을 기준으로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말 일을 잘해서 받는 걸까? 받는 돈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그 만큼 일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하고 있을까?
한국 국회의원들이 받는 월급의 절반만큼이라도, 현재 누리는 기득권과 특혜의 3분의1 만큼이라도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20년 만에 전원위원회가 열렸다. 그런데 얼마 전 전원위원회에 올릴 정개특위의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원 정수 확대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사실 찬반 여부를 떠나 ‘의원 정수 확대’는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주제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더 늘어나는 것을 국민이 원할까. 최근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세비 총예산을 유지해도 국회의원의 수를 늘리면 안 된다는 국민이 71%에 달한다.국민들로선 지금도 국회에 들어가는 예산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국민이 국회를 못 믿는다’ 이거다.
평소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한 일을 잘하는 국회를 만들었다면 국민이 3분의2 이상이 국회의원들을 불신하겠나.
‘국회의원 세비 반납’, ‘국회의원 세비 셀프 인상’은 잊을만하면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슈들이다. 또, 국회의원이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뉴스가 나와도 국민은 냉소, 안 믿는 것이다.
반대로, 국회의원 연봉이 인상된다는 뉴스가 나오면 분노한다. 국회의원들이 어차피 일을 제대로 하던 안 하든 따박따박 세비를 받아 가는데, 자기 월급을 국민 눈높이와 전혀 무관하게 자기들끼리 결정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관련 뉴스만 봐도 짜증이 나는 거다.
이번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비슷할 꺼다. 어차피 ‘국회의원들 밥그릇 문제 아니냐’고 냉소하는 거다. 국민 입장에선 가뜩이나 못 믿을 국회의원인데, 근본적으로 그 못 믿을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일을 국회의원들끼리만 정하도록 하니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냉소다.
선거제도 개편이든, 국회의원 정수와 세비에 관한 문제이든 지금 국민이 국회를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늘 염두에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논의해야 한다. 국민 보기에 이 모든 의제에 대한 이해관계자가 국회의원들만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세비·정수를 국민이 참여하는 제3기구가 만들어 져야 한다. 국민이 참여해 국회의원 연봉 셀프 인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영국 같은 나라에선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완전히 내려놓고,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사안들에 대한 결정권은 국민이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조금이나마 해소된다.
곧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조사 절차도 진행된다. 선거법 개정 시한인 이달 10일까지 선거법 개정이 국회에서 불발되면, 이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조사 위원회에 백지위임해야 한다.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 역시 국민들 보기에 ‘그들만의 리그’, ‘국회의원들 끼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논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선수가 룰을 정한다’는 비판과 불신, 냉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인 국민들의 직접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