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서당 야몽야몽] 예(禮)와 화(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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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산서당 야몽야몽] 예(禮)와 화(和)
  • 강태립 웅산서당 훈장  woongsan88@hanmail.net
  • 승인 2024.02.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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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립 웅산서당 훈장
강태립 웅산서당 훈장

| 중앙신문=강태립 웅산서당 훈장 | 경제가 발전하고 세상이 변하면서 가장 먼저 없어지는 말이 ()’조화(調和)’인 듯하다. 모두가 성공을 위해 직선으로 달려가고 경제의 노예가 되어 부모 형제도 돌아보지 않고 살아가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잘살게 되면 더욱더 사람 노릇을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망상이었나 보다. 극히 일부이지만, 판사·변호사·의사·검사 등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진 분들도 재물 앞에 영혼을 팔기도 하고, 연봉이 안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노조라는 단체를 만들어 집단의 이익을 위해 온 국민을 볼모로 잡기도 한다.

진짜 힘없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단체를 만들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면서도 누구 하나 원망하지 못하고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지낸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옳고 그름도 모두 다양성 사회라고 인정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어른들께 사용하는 존댓말도 사라져 가고, 지혜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위기가 사라지다 보니 그저 돈 잘 벌면 성공한 인생 취급받는 세상이 되었다. 나의 옳음을 지키기보다 좀 불편하지만 남과 조화를 이루어 사는 법을 잊어가고, 자신의 부족함을 찾아 지혜를 더하려는 생각은 버리고, 자신을 인정받으려 하면서 남과 함께하려 하는데, 이는 기름을 지고 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우매한 일임을 알지 못한다.

병은 조금 나아지는 데서 더 큰 병이 생기고, 사람이 되지 못한 사람이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는 데서 불행의 구렁에 빠지기도 하며, 능력보다 잘살게 되면 오만해지고 결국 외톨이가 되기 쉽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축구 국가대표 일들도 모두 축구계에서 일가를 이룬 선수들이기에 조화가 어려웠던 탓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그만큼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모이면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이유는 가 없어서다. 논어에 예지용 화이귀(禮之用 和爲貴)’라는 문장이 있다. ‘예의 사용은 조화가 귀하게 됨이라는 뜻으로, 조화를 알아 예로 절제하지 않으면 무엇도 행하기 어려움을 말하는 내용이다.

경제도 생물 같아 계속 발전하지 않으면 머무르지 못하고 퇴보하고 만다. 모든 단체나 개인 또는 가정의 일원이 조금씩 양보하고 지도자를 믿고 합심해야 부족해도 발전한다, 자신의 알량한 경험이나 지식으로 지도자를 대안 없이 헐뜯기만 하고 따르지 않으면 그 단체나 가정은 잘못되기 쉽다. 각 개인이나 단체의 잘못을 이해해 주고 넘어가기는 쉽지만, 잘못을 방치하면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앞날의 일은 누구도 알기 어렵지만, 단합된 마음과 무언가를 하려는 마음이 충만한 사람이나 단체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

먹고살 만하다 하여, 잘못된 경보를 보고도 쉽고 편하게 여기거나, 어떻게 되겠지, 또는 누군가 하겠지 하면 결국은 모두가 잘못된 길로 가게 된다. 사람도 동물이어서 움직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손 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편하게 살 수 있어도 자신이나 주변을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건강해진다. 먹은 양보다 움직임이 적어 비만이 생기고 자신의 경험만 중시하고 넓게 공부하지 않아 교만해진다.

누구를 만나도 행복하려면, 남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을 알려고 노력해야 하고, 사람이 평생 행복하려면 쌓아놓은 재산보다 지금 하는 일을 즐거워해야 한다. 먹고사는데 여유가 생겼다고 그 사람의 생각이 옳은 것도 아닌데, 조금 있다고 없는 사람 무시하지 말고, 재산의 유무나 지위 고하(高下)를 떠나 옳고 그른 것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더 발전해야 한다. 누군가는 할 거라고 말하지 말고, 내가 앞장서서 국가나 사회 가정을 위해 노력하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해야 함이 옳지 않을까? 예로 절제된 조화! 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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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금 2024-03-05 18:28:32
나의 부족함을 찾아 지혜로 채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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