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고집이란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팀, 또는 그렇게 버티는 성미(性味:성질·마음씨·비위·버릇 따위의 총칭)’ ‘마음속에 남아있는 최초의 심성(心性)이 재생(再生)되는 일’의 의미이며, 유의어에 이퉁(제 생각만 굳게 내세우며 버티는 것), 오기(傲氣), 견집(堅執), 아집이다. 아집이란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의 의미이며 불교에서는 ‘자신의 심신(心身) 가운데 사물을 주재(主宰)하는 상주불멸(常住不滅:없어지지 않고 영원히 있음)의 실체가 있다고 믿는 집착, 선천적인 것인 구생(俱生: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선천적인 번뇌)과 후천적인 것인 분별(分別:사물을 종류에 따라 가름)로 나눈다.’로 유의어에 고집과 인집(人執)이 있는데, 인집과 아집은 곧 ‘자아(自我)에 대한 집착’이다.
고집과 아집은 같은 듯 다르다. 그 차이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자신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티는 것’이 고집이라면, ‘자신의 논리가 틀렸음을 알면서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아집이다. 고집의 활용(活用:동사, 형용사, 서술격조사의 어간에 여러 가지 어미가 붙는 형태로 ‘고집이 세다’, ‘고집을 부리다’, ‘고집을 피우다’, ‘고집을 꺾다’, ‘고집을 버리다’)가 있다. 고집이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버티는 것’으로 공자님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쓴 ‘중용’에서 나왔다. 본래는 부정적 의미이지만, 개인의 신념이나 투철한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하는 행위로 쓰이는 경우는 긍정적 의미로 ‘고집스럽다’라는 표현으로도 사용되며, 장인(匠人;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외골수(단 한 곳으로 파고드는 사람) 인생을 ‘고집’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자신의 신념을 꼿꼿이 지키는 행위’ 또한 고집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그리고 주관(主觀:자기만의 견해나 관점)과 원칙’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고집은 유익할 때가 있다.’ 미국의 성직자, 사회교육가 헨리 워드 비처의 말인데, ‘불가한 것을 가지려 고집하면 가능한 것 까지도 거부당한다.’ 스페인의 소설가 세르반데스의 말도 있다.
아집의 활용은 ‘아집이 강하다’, ‘아집이 세다’, ‘아집에 빠지다’, ‘아집을 버리다’로 쓰인다. 아집은 개인의 사념을 지키는 방식으로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면을 말하는 것이다. 고집과 아집의 공통적인 의미는 ‘내 자신의 뜻을 세우고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점’은 같은 의미이지만 극명하게 고집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아집은 ‘그런 것이 없다’는 점에서 갈리게 된다. 특히 고집은 ‘합당한 이유’를 말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아집은 ‘합당한 이유도 없고 말하지도 않고 끝까지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아집의 폐해(弊害)는 생각의 범위가 좁아서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중심의 한 가지 입장에서만 사물을 보기 때문에 아집에 사로잡히면 사고가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하고 폐쇄적(閉鎖的:외부와 통하거나 교류하지 않음)이 된다. 그런데 아집은 대체로 성장배경과 생활환경에 길들여져 습관화된다. ‘아집이란 자신만이 모든 문제의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집을 버리는 것은 기꺼이 자신의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에 상처 입은 사람을 위한 마음의 처방전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을 쓴 미국의 세계적 베스트셀러작가 심리학자 로빈 노우드의 말이다.
고집과 아집의 형제, 친척뻘, 이웃관계에 있는 말들에는 무엇이 있는가? 여러 개의 단어가 있다. 생고집, 외고집, 쇠고집, 벽창호, 억지(‘어거지’는 비표준어), 소신, 신념, 독선, 집념, 집착, 뚝심, 자존심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모든 단어들이 글자도 다르고 각각 의미도 조금씩 다르지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며,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나에게는 좋게, 남을 비난할 때는 악의적으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생고집’은 ‘별다른 이유 없이 부리는 고집’, ‘외고집(땅고집, 똥고집, 옹고집)’은 ‘융통성 없이 외곬으로 부리는 고집’, ‘쇠고집’은 ‘몹시 센 고집’, 또는 ‘그런 고집이 있는 사람’의 의미로 ‘소가 고집이 강하다’에서 ‘소처럼 고집이 세다’의 의미이다. 이전부터 회자(膾炙:널리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되어지고 있는 성(姓)씨 별 고집으로 안(安), 강(姜), 최(崔) 고집이 있다. 구체적으로 최 씨 고집이 강 씨 고집을 못 이기고, 강 씨 고집이 안 씨 고집을 못 이긴다는 말로, 한 마디로 고집하면 ‘안고집’이라는 말인데, ‘안고집’은 세조 때 순흥 안 씨 가문, ‘강고집’은 고려 말 충신 강회중, ‘최고집’은 고려 말 충신 최영장군의 충절(忠節:충성스러운 절개)에서 유래된 것으로 ‘충성심과 의(義)를 지키기 위한 고집’이었다. 그 외에 ‘황(黃) 고집(조선 영조 때 황순승선생 이야기에서 유래)’, ‘옹(壅:막힐) 고집(고전 소설에서 유래)’이 있다, 벽창호는 ‘고집이 세며 완고하고 우둔하여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 외골수이며 무뚝뚝한 사람’의 의미로 고집불통, 고집쟁이, 고집통이 유의어이다. ‘억지’는 ‘잘되지 않을 일을 무리하게 기어이 해내려는 고집’을 의미하는 것으로 심술, 떼, 무리(無理:힘에 부치는 일을 억지로 우겨서 함)라는 말이 유의어이다. 소신(所信)은 ‘굳게 믿는바, 생각하는바’의 의미로 신념(信念)과 견해(見解)가 유의어이다. 독선(獨善)은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의 의미로 독단(獨斷), 독선기신(獨善其身)이 유의어이다.
집념(執念)이란 ‘한 가지 일에 매달려 마음을 쏟는 것’, 또는 ‘그 생각이나 마음’의 의미로 고집, 열중, 의지가 유의어이다. 집착(執着)은 ‘어떤 것에 대해 계속해서 얽매여, 계속해서 마음이 쓰이는 것’ ‘어떤 것이 마음에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의 의미이며 고착(固着), 애착(愛着)이 유의어이다. 뚝심은 ‘굳세게 버티거나 감당하여 내는 힘’, ‘좀 미련하게 불뚝 내는 힘’의 의미로 강단(剛斷: 어떤 알을 야무지게 결정하고 처리하는 힘, 굳세고 꿋꿋하게 어려움을 견디는 힘)이나 근력(筋力:일을 능히 감당해 내는 힘, 근육의 힘) 그리고 뒷심(어떤 일을 끝까지 견디어 내거나 끌고 가는 힘), 뼜심(육체적 바탕이 되며, 몹시 어려운 처지를 이겨 나가려고 할 때 쓰는 힘)이 유의어이다. 자존심(自尊心)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의 의미로 긍지(矜持)가 유의어이다. 여기서 자존심과 고집은 서로 상당히 관계가 깊은데 자존심 강한 사람들은 때론 ‘저 사람 고집 정말 세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자존심과 고집의 차이는 ‘능력이 있어 끝까지 물고 늘어지거나, 의견을 굽히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을 자존심이라고 한다면, ‘능력도 없으면서 물고 늘어지는 것,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화(火)만 내는 것, 자신의 잘못된 믿음과 신념만을 주장하는 것’은 고집, 그리고 아집이 된다.
‘깨우침’이란 ‘무지와 아집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고 ‘가난과 무지(無知)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배움’이다. 우리 인간은 살아가면서 배우기를 멈춰서는 안 되고, 그 끊임없는 ‘배움에서 깨우침’ 가운데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만 삶의 질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품격, 품위 있는 삶을 영위(營爲)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벼(나락)를 수확해 탈곡(脫穀)하고, 그것을 도정(搗精:곡식을 찧거나 쓿음)한 다음 씻어서 솥에 물과 함께 넣고 불을 지펴 지어야 우리가 먹고 육체적 양식(糧食:생존을 위해 필요한 사람의 먹을거리, 비유적으로 지식이나 사상의 원천이 되는 것)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도정의 이치(理致)’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고집과 아집이 긍정의미로 때로는 부정의미로 생활 속에서 행해지고, 반복되며 돌이켜 반성도 하며 명실공(名實共) 히 자신의 생활 속에서 긍정적으로 자리 잡히게 해야 하겠다. 한 마디로 부릴 때 안 부릴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어제보다 나은 오늘, 내일이 된다.
끝으로 공자님 말씀을 인용한다. 논어(論語) 자한 편(子罕編)에 나오는 자절사(子絶四:공자님은 네 가지가 없으셨고, 하시지도 않으심)는 ‘무의(毋:말 무 意:뜻 의) 무필(毋 必:반드시 필) 무고(毋 固:굳을 고) 무아(毋 我:나 아)’로 ‘사사로운 의견이 없으시고(마음대로 생각하시지 않고), 기필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도 없으시고(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기약하지 않으시고), 고집을 피우시지도 않았으며,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 없으셨다.’ 의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울림을 주는 말씀으로, 원만한 인간, 대인관계에 도움이 되도록 ‘생활 속 지혜’로 삼을 만한 명언 중 명언인 것 같다.
이 글의 궁극적 목적은 다음 세 부류, ‘정치인의 고집과 아집 그리고 소신과 독선’, ‘여자, 특히 아내의 고집과 아집 그리고 억지와 오기’, ‘남자의 신념과 집념 그리고 고집과 끈기’를 말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