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김완수 국제사이버대 교수(前 여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 올 추석에는 유난히 과일가격이 비싸다는 뉴스가 많았다. 긴 장마와 잦은 폭우·폭염으로 제때 병충해 방제를 못해서 탄저병 등 이 병과가 어느 해 보다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사과와 배 또는 포도 등으로 혼합한 선물세트가 많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추석 선물 품목 가운데 사과와 배, 사과·배 혼합 상자는 선호 비율이 26.7% 정도로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세대와 입맛이 변하며 사과, 배 등 전통적인 과일에 망고, 키위 등 열대과일을 섞어 구성한 선물도 많이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사과는 식물 노화 호르몬인 ‘에틸렌’ 생성량이 많은 과일로, 다른 과일·채소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따로 보관해야 한다. 과일뿐 아니라, 브로콜리, 상추, 오이, 수박, 당근 등 에틸렌에 민감한 채소도 누렇게 색이 변하거나 반점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사과와 따로 두는 것이 좋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의하면 에틸렌을 많이 생성하는 품목은 사과, 복숭아, 자두, 무화과, 망고, 바나나, 멜론, 참외, 적숙 토마토이고 에틸렌에 민감한 품목은 사과, 단감, 키위, 참외, 풋고추, 애호박, 오이, 가지, 수박, 콩, 당근, 감자, 시금치, 상추, 양상추, 양배추, 배추, 파, 부추, 근대, 치커리, 셀러리,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로 분류하고 있으니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류 혼합보관에 주의해 활용토록 한다.
이 외에도 과일, 채소를 신선하게 보관하려면 알맞은 온도와 습도를 맞춰야 한다. 사과, 배, 포도, 단감 등 대부분 과일은 온도는 0℃, 상대습도는 90∼95%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복숭아는 저온에 민감하므로 천도와 황도계는 5∼8도, 백도계는 8∼10도에 보관한다. 일반적으로 가정용 냉장고 냉장실은 4∼5℃, 김치냉장고는 0∼15℃ 이므로, 저온에 강한 사과, 배, 포도, 단감은 김치냉장고에, 복숭아는 일반 냉장고 냉장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바나나, 망고, 키위 등 열대과일은 대략 21~23℃의 실온에 보관한다. 바나나는 익으면서 검은 반점이 생기는데 반점이 생긴 후 3일 안에 먹는 것이 좋다. 망고는 약 18℃에서 3∼4일 숙성한 후 먹으면 단맛이 강해진다. 먹기 좋게 익은 망고는 신문지에 감싸 냉장 보관한다. 키위는 눌러서 살짝 들어갈 때 먹는 것이 좋다. 실온에서 그린키위는 약 1주일, 레드키위는 5일, 골드키위는 3일 정도면 먹기 좋게 익는다. 익은 키위를 더 오래 두고 먹으려면 냉장실에 보관한다.
열매채소류인 딸기는 0∼4℃, 참외는 5∼7℃, 멜론은 2∼5℃에서 저장하는 것이 좋으며 오이, 가지 등 저온에 민감한 품목은 10∼12℃에 보관하는 것이 알맞다. 뿌리채소류인 무와 마늘, 양파, 당근은 0℃, 감자는 4∼8℃, 고구마는 13∼15℃에 저장하는 것이 좋다.
잎채소류인 배추, 상추, 시금치 등은 0℃ 정도에 저장해야 하며 저장고 안에서 호흡과 식물체 안의 수분이 수증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나오는 현상인 증산이 활발해 쉽게 시들기 때문에 투명 비닐봉지나 랩으로 포장해 습도를 유지한다.
명절 동안 정성껏 준비한 농산물을 맛있고 신선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저장 온도와 방법을 미리 확인해 보관하는 지혜를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