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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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비아
  • 중앙신문
  • 승인 2019.10.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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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수필가, 칼럼위원)

스테비아.

아들 내외와 허브를 구하려다 스테비아까지 사들고 왔다. 허브차를 마실 때 같이 끓여 마신다고 한다. 스테비아가 설탕보다 더 달고 열량이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모양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다. 스테비 아, 이게 혹시 그거? 맞을까? 인터넷에 물어보니 맞다.

사십여 년 전, 농업교육과정 중 서울농대 교수로부터 스테비아란 말을 처음 들었다. 그의 스테비아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일본에서 교환교수로 재직 중 어느 날 갑자기 비상령이 떨어졌다. 그들은 극비사항이 있을 때 필요 요원만 뽑아 자기들끼리 작업을 했는데 그 날은 인원이 모자랐는지 한국인 교수인 자기도 차출되었다. 스테비아를 파종하는 작업이다. 스테비아는 브라질, 남미 지방이 원산지다. 설탕의 이삼 백 배의 당도를 가지고 있지만 열량이 없어 당뇨환자에 좋다. 향후 설탕 대용품으로 전략적 가치가 있는 식물이다. 교수는 고민에 빠진다.

이걸 훔쳐가? 말아? 동방예의지국 교수로 치면 도덕군자연道德君子然-정직하게 시키는 일만 하는 게 도리이지만 문익점 할아버지께서도 중국 사신으로 갔다가 고려 백성들이 베옷으로 헐벗고 사는 게 안타까워 붓 뚜껑에 목화씨 3개를 몰래 담아 와 온 백성이 솜바지 저고리, 솜이불을 입고 덮으며 따스하게 살게 하지 않았는가. 거기다 일본 놈들은 어떻고. 독일 유학생으로 갔던놈이 학기가 끝나갈 무렵 교수가 완성품으로 만들어 놓은 비료를 요리조리 만져 보면서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대단하십니다, 비료가 아름답습니다 하면서 손톱 밑에 몇 개 훔쳐 와, 비료공장 뚝딱 짓고 비료를 만들어 이거와 보시오. 우리는 비료를 막 생산했습니다. 교수님 보시고 빨리 논문 발표하십시오. 아니면 우리가 먼저 비료를 공개합니다. 교수님 위상을 생각해 기다리겠습니다.

그의 고민은 끝났다. 스테비아 씨 몇 개 가지고 나왔다. 그런데 그 후속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내가 30대에 60대 교수에게 들은 이야기다. 내가 지금 일흔 셋이니 교수는 백 세가 넘는다. 생존해 계신지 모르겠다.

교수가 가지고 들어 온 건 아는데 왜 개발이 안 되었을까. 정부지원이 없어서? 재벌 사업가가 나서지 않아서? 사십 년 전에 일어난 일인데 활성화 되었다면 대단한 화젯거리가 되었을 텐데, 황우석 박사의 이야기보다 더 크게 벌어졌을 일인데, 왜 조용한 건지?

흰불나방으로 전 국토가 아우성친 때가 있었다. 수입목재에서 흰불나방의 흔적을 발견해 보고한 사람이 있었다. 그 목재를 그냥 들여오면 전 국토가 흰불나방으로 몸살을 앓을 거라고. 그런데 그 박사는 표창을 받은 게 아니라 정부기관에 부름을 받아 가서 너 죽고 싶어. 정부시책이 무엇이고 정부 목적인지도 모르는 놈이 흰불나방이 어쩌고저쩌고. 학자는 생각했을 것이다. 처자식이 보이고, 독립 운동하는 것도 아니며, 나 아니라도 때가 늦더라도 누군가 또 발견할 것이고 내가 고집을 피워서 애국자 반열에 오를 것도 아닌데…. 그래서 학자의 양심과 고집을 꺾고 나왔다. 그해부터 흰불나방은 지금까지 전 국토를 잠식하고 있다.

당뇨에 걸린 지 꽤 오래 되니 아내가 스테비아를 구해보라고 한다. 마트를 뒤지고 식료품점을 뒤지고 구멍가게들을 뒤져도 없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뒤지니 있다.

국산품은 보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외제 좋아하는 국민들인데 국내산이 있어도 외제를 사고 말지. 미국산 200그램에 13,000원. 온라인으로 결재하고 다시 보니 스테비아 생물이 있는 거다. 아차, 내가 재배해서 먹을 것을. 할 수 없지. 이것만 먹고 텃밭에 심고 가꾸어 자급자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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