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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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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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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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휴일 중에 읽자고, 서류와 소설 몇 권을 들고 귀가했지만 글자 한 자 읽지 못한 채 출근했다. 36시간 동안 먹고 자기만 했으니 돼지 같은 인생이다.

긴장과 이완의 차이. 시급을 다투는 자리에선 초단위로, 한없이 늘어질 땐 하루를 시간 단위로 쓴다.

태국 여행을 다녀와서, 편지를(이것도 이―메일로) 쓴다면서 미룬 것이 3개월, 1년 전 찍은 사진들이 흩어져 정리를 한답시고 앨범을 사다 놓은 지 1달, 거울이 깨져 사다 건다면서 미룬 지 1년, 접두어 Pre를 영어사전에서 확인해 본다는 것이 깜빡깜빡 잊어 2주째…. 미루다가 남는 것은 게으름뿐.

생각해 본다는 것은 게으름의 시작이며, 자기기만의 발단이다.

심사숙고로 좋은 결과를 얻으면 성공한 것이지만, 게으름을 피우다 때늦게 되는 둥 마는 둥 얼버무려 놓았을 때는 시작조차 않을 것만 못해 후회막심이다. 만세탕을 생각한다. 서서히 데워지는 가마솥의 개구리들을 뛰어 나올 수 있지만 ‘아직 괜찮다’고 게으름을 피우다, 막상 뜨거워져 뛰어 나오려면 몸이 이완돼 죽는 걸 빤히 알면서도 탈출하지 못해, 사지를 뻗어 만세탕이 된다고 한다.

작심삼일이란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 속에서도 짬을 내어 읽고 쓰며, 일요일이고 야근이고 겁 없이 뛰어들던 날이 어제 같고, 휴일엔 팬티 바람으로 온몸의 열기를 한 방 가득 발산하며 죽어라 키보드를 두드리던 날. 일거리가 없어 불안하기까지 하던 날들을 까맣게 잊고 있다.

공짜란 없다. 공인중개사 시험이 꽤 어려운 모양이다. 그러나 1회 자격증을 땄다면 거저주운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6개월 간 힘들여 공부한 결과이다. 시험도 거저는 없다. 공부한 사람에게 쉬운 문제가 안한 사람에게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요즘 대박을 터트린 CF ○○도 떨어진 밤을 쉽게 주워 행운을 잡은 것은 아니다. 위대한 인물, 잘 나가는 연예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찬호, 박세리, 돈 많은 재벌들….

여자 양궁선수들을 살을 에는 겨울 산악훈련을 하고, 박찬호는 타향에서 남들이 잠든 시간 텅 빈 운동장을 달리고, 잘 나가는 가수도 목이 터져라 발성연습을 하며, 성공한 개그맨도 남모르는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이며, 재벌들도 지독한 구두쇠든가 저축가든가 수완가로서의 피나는 노력이 뒤따랐을 것이다. 초등학생들도 차별화를 위해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지 않던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게으름 때문이다.

게으름은 한없이 이어지는 불치병인가. 4주간의 시험공부로 강행군이 끝나 이완된 환경에서 발병된 것이지만 고생했던 날들만을 탓하고, 언제 병이 나으려나 기다리지만 밑도 끝도 없이 늘어진다.

집중력은 나이 들수록 떨어진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 어려서는 무릎을 꿇고도 공부를 잘했지만 나이들 자 몸은 비대해져 다리를 꼰다든가 눈을 부릅뜨고, 강의를 들어보지만 잡생각이 꼬리를 물고, 정신 차리려 구속했던 몸은 어느 틈에 풀어진다.

늙는다는 것은 생리적 노쇠 현상이 아니라, 희망이 후회로 바뀌는 습관이라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변화의 주기가 1년 또는 10년이지만, 요즘은 자고 나면 뒤바뀌는 세상이다. 자료 수집을 위해 천리 길을 인터넷으로 지구 뒤편까지 뒤척이는 세상이다. 게으름만 덜 피우면 될 것을, 남을 탓하고 도구와 환경을 핑계 삼는다.

자신을 질책하다가, 잠에서 깰 적마다 가위에 눌린다. 해야 할 것을 못하면 어김없이 새벽에 찾아오는 가위눌림으로 즉시 일을 끝내곤 하던 사람이 있다. 지독한 병으로 30년을 앓다가 성공해 병이 씻을 듯 나았다. 병이 혹독히 혼이 났건만 지금도 앓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작심삼일, 50이 넘도록 고쳐지지 않는 병. 마크 투웨인은 생전에 담배를 1000번이나 끊었다고 한다. 그도 작심삼일의 병을 극복하지 못했던가 보다.

죽기 살기로 극복해야할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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