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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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를 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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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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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수필가,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평생 농사만 지으시던 아버님은 당신의 아들인 내가 넥타이를 매는 걸 보시면 무척 대견해하셨다.

큰아들은 목회(牧會) 활동을 해 넥타이를 자유자재로 매지만, 둘째는 오늘 처음 양복을 입는 날이라 넥타이를 매어준다. 막내아들이 정장을 입는 날, 세 아들과 넥타이를 매고 아버님께 큰절 올려야겠다.

출근할 때, 교회갈 때, 결혼식, 장례식,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은 언제나 넥타이를 맨다. 넥타이를 맬 땐, 잡념을 잊는다. 넥타이를 매는 것은 작은 의식, 천천히, 그리고 경건하게, 내가 나를 바로 잡는 시간이다.

언젠가 외국 가수가 넥타이를 반쯤 풀고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니 활동적이고 야성미까지 보여 부러웠고, 그래서 따라 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사진을 찍고보니 천만의 말씀. 천박했다. 넥타이는 단정하게, 확실히 맬 일이다.

넥타이에 숙달되지 않은 사람에겐 숨통을 조이는 것 같고, 몸놀림이 자유롭지 못해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 멋대로 뛰고 싶은 분방함을 묶어 놓고 억제한다. 그 때문인지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넥타이를 맨다. 정치가, 공무원, 항공기 승무원, 재판관이나 변호사 검·경찰.

얼마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노타이 차림으로 출근하고, 기자회견장에 잠바차림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마이크 앞에 섰다.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국 영화 재판장에서 변호사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변론하는 것은 본 일이 있어도 동양권에서 일국의 장관이 노타이, 잠바 차림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나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일조를 더해 국회의원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파시즘의 잔재라고 해, 얘기 거리다. 그들의 행위가 세월이 지나면 다수 의견이 된다 할지라도 개인적 사유(思惟)를 정치인으로서 아무렇게나 말하거나 행해선 곤란하다. 은근과 끈기를 자랑하던 민족이 언제부터 와르르 몰려와, “필승! 코리아!”외치고, 와르르 헤어지는 냄비 근성으로 저속화하는 작금에, 장관이 정치인이 이 모양이니, 공무원들이 무엇을 배울 것이며, 공무원을 모범으로 아는 국민은 누구를 따를까.

석기시대에도 자식의 결혼이 개, 돼지의 교미(交尾) 행위와 달라야 하고, 어미의 주검이 늑대나 여우의 시체와 같지 않기를 염원(念願)했다. 그 흔적이 고인돌이며 토템과 타부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은 인간과 동물의 차별화이며, 미신과 샤머니즘은 신학으로 철학으로 발전한 것이 아닌가. 예술과 과학, 역사와 지리….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까지 끊임없이 배우는 인류의 문화다. 누가 인간이기를 포기하랴.

아들의 넥타이를 매어준다. 첫발을 내 딛는 아들의 미래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아름다운 인간 사회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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