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옥의 문학미담] 고향이야기(충남 아산군 온양읍 풍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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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옥의 문학미담] 고향이야기(충남 아산군 온양읍 풍기리)
  • 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dbhope@daum.net
  • 승인 2022.12.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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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지금은 희미해진 옛 동네의 기억을 더듬으면 초가지붕에 흙담, 전혀 정리되지 않은 친구들의 얼굴, , 신발에 느낌은 격세지감이리. 양지바른 구릉으로부터 시작된 초가집은 좌우로 행렬을 지어 크지 않은 형태로 50여 호에 동네가 있었다.

조부께선 서울사업을 정리하시고 온양에 터전을 잡으시고, 6.25동란동안 고생하시다가 합류하신 아버지를 맞이하셨다.

그때는 누구도 그랬겠지만 아버지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역경의 세월을 그 새파란 나이에 모두 겪으신 것이다. 어머니께선 신례원 출생으로 아버지를 만난 걸 대단한 축복으로 여기시고 온힘을 다해 집안일에 몰두하셨다. 그때 할아버지께서 경작하시던 과수원은 제법큰 면적과 시내 쪽으로 좀 적은 과수원을 소유하셨는데, 당시엔 동네에 영향력을 가지고 계셨었다. 과일도 서울 청진동으로 거래를 하시며 큰 GMC 트럭으로 서울로 올리시곤 했다.

동네 앞을 지나는 신작로엔 멀리 송악에서부터 걸어온 행인의 행렬이 능미를(법곡리) 지나 청댕이고개를 넘어 수없이 이어지곤 했다. 그 청댕이고개는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어서 고개를 넘던 행인들이 그늘에 쉬어가며 냉수로 목을 축이기도 했다. 주로 우마차를 이용한 이동으로 학생들이나 행인들이 내리막길에선 얻어 타는 호사를 누리곤 했다. 우마차는 희한하게도 암소가 끄는 마차가 많았다. 들일이나 논에서도 숫소(황소)는 잘 보지 못했다. 신작로에 자갈이 깔리는 날이면 여자아이들은 공기놀이 돌을 줍고 (조막만한 돌 5) 사내아이들은 딱지치기를 위해서 이라는 손에 쥘 수 있는 손바닥만 한 넓적한 돌을 줍느라 정신없었던 때가 있었다.

언젠가 아버지는 송아지 한 마리를 가져오시며 풀을 잘 먹이라고 말씀하셨다. 원인인즉, 내가 중학교 갈 때 팔아서 교육자금으로 쓰신다는 생각이셨으리라.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다. 왜 정들여, 공들여서 키운 가족 같은 가축을 팔아버리는지... 그 애틋한 그리움을 평생 삼키며 살아야하는데 말이다. 강아지때 데려온 백구와 셰퍼드도 마찬가지, 멀리서 나의 기척이라도 들을세면 그 무거운 쇠사슬이 팽팽해지도록 앞발을 들고 공간수영을 마다않고 내 얼굴 만한 혓마닥을 사정없이 휘두르던 추억속의 추억들. 사람이 살면서 한군데 에서만 살 수는 없겠지만 일부러 다나는 사람 또한 없겠지만 서울로 오게 되어 하는 수 없이 그 아이들(송아지, 강아지)을 팔아야했던 마음은 그 당시 나보다는 아버지와 할머니가 더 아쉬우셨을 거다. 지금도 또렷이 생각나는 하얀색의 백구, 검정색의 셰퍼트가 눈에 아른거리며 안개져 온다.

과수원 한가운데에 네모진 초가집, 기역자를 먼저 지으시고 니은자를 나중에 지으셔서 사랑채에선 22녀중 막내인 남동생이 태어난 곳 이기도하다. 그 집엔 대추나무, 고욤나무, 감나무, 앵두나무, 살구나무, 포도나무, 딸기, 그리고 제법 굵은 줄기에 잎이 우산만한 오동나무, 사과나무는 홍옥, 국광, 인도, 아사이 그리고 배나무와 복숭아나무, 복숭아도 백도와 황도, 또 노란 종(種)이 있었다. 피마자나무, 해바라기, 맨드라미 등의 식물이 생각난다.

할아버지께선 사과나무 사이사이의 작은 밭을 동네 분들에게 주시어 경작하게 하셨다.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수박과 참외, 고구마, 밀 등을 심어서 서로 나누는 문화는 아주 흐뭇한 일이다, 뭇사람들 에게 듣는 서리는 우리에겐 없어서 실감이 나질 않는다. 원두막에서의 추억은 왠만한 야영보다 더 운치 있는 순간이었다. 친구 같은 삼촌과의 시골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리고 과수원 한가운데로 마치 사열하듯이 소나무를(금강송) 심어서 나중에 건너편집을 지으실 때 대들보로 쓰던 생각이 난다. 과수원 주위는 아카시아나무로 둘러 쌓여있어 여름일지면 그 향내가 환상적이다.

동네 건너편은 풍기리 2구인 밤줄이다. 강아지가 목청연습을 해도 다 들린다. 꾸불꾸불한 논길을 지나노라면 논 중앙에 '둠벙' 이라는 물을 보관하는 제법큰 웅덩이가 있다. 어느 날 마을청년들이 그 '둠벙'의 물을 죄다 퍼내어 그곳의 고기를 다 쓸어 담는다. 방개(쌀방개, 보리방개), 붕어, 피라미, 웅어, 뱀장어, 미꾸라지가 날 잡어 잡수라 듯이 힘 있게 튀어나온다. 집에 펌프우물이 있어서 여름에 그 지하수를 퍼 올려 등물을 하려면 입술이 파래지도록 시원하다. 간밤에 동네에 무슨 일이 생기면 예의, 그 동네일을 보는 아저씨가 일일이 돌아다니며 소식을 전하던 동네. 그런 일이면 할머니는 이내 힌 옷을 단정하게 입으시곤 그 집에 오래토록 며칠을 계셨다. 돌아올 땐 꼭 뭘 들고 오셨는데 먹을걸 싸가지고 오셔서 입이 벌어지곤 하였다. 60년대 초반 4.19학생의거와 5.16혁명이 지나고 서울로 서울로 오르던 영향으로 서울로 오게 되어 나는 고향을 잊어가고 잊혀진 고향은 또 물리적인 힘으로 변화하여 서로가 멀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쩐 일인지 할아버지께선 그 큰 과수원을 다른 이에게 양도하시고 작은 과수원으로 이전하시어 나중엔 그 과수원도 경작하지 않으신 건 내가 알 수 있는 한계는 아닌 게 아쉽다.

예전에 어머니께 하던 말 중 '내가 꼭 그 과수원을 다시 찾고야 말거야' 라고 하늘을 보며 이야기하던 철부지의 모습이 생각나는 시간엔, 검색창에 조용히 주소를 입력하면 웬 아파트의 옥상이 비쳐지는 화면을 보고 먹먹해진 눈시울을 참았던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제 건강하게 채색된 고향을 그리자. 연말이니 마음속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고생하셨던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사랑하셨던 어머니, 모두 계시지 않지만 나는 또 자손에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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