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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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dbhope@daum.net
  • 승인 2022.12.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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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 중앙신문=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 연말이 금방 돌아온 듯 정황이 없습니다. 일 년 365일이 긴 여정인 듯하지만 계절로 나누고 또 드나드는 시간을 빼면 얼마 되질 않습니다. 계절을 제대로 느끼는 시간 말이죠. 일 년에 일요일이 52번이면 계간의 일요일은 13번입니다. 이 시간이 연말에는 너도나도 바쁩니다. 출구가 한군데로 모여 있기 때문이죠. 그보다, 한 달에 두 번의 절기는 24절기 이므로 그 절기를 헤아리다 보면 시간 관리를 잘하는 분들에겐 시간이 모자라는 게 당연합니다.

연말은 연초에 세운 계획에 이행여부에 따라 다른 계획에 여념이 없을 줄 압니다. 이행여부는 관계없이 계속하여 계획만 세우는 분들도 적지 않음을 봅니다. 지금은 일일이 계획을 수첩에 적지 않아도 메모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예전엔 멋진 다이어리에 근사하게 일 년을 계획하곤 했습니다. 선물로 주고받기에 바빴고 출판사에선 앞 다투어 다이어리를 선물로 내놓곤 했습니다. 팬시상품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받던 아름다운 시절이었지요.

하얀색 건물에 하늘색 양철로 십자가 탑을 세워 종소리를 내던 시골 야트막한 언덕에 세워진 동네의 교회.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언덕위에 교회 입니다. 성탄절이면 시루떡을 나눠주는 바람에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교회로 모이던 추억은 새삼스러운 건 아니고 늘 인자하시던 목사님과 장로님이 생각나는 시간입니다. 연세 많으신 권사님의 웃음은 이가 몇 개보이지 않아도 늘 반갑게 맞아주시곤 했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얻어먹기만 했던 그때는 눈 녹듯이 빠르게 지나가고 이젠 돋보기를 써야만 이 컴퓨터 키보드를 만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어릴적 비몽사몽간에 들리던 찬송소리에 엄마와 아버지는 준비하신 과봉과 과일을 그분들에게 주는걸 보고 다시 잠이든 적이 있었고요. 새벽에 일어나보면 두 분이 앉으셔서 웃으며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가셨다며 과일과 밤 사탕을 주시던 오래된 흐뭇한 시간, 잠시 산타클로스의 환상에 젖었던 시간,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땅은 시멘트가 되고 과수원은 아파트가 되었다는 지난번 이야기처럼 그새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수가 없는 겁니다. ,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교회에 갔다가 그만 누가 내 운동화를 싣고 가는 바람에 목사님과 한참을 찾았던 기억은 웃음을 띠게 합니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니 한탄만 하고 앉아있을 수는 없지요. 시간 나고 기회 될 때마다 기록하는 것 외엔 달리 흐려지는 기억을 살릴 길은 없는 것이죠. 기록하면 없던 기억도 다시 생겨납니다. 저희 할머니께선 소풍갈 때는 꼭 따라가셨습니다. 그래도 큰 손자라고 동생들보다 한웅쿰은 더하셨지요. 어디선가 가져오신 달걀을 제 이에 톡 깨서는 흰자와 노른자를 한입에 넣어주시던 아름다운 시절 입니다. 어릴 때는 소풍갈 때와 운동회가 그렇게 좋았지요. 참 그때 할머니 얼굴을 봐야하는데 먹는데 바빠서 미쳐 그 인자한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새해(설날)가 되면, 동네의 세배할 집을 정하여 순서대로 돕니다. 머리엔 세뱃돈을 받을 궁리만 하고 있지요. 그땐 그렇게 넉넉하질 않아서 집에 돈이 있는 집이 그리 흔치않았죠. 순서는 제일 부잣집부터 도는 거죠. 과수원집 장로님 댁부터 돕니다. 장로님은 큰 밥그릇에 십 원짜리 지폐를 가득넣어 놓으시고 세배하러오는 개구쟁이들을 맞으셨던 겁니다. 몇 집을 돌면 점심이 되어 또 세배를 드리러 가면 이번엔 세배돈 대신 점심을 주시니 그걸로 세뱃돈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쉼과 떡국의 맛을 바꾸는 순간 입니다. 이젠 아이들의 재미있는 시간입니다. 받은 세뱃돈으로 각종 놀이를 합니다. 10환이라고 쓰인 1원짜리 동정을 벽에 힘껏 부딪쳐 튕겨져 멀리 나가는 동전이 승리하는 식의... 땅에 1원짜리 동전만한 구멍을 파고 가까이 던지는 사람이 승리자. 또 동전위에 업히면 업었다고 승리자. 이런 구경을 하며 오후가 저물던 시절, 초가지붕위에 눈은 금방 녹습니다. 추녀로 그 물이 떨어지다가 새벽엔 얼어서 고드름이 되는데 그 고드름을 으드득 으드득 깨물어먹던 맛도 잊을 수 없습니다.

설빔은 못해 입어도 인심은 괜찮았던, 의지할 곳 없던 아저씨를 일꾼으로 맞아주셨던 할아버지, 그래도 아침과 저녁엔 굴뚝에서 퍼런 연기가 동내를 감싸던 시골마을이 생각나는 건 그때 딛고 있던 흙의 기운이 오늘 우리의 생명에 원천이 되었고 그 시간이 오래일 것 같던 순간이 이미 멀리 지나버려 기억조차 희미하게 되었다는 걸 인지하는 요즈음 우리아이들은 뭘 하고 지내는지를 궁금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슨 꿈을 보여줬는지, 그 아이들에게 뭘 일러줬는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자신이 한 것처럼 자이도취에 빠져서 자신이 공신인 것처럼 행동하고 으스대지는 않았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연말이기에 그렇습니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싸우고 있지는 않는지 심히 부끄럽습니다. 그렇게 일흔 번 가까이 겨울이 지납니다.

어느 유럽의 정복자가 지금 어려운 시간은 지난날 자신이 헛되이 보낸 시간에 결과라고 한 말이 생각나는 십이월 어느 날, 진정 우리는 우리후손을 생각하는 그 무엇 하나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있어야합니다. 지나온 제 자신에게 미안하듯이 앞으로의 시간은 미래를 예비하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금세 지나버린 한해가 아쉬운 건 인지상정입니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여 확실한 인생을 살아가는 게 맞지 않을까요, 새해를 상상하며 여러분가정에 행운과 축복이 함께하시길 진심 기원 드립니다.

박윤옥 한양문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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