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둘레길 - 9코스] 술바위·갑옷바위·배바위, 꽤 흥미로운 ‘문학산 바위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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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둘레길 - 9코스] 술바위·갑옷바위·배바위, 꽤 흥미로운 ‘문학산 바위 설화’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2.09.2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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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편집자주] 인천둘레길 9코스는 문학산과 연결된 걷기 코스로 삼호현과 연경정을 지나 청량산과 봉재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추석이 지나 완연한 가을이겠거니 싶었지만,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었던 지난 18일 오후, 삼호현과 연경정으로 이어지는 산길로 발길을 옮겼다.

인천둘레길 9코스는 문학산과 연결된 걷기 코스로 삼호현과 연경정을 지나 청량산과 봉재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지난 18일 오후, 삼호현과 연경정으로 이어지는 산길로 발길을 옮겼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연수구청이 최근 청학동 산7-4 등 11필지를 구청 소유권으로 취득해 사모지 근린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한다는 현수막을 게시해 놓았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삼호현에 오르는 곳에 녹지공간과 정자, 인공폭포를 조성해 방문객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예부터 문학동에서 청학동을 넘어가는 문학산 고갯길을 삼호현이라 불렀는데, 여기에는 가슴 아픈 일화가 있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 세 번 목 놓아 부르던 그곳, 삼호현에 오르다

삼호현으로 가는 길은 인천 연수구가 사모지 공원 조성을 계획한 곳이다. 청학사로 가는 좁은 길로 발걸음을 옮기자, 주변으로 영세한 옛 공장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연수구청은 최근 청학동 산7-4 11필지를 구청 소유권으로 취득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사모지 근린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사업 안내문을 보면 정해진 기간 내에 이주하지 않으면 비용 청구에 나서겠다는 경고문구가 포함됐다. 역사적 현장을 기억하고 보전하는 공원 조성도 좋지만, 영세한 사업주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좋지 않은 모습이 생기지 않을까. 연수구의 공원 조성사업을 지켜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조금 더 길을 오르면 삼호현 전통 숲이 보인다. 녹지공간과 정자, 그리고 인공폭포를 조성해 방문객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꾸며놓은 듯하다. 마침 인공폭포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가을임에도 30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산길을 올라 마침내 삼호현에 도달했다. 예부터 문학동에서 청학동을 넘어가는 문학산 고갯길을 삼호현이라 불렀는데, 여기에는 가슴 아픈 일화가 있다. 중국으로 가는 사신들은 부평의 별리현(비류고개)을 거쳐 바로 이 고개를 넘어 능허대로 향했다. 배웅하러 온 가족들은 별리현에서 이별했고, 사신들은 이 고개에서 별리현 쪽을 보며 큰 소리로 세 번 이별 인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역만리 중국으로 향하면, 언제 올지, 혹여 다시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을지 확신을 하지 못했던 시절, 가족을 그리워하며 목 놓아 세 번 불렀다고 하여 이 고개를 삼호현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삼호현 주변에는 술바위, 갑옷바위, 배바위 등 3개 바위가 있는데 여기에 전해지는 이야기도 꽤 흥미롭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 문학산의 바위 설화

삼호현 주변에는 술바위, 갑옷바위, 배바위 등 3개 바위가 있는데 여기에 전해지는 이야기도 꽤 흥미롭다. 술바위는 옛날에 신기하게도 바위틈에서 술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지나가는 길손이 삼호현 고개에 잠시 쉬어갈 때, 한 여인이 나타나 술 석 잔을 권하고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을 지나던 중이 술 석 잔을 비우고도 욕심을 부려 더 마시려 하자 여인은 사라지고 그 이후로 다시는 술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갑옷바위에 대한 설화도 있다. 어떤 장군이 인천지역에 난리가 나면 이곳을 구원한다며 바위 밑에 갑옷과 투구를 숨겨놓고 누구도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학산을 지키는 당지기가 호기심에 바위 밑 갑옷을 확인하려고 도끼로 바위를 내려치자 갑자기 벼락이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지고 갑옷도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배바위는 조물주가 세상을 창조하던 때 문학산에 바위를 놓고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삼호현을 지나 연경정이 있는 산 정상을 향해 이동했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삼호현을 지나 연경정이 있는 산 정상을 향해 이동했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연경정은 문학산 서쪽에 있는 봉우리로, 그 옆에는 노적봉이 있다. 양 봉우리를 보면 마치 학이 날개를 편 모양이라고 하여 학익산, 혹은 청명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인천 종주길, 8코스 연경정 인근 스탬프함.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연경정을 끝으로 이번 둘레길 걷기를 마무리했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 연경정에 오르다

삼호현을 지나 연경정이 있는 산 정상을 향해 이동했다. 가을 같지 않은, 꽤 더운 날씨임에도 비교적 많은 시민이 등산을 즐기고 있었다.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등산객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경사가 그렇게 가파른 편은 아니었지만, 더운 날씨 탓인지 마치 한여름처럼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래도 오랜 세월 산을 지켜온 높은 나무들이 햇살을 많이 가려줘서 힘을 내서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었다.

마침내 연경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경정은 문학산 서쪽에 있는 봉우리로, 그 옆에는 노적봉이 있다. 양 봉우리를 보면 마치 학이 날개를 편 모양이라고 하여 학익산, 혹은 청명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인천의 시조를 학(혹은 두루미)라고 하며, 연수구 지역에는 선학동, 학익동 등 유독 학과 관련한 지명이 많은데, 문학산의 모습을 본떠 지명을 표기한 것은 아닌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연경정을 끝으로 이번 둘레길 걷기를 마무리했다. 이번에 방문한 삼호현 일대는 날씨가 점점 선선해지고 있는 요즘 가족 단위가 아니더라도 혼자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 걷기에 나설 수 있는 좋은 장소가 아닐까 한다.

남용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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