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둘레길 - 8코스(문학산)] 미추홀왕국의 발상지, 유서 깊은 역사적 장소 ‘문학산’에 올라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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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둘레길 - 8코스(문학산)] 미추홀왕국의 발상지, 유서 깊은 역사적 장소 ‘문학산’에 올라보니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2.08.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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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인접한 문학산, 옛 군사적 요충지
임진왜란 격전지...신미양요 때 군사 거점

2015년부터 출입금지역 해제, 시민 개방
‘등산로 편안’해 가볍게 오르기 좋은 코스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편집자주] 코로나19 여파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드디어 해제되면서 점차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요즘이다. 점차 더워지는 날씨 속에 푸르른 수목이 만들어주는 자연 그늘을 마주하는 둘레길 걷기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인천시가 선정한 인천둘레길은 모두 16개 코스로 구성됐다. 특히 1코스 계양산, 15코스 마니산을 제외하면 모두 해발 200m 내외의 완만한 숲길로 이루어져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가벼운 산행으로 제격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그동안 가까이하지 못했던 인천지역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인천둘레길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보자. 인천둘레길 16개 코스 중 코스 곳곳에 녹지공간이 조성된 8코스 중 문학산에 올라봤다.

인천둘레길 8코스는 직전 7코스 마지막 지점이었던 동막역을 출발해, 승기천 산책길을 거쳐 문학산으로 향하는 코스다. 코스 곳곳에 주민들을 위한 녹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쉼을 즐기기에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가을이 찾아와 제법 쌀쌀함이 느껴지는 28일 이른 아침 8코스 중 가보지 못한 문학산 등산로를 따라가 봤다. 인천둘레길 8코스에 포함된 문학산은, 인천의 역사를 품고 있는 산이다. 과거 삼국시대 비류 백제로 불리는 미추홀왕국의 발상지이자, 군사적 요충지로 지금까지 군부대 주둔으로 인천시민들이 찾기 어려운 산이었다. 문학산 정상에 오르면 문학경기장, 남동구, 미추홀구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날이 좋으면 월미산, 송도국제도시, 멀리 인천국제공항과 영종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왜 이곳이 군사적 요충지로 꼽혔는지 실감할 수 있다.

# 미추홀왕국의 발상지, 문학산을 오르다

문학산 입구. 문학산은 기원전 18년, 비류가 나라를 세운 미추홀왕국의 발상지이자 유서 깊은 역사적 장소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문학산 등산로는 연수둘레길에도 해당된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문학산은 기원전 18, 비류가 나라를 세운 미추홀왕국의 발상지이자 유서 깊은 역사적 장소다. 문학산은 바다와 인접해있으며, 정상에 오르면 인천 곳곳을 조망할 수 있어 예부터 군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이었다. 임진왜란 때는 실제로 이곳에서 전투가 일어났고, 신미양요 때는 군사적 거점으로 활용됐다. 광복 이후 미군의 방공포대, 한국군 공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현재도 군사지역이라 민간인 출입은 전면 금지됐지만, 2015년에 와서야 비로소 시민들에게 개방되기 시작됐다. 다만 지금도 야간에는 출입이 금지된다.

1주일 전 인천둘레길 8코스 여정을 마무리했던 법주사 쪽을 통해 문학산 등산로로 들어섰다. 등산로는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아 걷기에 좋았다. 햇볕은 제법 따가웠지만, 살결을 스치는 바람은 어느새 차가워져 있어 등산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연수둘레길 표식.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하자 곳곳에 연수둘레길과 인천둘레길을 알 수 있는 표식이 자리했다. 특이한 점은 연수둘레길 표식에 인천둘레길 표식이 함께 있는 모습이었다.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실제로 녹지공간을 찾는 시민들을 위한 지자체들의 배려로 읽혔다.

# 인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학산 정상

문학산 등산로 곳곳에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문학산 등산로 중간에 만들어진 쉼터.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산 중턱을 오르자 꽤 가파른 계단이 나타났다. 정상을 향한 고난의 시작일까.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계단을 올랐다. 계단이 끝나자 문학산 정상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힘을 내서 다시 길을 재촉했다.

선유봉에서 내려다 본 미추홀구와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드디어 첫 번째 정상 격인 선유봉에 올랐다. 선유봉에 올라서자 인천의 서쪽, 미추홀구와 송도국제도시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낄 수 있는 맑고 깨끗한 하늘색과 더해 정말 그림과 같은 풍경이었다. 산에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세상을 높은 곳에서 굽어볼 수 있는 점이 아닐까. 한동안 휴식을 취하며 그림 같은 풍경을 눈에 담아보았다.

문학산 선유봉 쉼터.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선유봉을 지나 문학산 정상 중간지점에 설치된 스탬프함.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선유봉을 지나쳐 정상을 향해 조금 더 오르자 인천 둘레길 8코스 마지막 지점임을 안내하는 스탬프 공간이 나타났다. 원래 8코스는 이곳을 끝으로 길마재 구간으로 둘러 가는 길인 듯했다. 하지만 군사 보호구역으로 묶여있었던 문학산 정상에 올라서고 싶은 욕심에 조금 더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보기로 했다.

# 군사시설, 시민의 품으로

문학산 정상을 향하다 보니 이곳이 군사 목적으로 활용되는 ‘문학진지’임을 안내하는 표시판이 나타났다. 인천시가 군 당국과 꾸준히 협의한 결과 가보지 못했던 군사시설 구간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인천시가 군 당국과 꾸준히 협의한 결과 가보지 못했던 군사시설 구간이 2015년부터 시민에게 개방됐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문학산 정상을 향하다 보니 이곳이 군사 목적으로 활용되는 ‘문학진지’임을 안내하는 표시판이 나타났다. 인천시가 군 당국과 꾸준히 협의한 결과 가보지 못했던 군사시설 구간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정상을 향하다 보니 이곳이 군사 목적으로 활용되는 문학진지임을 안내하는 표시판이 나타났다. 안내문에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개방한다고 알리고 있었다. 원래보다 전후 2시간씩 늘어난 것은, 인천시가 군 당국과 꾸준히 협의한 결과라고 한다.

출입제한을 알리는 철조망을 넘어 발걸음을 이어갔다. 군 관련 시설물들을 지나쳐 조금 더 올라보니 드디어 문학산 정상이 보였다.

문학산 표지판 너머로 선유봉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인천의 오른쪽이 광활하게 펼쳐졌다. 인천국제공항과 영종도, 월미산, 원적산과 계양산 등 인천 북부지역은 물론 저 멀리 강화도 마니산까지 한눈에 보였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문학산 표지석 너머로 인천의 오른쪽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28일 이른 아침임에도 한 가족이 문학산 정상에 올라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문학산 정상임을 안내하는 표지판 너머로는, 선유봉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인천의 오른쪽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여기서는 인천국제공항과 영종도, 월미산, 원적산과 계양산 등 인천 북부지역은 물론 저 멀리 강화도 마니산까지 한눈에 보였다. 이른 아침임에도 가족 단위로 산행에 나선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새삼 산이 주는 건강한 아침을 만끽해봤다.

정상 뒤편에는 기존 군 관련 시설을 새롭게 꾸민 듯한 문학산 역사관이 있었다. 역사관은 미추홀 명명 2천 년에 이르는 문학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문학산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군부대의 협조로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오전 10시부터 문을 연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정상 뒤편에는 기존 군 관련 시설을 새롭게 꾸민 듯한 문학산 역사관이 있었다. 역사관은 미추홀 명명 2천 년에 이르는 문학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문학산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군부대의 협조로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문학산성 등 문학산 곳곳에서 확인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른 아침인 탓에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개관 시간에 맞추지 못해 내부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문학산은 생각보다 등산로가 가파르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기 좋은 코스로 구성됐다. 남북긴장이 완화되고 군사적인 목적보다는 인천시민들을 위한 녹지공간으로써 문학산이 주목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산에서 내려왔다.

남용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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