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둘레길 - 11코스] 국내 첫 개항도시 인천에 들어온 ‘신문물’ 물씬 느껴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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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둘레길 - 11코스] 국내 첫 개항도시 인천에 들어온 ‘신문물’ 물씬 느껴지는 곳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2.10.0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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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철도의 출발지 ‘도원역’에서 출발하는 코스
​​​​​​​조선시대 유입 신문물이 만든 골목길 문화 정취 ‘넘쳐’
문화마을·헌책방거리·달동네 박물관 구경꺼리 ‘가득’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인천둘레길 11코스는 경인전철 도원역을 출발해 우각로 문화마을, 창영초등학교, 배다리 헌책방거리,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을 거치는 길이다. 인천을 근대문화의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는 조선시대 당시 국내에서 처음 개항을 한 도시로, 신문물이 처음으로 들어온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둘레길 코스는 비교적 짧지만, 인천의 문화를 물씬 느껴볼 수 있는 지역이자, 급격한 재개발 과정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골목길 문화가 마지막으로 보전된 지역이다. 인천을 비롯해 수도권에 폭우가 내리기 직전이던 지난 2일 정오께, ‘연탄길이라 불리는 인천둘레길 11코스를 걸어보았다.

대한민국 철도의 출발지 도원역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도원역을 지키고 서 있는 가공비.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 대한민국 철도의 출발지 도원역을 찾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일요일 오후, 여정의 시작인 도원역에 도착했다. 과거 인천 야구의 시작인 도원 야구장이 있던 곳으로, 현재는 시민구단인 인천유나이티드가 사용하는 숭의 축구전용 경기장과 연결된 지하철역이다. 얼핏 스포츠 광팬들이 많이 오가는 지하철역 중 하나로 보이지만, 도원역의 의미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도원역 오른편으로 가면 한국철도 최초 기공지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비석에 따르면 지난 1897년 당시 인천부 우각현에서 한국철도의 최초 노선인 경인선 철도 기공식을 했다. 당시 열강인 미국의 자본과 영국의 기술로 개통한 철도노선이었다. 비록 우리 기술은 아니지만, 10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민들의 온갖 사연과 애환을 실어 나른 경인선이었다. 조선 침략자인 열강들이 철도를 놓은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교통이 부족한 조선의 물자를 효과적으로 수탈하기 위해서였다. 자금조달에 실패한 미국을 대신해 철도 부설권을 손에 넣은 일제는 경인선을 통해 식량과 목재, 석탄을 반출했으며, 남양군도 등 전쟁터와 위안부로 청년들을 강제로 끌고 가는 데 활용됐다. 수탈의 역사를 딛고 일어선 경인선은 서울과 인천을 잇는 핵심 교통수단으로써 지금도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지 기공비는 말이 없이 도원역을 지키고 서 있었다.

추억이 깃든 우각로 문화마을 벽화는 남아있지만, 곳곳에 철거를 알리는 현수막은 골목길의 사라짐을 의미하고 있어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진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추억이 깃든 우각로 문화마을 벽화는 남아있지만, 곳곳에 철거를 알리는 현수막은 골목길의 사라짐을 의미하고 있어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진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 점차 사라지는 우각로 문화마을 골목길

도원역을 지나 골목길에 들어선다. 이곳은 미국이 경인선 철도부설을 맡았을 당시 미국 공사였던 앨런의 별장이 있던 곳이다. 또 지역 예술가들이 모여 작업공간으로 활용하고 마을 공동체를 꾸린 우각로 문화마을이 이어졌던 곳이다. 현재 우각로 문화마을은 공식적으로 해산되었으며, 이곳에는 재개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추억이 깃든 벽화는 남아있지만, 곳곳에 철거를 알리는 현수막은 골목길의 사라짐을 의미하고 있어 왠지 모를 허전함을 남겼다.

드라마 ‘도깨비’의 무대, 배다리 헌책방길.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드라마 ‘도깨비’의 무대, 배다리 헌책방길. 몇 곳 남지 않은 헌책방 길에 들어서면 드라마에 나왔던 노란색 한미서점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 드라마 도깨비의 무대, 배다리 헌책방길

길을 돌아 배다리 헌책방길에 들어선다. 원래 이곳은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자리에 노점상들이 모여들면서 한때 40곳이나 되는 헌책방이 모여 있던 곳이다. 지금이야 책을 사거나 빌리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책이 엄청 귀했던 그 시절에는 가난한 이들이 지식을 찾는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 헌책방이었다. 한때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잠시 이곳 금곡동에서 헌책방을 운영한 적이 있다고 한다.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몇 해 전 무쌍 미인 배우 김고은과 함께 전국적인 인기를 떨쳤던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더 알려졌다. 몇 곳 남지 않은 헌책방 길에 들어서면 드라마에 나왔던 노란색 한미서점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헌책방 길을 지나면 창영초등학교가 보인다. 동네마다 있는 초등학교지만, 창영초는 인천 최초 3.1운동 발상지라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헌책방 길을 지나면 창영초등학교가 보인다. 동네마다 있는 초등학교지만, 창영초는 인천 최초 3.1운동 발상지라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 처음으로 시위에 나선 학생들이 투옥되는 등 민족의 얼을 지켜왔다. 유명 인물로는 국내 미학 및 미술사를 개척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고유섭 선생이 창영초를 졸업했다. 고유섭 선생은 1933년 개성박물관 초대 관장에 취임해 194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국내 미술계의 선구적 역할을 했다.

동구 송림동 골목길. 이곳은 아직 골목길의 향수를 간직한 곳이다. 그러나 주변으로 높다란 아파트가 꽤 많이 들어서면서 왠지 모를 위화감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재개발이 빠르게 이뤄진다면 이런 골목길 풍경도 사라질 듯했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수도국산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송현근린공원을 지나야 한다.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수도국산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송현근린공원 전경. (사진=남용우 선임기자)
2005년 문을 연 박물관은 잊혀가는 달동네의 이야기를 되살리기 위한 체험 중심 박물관이다. 솜틀집과 이발관, 연탄 가게, 다방 등 실제로 존재했던 가게들의 모습과 골목을 그대로 재현한 추억의 공간이다.

# 인천 달동네, 수도국산 박물관

이번 걷기의 마지막 길인 수도국산 박물관을 찾아가 본다. 동구 송림동 이곳은 아직 골목길의 향수를 간직한 곳이다. 그러나 주변으로 높다란 아파트가 꽤 많이 들어서면서 왠지 모를 위화감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재개발이 빠르게 이뤄진다면 이런 골목길 풍경도 사라질 듯했다.

수도국산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송현근린공원을 지나야 한다. 조성이 잘된 공원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마침내 수도국산 박물관 입구에 도착했다. 2005년 문을 연 박물관은 잊혀가는 달동네의 이야기를 되살리기 위한 체험 중심 박물관이다. 솜틀집과 이발관, 연탄 가게, 다방 등 실제로 존재했던 가게들의 모습과 골목을 그대로 재현한 추억의 공간이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것을 끝으로 이번 둘레길을 마무리했다.

남용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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