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숨진 초등생 아빠 울고 간 자리엔 ‘눈물만 가득’
상태바
[현장르포] 숨진 초등생 아빠 울고 간 자리엔 ‘눈물만 가득’
  • 김종대 기자  kjd3871@hanmail.net
  • 승인 2022.07.08 23: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일 오전 사고지점인 횡단보도 바로 앞에는 숨진 초등학생 A(11)양을 추모하는 꽃다발과 손편지, 인형과 음료수, 과자들이 놓여 있다. (사진=김종대 기자)
8일 오전 사고지점인 횡단보도 바로 앞에는 숨진 초등학생 A(11)양을 추모하는 꽃다발과 손편지, 인형과 음료수, 과자들이 놓여 있다. (사진=김종대 기자)

| 중앙신문=김종대 기자 | 등굣길 학생·학부모들 다함께 울음바다
학교 앞 2차로로, 차량통행 많지 않은 곳

평택시 청북읍의 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고무바퀴가 달린 굴삭기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조속한 스쿨존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8일 오전 9시께 사고지점인 평택시 청북읍 옥길리의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사고지점인 횡단보도 바로 앞에는 숨진 초등학생 A(11)양을 추모하는 꽃다발과 손편지, 인형과 음료수, 과자들이 놓여 있었다. 이날 오전 6시께 그리 많지 않았던 추모물품들은 등교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여들면서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어떤 학생은 음료수를. 어떤 학부모는 꽃다발을 올려놓으며 숨진 A양을 추모했다.

나이 지긋한 한 여성 시민은 이곳에서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서성이다가 자리를 뜨는 모습도 보였다. 아깝게 세상을 떠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 같기도 한 A양의 명복을 빌고 가는 듯했다.

이곳에서 머리를 크게 다쳐 숨진 A양은 하루 전인 7일 오후 4시께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고무바퀴가 달린 굴삭기에 치여 그만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목격자에 따르면, 신호등에 빨간불과 좌회전 표시가 들어왔는데도 굴삭기는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당시 이 처참한 사고 모습은 CCTV에 그대로 담겼다. A양은 신호가 바뀌자 친구와 함께 하굣길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몇 발자국 내딛다가 그만 변을 당했다. 친구 B양은 병원에서 치료 중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8일 사망사고를 낸 굴삭기 운전기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굴삭기 운전기사는 사고지점에서 약 3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검거됐으며,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난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820분이 막 지나면서 학교 등교시간이 가까워지자, 학부모들의 손을 잡은 초등학생들이 학교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고 소식 때문인지 엄마·아빠의 손을 꼭 잡은 채 더욱 조심하는 모습들이었다.

학교 바로 앞 건널목 두 곳에는 초등학생들의 등교를 돕는 시니어클럽 어르신 8명이 나와 신호등의 신호에 맞춰 학생과 시민들의 안전보행을 돕고 있었다. 이곳은 차량통행이 그리 많지 않은 통합 2차선 도로다. 하지만 아주 가끔 대향 차량들이 지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사고를 낸 굴삭기와 같은 진행방향에서 보는 도로는 조금 내리막 도로로, 그리 넓지 않은 약간 우측으로 굽은 도로 모습을 하고 있다. 사각지대가 많아서 그런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밖에 없는 대형차량들은 스쿨존에서 위험해 보였다.

8일 오전 학교 바로 앞 건널목 두 곳에는 초등학생들의 등교를 돕는 시니어클럽 어르신 8명이 평소처럼 나와 신호등의 신호에 맞춰 학생과 시민들의 안전보행을 돕고 있다. (사진=김종대 기자)
사고를 낸 굴삭기와 같은 진행방향에서 보는 도로는 조금 내리막 도로로, 그리 넓지 않은 약간 우측으로 굽은 도로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김종대 기자)

어르신들, 등굣길 돕는 시니어클럽 오후
에도 운영했으면 사고 막을 수 있었을 것

등굣길을 돕기 위해 나온 시니어클럽의 한 어르신은 숨진 학생의 아빠가 사고지점에 와 땅을 치며 슬프게 통곡을 해 같이 온 엄마가 간신히 달래서 데리고 갔다우는 아빠를 보고, 학교에 오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다 같이 울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사고가 난 걸 오늘 나와서야 알았다우는 아빠를 보고 우리들도 계속 울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 어르신은 다른 학교는 오후(하굣길)에도 시니어클럽이 나와 교통지도를 한다혹시 여기도 오후 교통지도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만 하면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인근 주민 이모(50)씨는 이곳은 차량통행이 그리 많지는 않은 곳이지만 학생들의 안전이 우선인 만큼, 스쿨존 환경개선에 더욱 신경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스쿨존 같은 분위기가 나야 차량 운전자들이 금방 알아채고 더욱 신경 쓰고 서행하게 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3년차 의정부시청 여성 공무원 숨진 채 발견
  • 박정 후보 유세장에 배우 유동근氏 지원...‘몰빵’으로 꼭 3선에 당선시켜 달라 ‘간청’
  • 감사원 감사 유보, 3년 만에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산단 공급
  • [오늘 날씨] 경기·인천(20일, 토)...낮부터 밤 사이 ‘비’
  • 김포시청 공직자 또 숨져
  • [오늘 날씨] 경기·인천(24일, 수)...돌풍·천둥·번개 동반 비, 최대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