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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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후유증
  • 유지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9.11.0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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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유지순 | 적절한 때에 꼭 맞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큰 재능이다.

말을 많이 하고 나면 유쾌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씁쓸한 뒷맛을 느낀다. 꼭 필요한 말만 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쓸데없는 말을 할 때가 많다. 

심각한 문제를 의논할 때나 부탁한 일을 처리할 때,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잘했구나” 생각할 때보다 말을 많이 했구나 하고 후회하는 일이 많다. 말을 하고 난 후 의도와 다르게 상대방이 잘못 이해하고 오해가 생길 때 난처하다. 말로 인해 입은 상처는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말로 남을 웃기는 재주가 있는 사람, 함축성 있는 멋진 말을 잘 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재주가 있는 사람, 남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자기주장이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해서 싫증을 느끼게 하는 사람, 생각 없이 말을 함부로 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사람, 유형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말을 압축시키고 절제하고 침묵으로 상대방에게 많은 것을 전달하는 것을 매력으로 느끼기도 한다.

말을 많이 하고 잘 해야 하는 직업도 있고, 말이 필요 없이 묵묵한 행동으로 처리해야 하는 직업도 있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보다는 말없이 행해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더 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은 한 번 쏟아 놓으면 수습하기가 어렵다. 어렸을 적 어머니는 물이 쏟아지면 담을 수 없듯이 말도 한 번 입에서 나온 것은 주워 담을 수가 없으니 늘 말조심하라는 당부를 하셨다. 자라면서 말에 대한 교훈이나 교육을 제일 많이 받았다. 쓸데없는 말을 하고 나면 내면에서 기운이 빠지면서 부끄러워짐은 어쩔 수가 없다.

표현이나 억양에 따라 그 사람의 인품이나 교양을 파악할 수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단어를 고르고 억양을 연출하는 것에 따라 전해지는 느낌이 다르다. 화가 날 때도 목소리를 낮추어 침착하게 차근차근 얘기하면 상대방에게 불쾌한 느낌을 주지 않을 것이다.

 참으면 될 것을 목소리를 높이고 후회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순도순 정답게 지내는 시골 인심에서도 말을 잘못 전하여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부끄럽기 한이 없고,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깊이 심어 준다.

말이란 중요하면서도 어렵다. 그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본인이 져야한다. 말을 잘못하여 파문을 일으키는 일은 크든 작든 주변을 시끄럽게 한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무책임한 말은 불신을 일으키는 씁쓸함이 뒤따른다. 

뒷일은 생각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함부로 하고 뒷감당을 못해 상대방을 실망시키고 신뢰를 잃는 경우가 많다. 그 파문이 혼자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적게는 이웃, 크게는 사회와 나라 전체에까지 미칠 수도 있다. 한 나라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잘못 뱉은 말은 국제사회까지도 떠들썩하게 한다.

동물 중에 인간만이 단어를 만들어 의사를 소통할 수 있다. 말을 한다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장소와 때와 상대방에 따라 적절한 말을 골라서 하도록 신중을 기하면서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 

나도 늘 말조심을 해야겠다며 마음을 다지지만 후회를 되풀이하면서 살고 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인물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은 조건에서 언(言)이 두 번째 들어가는 것을 보아도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명하게 나타난다.

우리의 모든 말들이
이웃의 가슴에 꽂히는 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어
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지게 하소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는
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 나르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떠올리며 내 말로 인해 누군가를 아프게 한 일이 없었는지 조용히 하루를 돌이켜 본다. 말로 인해 생기는 기쁨이나 괴로움을 늘 마음 속 깊이 새기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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