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달러만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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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러만 있으면
  • 유지순
  • 승인 2019.10.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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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헐벗고, 굶주려 뼈만 앙상한 5살 어린이 사진이 들어있는 포스터가 어느 국제기구 사회복지재단 사무실에 붙어있다. 그 사진 밑에는 “5달러만 있으면 한 달간 먹고 공부할 수 있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지금도 세계 어느 가난한 나라 어린이는 저렇게 헐벗어 우리 돈 5천여원만 있으면 한 달간 먹고 공부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사진은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 어린이를 찍은 것이라고 한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이 되어가고 있는데 왜 여태 그 사진을 붙여 놓았는지 궁금했다. 우리나라가 어려웠을 때를 기억하고 지금 이만큼이라도 살게 되었으니 우리도 이제는 이웃의 어려운 나라를 도와야 된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때 우리나라는 전쟁 직후라, 그 어린이가 굶주리고 있어도 국가나 사회나 이웃으로부터는 도움을 받지 못했고 외국인 후원을 받아 자라면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때의 그 어린이들이 사회에 든든한 기둥이 되어 우리나라를 지탱해 왔고 지금 이렇게 잘 살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동안 그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6‧25 때 우리나라에 후원금을 보냈던 외국인들은 직장 일을 마치고 하루에 한두 시간씩 과외 일로 돈을 벌어서 보낸 사람도 있고, 자기 일 외에 아르바이트로 구두닦이를 해서 번 돈으로 돕기도 했다고 한다. 하루 종일 간호사로 정규 일을 하고, 밤에는 다른 병원에서 일을 해서 번 돈을 보내준 간호사들도 많았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200여 개 나라 중 GDP(국민 총생산 금액)가 세계 12위이고, 국민 1인 총소득이 29위다. 이만하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게서 도움을 받았을 때의 일을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러 국제기구에서 활발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각자가 그 운동에 작은 동참이라도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국제구호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한비야씨는 오늘은 누가 도움을 주려나 하는 기대로 하루를 맞는다고 한다. 버스나 지하철, 어느 장소에서나 나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한비야씨에게 구호활동에 보태라고 돈을 건네주는 사람이 있다니 듣는 나까지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몽골의 굶는 학생들 급식비를 지원해주고 있는 친구가 있다. 밥을 굶는 몽골 어린이들 얘기를 들으면 가엾어서 눈물이 난다. 그 친구는 그 아이들의 급식비를 모금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다. 가난한 나라의 굶는 어린이들을 위한 모금에 협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외면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큰돈은 바라지 않는다고, 작은 쌈지 돈이라도 모이면 큰돈이 되니 관심이라도 가져 주기를 바란다고 얘기한다.

내가 아는 국제기구에서는 어려운 이웃나라 어린이들의 영양급식과 교육문제를 도와주고 있는데,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데려다 무료로 심장수술도 해 주고 있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심장 때문에 살고 있는 동안 고통을 당해야 할 어린이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수술을 받고 건강해져서 귀국을 하는 씩씩한 모습을 보면 고맙고도 예쁘고,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절로 인다.

동남아의 사회주의 국가를 여행하면서 가슴 아픔 일을 많이 보았다. 아름다운 자연과 많은 자원을 가지고 5달러가 없어 밥을 굶고 학교를 못가는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이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관광지 가는 곳마다 헐벗은 채 돈 달라고 손을 벌리던 서너 살짜리 어린이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캄보디아에는 아직도 8백만여 개의 지뢰가 묻혀 있다고 한다. 그 지뢰로 인해 팔다리가 잘린 아이들이 구걸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절로 손이 주머니로 가면서, 그들보다 조금 잘 사는 조국을 가졌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우리도 고난에 처했을 때 세계 각국에서 원조를 받아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 덕으로 현재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사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를 도와주었던 여러 사람들의 고마움에 보답할 때가 되었다.

현재 지구상에는 1억여 명의 어린이가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 중 5천여 만 명의 아이들이 전쟁과 내전에 휩싸인 지역에 살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글을 모르면 얼마나 세상 살기가 답답하고, 전쟁이나 내전을 겪는 아이들은 그 삶이 얼마나 비참할 것인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정부는 다른 나라에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국민의 세금으로 원조도 하고, 유엔은 각국 정부가 내는 돈으로 구호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활동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너무 모자라고 느리다. 민간구호단체의 구호활동은 빠르고 폭넓게 깊숙이 활동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대신 모금으로 활동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민간단체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어 그대로 방치하면 목숨을 부지하고 어려울 수도 있고, 평생 불행하게 살아야 되는 세계 곳곳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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