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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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
  • 유지순
  • 승인 2019.10.2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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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유지순 (수필가, 칼럼위원)

금년에는 바다이야기,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이북의 핵실험과 맞물려 간첩사건에 파업 등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아파트값은 턱없이 오르고, 성범죄자와 도둑들이 극성을 부리며, 가을 폭우까지 겹쳐 집과 농토를 잃고, 농사를 망쳐 고생하는 농민들이 부지기수다. 

모두들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때 석유 값까지 천정부지로 뛰어서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더 살기가 어렵다. 석유로 난방을 해야 되는 집을 걱정이 태산이다. 

따뜻하게 살려면 엄청난 석유 값을 감당해야하니 서민들의 단독주택에서는 겨울이 참 추울 것이다.

서울의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섭씨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가을 날씨에도 지하철에서는 냉방을 하고 있다. 또 추운 겨울에는 공공기관 아무데를 가도 난방이 잘되어 따뜻하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니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자연에 순응하면서 견디고 사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텐데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에, 조금만 추워도 난방에, 이렇게 정신 못 차리고 살아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렸을 적, 남자 어른들은 이십 리도 넘는 높은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다. 한 짐 가득 지게에 지고 온 나무가 하루 땔감 밖에 안 되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나무를 하러 가던 생각이 난다. 그 나무로 겨우 밥이나 해 먹고 여물이나 끓여 찬기운이 가신 방에서 지냈고, 겨울이면 방안에 물그릇이 꽁꽁 얼어붙는 추위도 견디고 살았었는데….

두어 해 겨울을 몹시 춥고 눈이 많은 미국 동부에서 보낸 적이 있다. 세계에서 제일 부자나라인 미국의 잘 사는 사람도 웬만큼 추워서는 난방을 하지 않는다. 추우면 집안에서도 옷을 많이 껴입고 지낸다. 우리나라의 아파트에서는 겨울에 더워서 반소매를 입고, 한겨울 관공서 사무실에서 문을 열어 놓고 사무를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엇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된 것 같다.

몇 해 전, 6월에 이태리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유럽 남쪽에 위치해 있어서 인지 말 그대로 작열하는 태양 아래 구경 다니기가 힘들었다. 그런 더위 속에서도 지하철 안은 냉방을 하지 않아 더위가 참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도 승객들은 아무 불평 없이 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 같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귀국을 했는데 역시 공항에서부터 천국이었다.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국가에서 이렇게 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지하철과 버스는 물론이고 지하철역에 들어서면 그 넓은 역 전체가 냉, 난방이 잘 되어있다. 살기는 좋지만 거기에 드는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지하철이 기하급수적인 적자로 운영이 힘들다고 늘 발표를 하면서 아낄 수 있는 만큼은 아껴야 하지 않을까.

무임승차를 하는 노인들은 늘 마음이 편치 않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더 많지만 가끔은 기분이 씁쓸할 때가 많다. 정부에서 정한 방침이고 나이든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국가에 세금을 내고 국가 발전에 조금이라도 공헌을 한 대가로 지하철을 그냥 타게 해주니 떳떳해도 될 텐데 지하철 탈 때마다 공연히 미안하고 위축이 된다. 

무임승차하는 노인들 때문에 적자가 는다는 이유만 대지 말고 에너지를 절약해서 조금이라도 충당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눈부시게 화려한 네온사인을 보면서 화려함도 좋지만 생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범위 내에서 아낄 수 있는 것을 아끼길 바란다. 정부에서도 에너지 절약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겠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비치지를 않는다.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를 여행해 본 사람들은 다 느꼈을 것이다. 그 나라의 밤은 얼마나 캄캄한지. 지난여름 가본 러시아는 어두운 후에 아파트에 불이 켜진 집이 거의 없었다. 호텔의 복도에도 겨우 눈앞만 보일 정도의 불만 켜져 있었다.

 중국 남쪽지방은 아예 난방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겨울이면 지내기가 춥다고 한다. 러시아도 국가정책으로 5월부터 9월까지는 난방을 못하게 되어 있어 오히려 여름에 더 춥게 지낸다고 한다.

석유는 41년 후면 전 세계 매장량이 고갈되고, 천연가스는 67년, 석탄은 길어야 164년 동안 캐낼 수 있는 양만 남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동안 과학이 더 발달해서 좋은 에너지원을 찾아낼지는 모르지만 이런 자원들을 다 쓰고 나면 우리의 후대들은 무엇을 에너지로 써야할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 가구당 빚이 평균 3천여만 원이나 된다는데 석유가 비싸니 빚이 자꾸 늘어난다는 소리가 들려서 이 겨울이 더 추울 것 같다.

더워서 땀 좀 흘리면 어떤가. 추워서 옷을 좀 두툼하게 입으면 어떤가. 정부에서는 물론 우리 모두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 국가에서도 좀 더 적절한 에너지 정책을 세워 절약하는 방법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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