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의 대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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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대반격
  • 염필택 시인  ypt0406@hanmail.net
  • 승인 2022.10.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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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신문=염필택 시인 | 시와 함께 고민해보는 생각 한 꼭지

염필택 시인
염필택 시인

태초에/ 생명 출발과 더불어/ 동행했을 바이러스// 다윈의/ 종의 기원 학습하며/ 끊임없는 진화의 길// 에볼라, 독감,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항생제와 맞서 싸워/ 거듭나려는 몸부림// 독하고/ 강해질 대로 강해진/ 오만의 끝판왕 등장// 호모사피엔스/ 최강바이러스 <최강바이러스/2021/염필택>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전염병이 점점 빈발하여 간다는 긴박한 뉴스를 들으면서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문명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전염병의 창궐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로 인한 생명체조차 하나의 제품으로 인식하는 데서 잘못된 출발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동물도 더불어 살아가는 상호보완적 동반자 관계로 경비, 사역, 사냥 등 다양하게 인간을 돕는 역할을 하였으나 오늘날은 단순히 인간의 식욕을 채워주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고, 오늘날에 와서는 미생물의 대대적인 반격에 가축이 중간 숙주의 역할을 함으로써 참극에 일조하는 전조증상을 보이는 실정이다.

오늘날 우리가 애용하는 대표적 가축인 닭, 돼지, 소의 생애를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가축의 사육은 전적으로 투입과 산출의 경제 논리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먼저 닭을 살펴보면 인공부화기를 발명하여 대량 부화를 가능하게 하였고 태어나면 움직일 수조차 없는 좁은 케이지에서 한 달 남짓 겨우 살다가 기름 솥에 넣어져 근사한 프라이드, 양념통닭으로 변신하여 입맛을 돋우고, 산란계는 케이지에 쑤셔 넣어져 24시간 대낮같이 불을 밝혀주면서 하루에 2개씩 알을 낳으라고 재촉 및 강요 속에 죽을 때까지 알 제조기로써 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다음으로 돼지의 일생을 간략히 살펴보면 어미돼지는 스톨 속에 갇혀서 돌아눕지도 못하고 평생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새끼돼지 생산 기계로써 착취를 당한다. 새끼돼지는 태어나자마자 인간의 편리와 입맛을 위해 마취도 안 하고 이빨과 꼬리가 잘리고 수컷은 고환을 발라낸다. 좁고 어두컴컴한 데서 많이 재우고 많이 먹여서 속성으로 키워 6개월 정도면 체중이 90kg인 규격돈으로 제품이 완성되는데, 바로 도축장을 거쳐 사람의 입맛에 맞춰 삼겹살, 목살, 다리 살 등으로 해체되어 인간의 입속으로 직행하면 그 임무를 다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는 가족처럼 보살피며 정을 나누고 같이 일을 하던 농경사회의 예우(?)는 옛말이 되었고 수태율을 높이는 데 혈안이 되어 인공수정으로 정자를 반복하여 주입하고 송아지가 태어나면 일 등급 육을 생산할 궁리에 영양제에 비타민제도 부족하여 동족의 뼛가루까지 섞어주며 성장을 끊임없이 재우친다. 농장주에게 소의 존재가치는 꽃등심, 안심, 양지머리, 아롱사태 등으로만 보이는 것이다. 젖소도 마찬가지의 경제 논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사육비용과 비교하여 산유량이 적게 나오면 바로 도태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즉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얻으려는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니 제한된 면적에 가능한 한 많은 개체를 키워서 최단기간에 좀 더 많은 생산량을 산출해야 한다는 경제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데 동물 복지 및 행복이 언감생심 가능하겠는가? 옛날처럼 넓은 초원 및 마당에서 뛰어놀며 살아간다는 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다. 많이 먹이고 적게 움직여야 목표한 살을 많이 찌울 수 있다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적게 움직이게 할까에 골몰하는 것이 현장의 실정이다.

이렇게 열악하고 불결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저항력은 더욱 떨어지고 병균은 창궐할 수밖에 없어 전염병의 빈발이라는 예정된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늘어나는 병균을 퇴치하려니 고단위항생제의 남용을 불러오게 되고 병균은 반복되는 항생제의 투하에 독해질 대로 독해지며 내성을 키워가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 열병, 조류 인플루엔자 등등의 빈번한 발생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살처분으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몰살당하여 한 구덩이에 묻히는 비극의 서막이 시작된 지는 이미 오래고 또한 오염수 침출로 지하수의 오염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에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동물 복지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준비와 실행을 착실히 하여 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좁은 공간에서 규격화된 제품을 생산하듯 하며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항생제로 범벅이 된 축산물이 우리 몸에는 과연 이로울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왔음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웃지 못 할 사례를 하나 들면 동창이 돼지농장을 하는데 이 친구는 함께 식사하러 갈 때마다 절대로 돼지목살 부위를 안 먹는다. 이상하여 그 이유를 물으니 내가 돼지농장을 하면서 허구한 날 하는 일이 돼지 목에 항생제 주삿바늘을 꽂는 게 주된 일인데 돼지 몸에서 항생제가 제일 많이 남아있는 곳이 목 부위라 생각되어 안 먹네하는 충격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이 일화에서 항생제 잔류량에 대한 부위별 차이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든 없든 시사 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합법적인 가축고기는 고사하고 몸에 좋고 정력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일일이 예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희한한 것까지 찾아내어 생명을 빼앗는 것을 서슴지 않으니 신종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들이 그것들을 숙주로 하여 인간에게까지 공격을 시작하고 있다. 에볼라,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으로 이어지는 신종 전염병의 창궐은 인간의 편리성 추구와 잘 먹고 잘살겠다는 끝 간데없는 욕심으로 인한 부작용의 발현이다.

스스로 판 함정에 빠져 공포에 질려서 신을 찾으며 절규하지만, 신마저 외면하는 예정된 인과응보를 당하는 것이리라.

이제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팬데믹의 긴 터널을 점차 벗어나 엔데믹으로 나아가는 시점에 서서 더 늦기 전에 가축을 기르는 데 있어서의 주안점을 동물 복지보장으로부터 접근해야 할 것이고 그 들이 행복하게 삶을 누린 후에 그 부산물로써 주어지는 축산물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얻으려 할 때 인간의 건강도 보장되리라 믿는다.

지금이 바로, 생명체는 규격화되어 대량생산으로 이어지는 제품이 아님을 깨닫고 우리 자신을 겸허히 돌아볼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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