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축제에 대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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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축제에 대한 소회
  • 염필택 시인  ypt0406@hanmail.net
  • 승인 2022.09.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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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필택 시인
염필택 시인

| 중앙신문=염필택 시인 | 해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이면 ○○상사화 축제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전국이 축제 분위기에 들뜬다. 꽃무릇과 상사화의 생육 습성이 비슷하여 비롯된 혼동 내지는 무지 때문에 비롯되는 난센스다

석산은 무조건 붉은색이고 상사화는 분홍색 또는 노란색이다. 상사화는 봄에 파릇한 잎이 양분을 저장하고 난 후에 말라 죽고 6월경에 꽃대가 올라와 꽃이 피는데 꽃줄기가 높이 50~70정도이다. 석산은 상사화와 비슷하지만, 상사화보다 늦게 피며 꽃줄기 높이가 30~50정도이다’ (출처: 경전 속 불교 식물, 2011, 민태영, 박석근) 또한, 넓게 보면 같은 백합목 수선화과 식물이나 원산지도 상사화는 한국, 꽃무릇은 일본으로 전혀 다른 식물이다. 특히 상사화에 얽힌 전설에서 비롯되어 그런지 전국사찰을 중심으로 열리는 상사화 축제, 즉 꽃무릇 축제가 앞 다투어 열리는 실정이다

상사화에 얽힌 전설을 살펴보면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만날 수 없는 숨바꼭질 같은 사랑을 '상사화' 사랑이라고 한다. 상사화란 '화엽불상견 상사화(花葉不相見 相思花)'에서 나온 말로 '꽃과 잎은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 끝없이 생각한다.'라는 뜻이다.

상사화에는 그 이름만으로도 몇 가지 전설이 있다. 어느 스님이 세속의 처녀를 사랑하여 가슴만 태우며 시름시름 앓다가 입적(入寂)한 후 그 자리에 피어났다는 설, 반대로 스님을 사모하여 불가로 출가하겠다는 딸을 억지로 결혼시켜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살게 해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홀로 애태우다 죽은 여인의 넋이 꽃이 되었다는 이야기, 옛날 어떤 처녀가 수행하는 어느 스님을 사모하였지만, 그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시들시들 앓다가 눈을 감고 말았는데 어느 날 그 스님 방 앞에 이름 모를 꽃이 피자 사람들은 상사병으로 죽은 처녀의 넋이 꽃이 되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한 결같이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애절함을 표현해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점은 틀림없는 것 같다’(불교 식물, 2011, 민태영, 박석근)

꽃무릇이 오래전부터 사찰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탱화를 그릴 때 꽃은 말려 물감을 만들고, 뿌리줄기에서는 즙을 추출하여 칠을 하면, 좀이 슬지 않고 색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찰 주변에 많이 심어왔기 때문이리라. 상사화는 우리 토종 꽃이고 꽃무릇은 일본 원산의 꽃이라는 관점에서 비롯된 국수주의에 빠진 소아적 접근은 아니다. 화초를 감상하고 예뻐하는데 원산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필자도 매혹적인 꽃무릇의 자태에 빠져 졸 시조를 지었던 적이 있다.

솔향 그윽한 산자락 나투어 핀 꽃무릇
임 떠난 해거름을 못 잊어 부여안고
억겁을 그리는 마음 인연이 천리만리

애간장 끊어내는 애틋한 사모의 정
홀로 붉어진 마음, 기약 없는 기다림
주야로 타들어 가는 정한(情恨)은 끝이 없어라

목울대 늘여대며 머금은 핏빛 울음
갈바람에 흔들리는 선홍빛 무언 절규
어쩔꼬, 애처로워서 휘청대는 가을날

순간에 스친 인연, 못 이룰 슬픈 사랑
추야장 긴긴밤에 시름만 깊어가며
그린들 무엇 하리오 못 잊은들 뭣하리

꽃무릇 사랑/ 2020>

꽃무릇만 놓고 보면 아름답고 고혹적인 꽃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꽃무릇이 어떤 이유에서든 상사화로 둔갑을 하고 원래의 상사화는 뒷전으로 밀리다 못해 이름조차 빼앗길 위기에 처한 것은 온당한 처사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름을 빼앗긴 토종 상사화를 개 무릇이라고 불러야 한단 말인가!

꽃에 대해 호불호(呼不呼)가 갈리고 어느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지만, 그 나름의 개성과 존재가치는 존중해 주어야 함이 바른 처사일 것이다. 비록 원래의 상사화에 대한 축제는 없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계산을 밑에 깔고 전설까지 덧입혀지면서 꽃무릇 축제(상사화 축제라고 오기)는 전국적으로 난립하여 관광객을 유인하는데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상사화 축제가 아닌 꽃무릇 축제로 한다고 해서 관광객이 줄어들 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축제 이름은 ○○꽃무릇 축제로 바로 잡고 상사화라는 이름은 본래의 상사화에 돌려줌이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본연의 모습을 뒤로하고 △△인체 하여 많은 혼란과 부작용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자신의 직분을 속이고 이권에 개입하고 타인의 안녕과 행복을 위협하는 일과 자신의 몫을 빼앗겨 비탄에 빠진 약자의 사례를 비일비재로 목격하여 개탄해본 경험도 있으리라.

상사화 처지에서 보면 얼마나 억울하고 슬프겠는가?

모든 것은 자신에게 걸맞은 이름과 직분에 충실하게 되면 세상은 참으로 살맛나는 세상이 되리라. 종교인이 정치를 탐하여 정치인 행세를 하고 정치인이 직위를 이용해 이해충돌 방지의무를 무시하고 사업가로 착각하는, 즉 자신의 직분을 망각하는 데서 개인은 패가망신하고 사회는 정의가 무너지고 혼란에 빠져드는 것이리라. 더 늦기 전에 상사화라는 이름은 토종 상사화에, 석산(꽃무릇)에는 꽃무릇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를 해줌으로써 격에 맞는 온당한 대접을 하는 것도 혼란을 방지하는 합당한 처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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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순 2022-09-30 13:59:44
촉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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