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환경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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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환경 만세
  • 중앙신문
  • 승인 2019.08.2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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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 (수필가, 칼럼위원)

여주 강에 가뭄이 심하면 강바닥이 들어나고 물고기가 밟힐 듯 지나다니며 가장자리 맑은 물에 배투리(고동, 소라)가 새까맣게 깔려 있었다. 그러다가 장마가 지면 언덕배기까지 흙탕물이 차올라 여주 강은 포효하며 강변 전답을 휩쓸었고, 여러 날이 지나야 서서히 맑아지면서 추석 무렵이나 돼야 옛 모습을 보여 주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서울에서 여주를 오 갈 때 누구나 그렇듯 나도 강과 함께 다녔다. 교문리까지 숨바꼭질 하듯 보이다 숨고 또 나타나는 강은 늘 보아도 모습이 한결 같고 의연하여 고향을 떠나 있어도 내 마음에 위안을 주었었다.

강은 흙탕물이면 그 물대로 잔잔한 물이면 그런대로 예나 이제나 우리의 젖줄이었다. 1.4후퇴로 우리가족도 피난 행렬을 따라 여주 강을 얼음위로 건너 피난을 갔었고, 고등학생 때 서울서 내려 온 친구들과 강에서 스케이트를 탔었는데, 자동차가 건너도 끄떡 않던 여주 강 얼음이 어느 때부터 자취를 감추었다.

충주댐 때문에 수온이 높아 졌다는 둥 팔당댐 때문이라는 둥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한강의 환경과 생태는 나쁜 쪽으로 변하고 있었다.

장마가 지고 물이 맑아 질 무렵 우리 동네 앞개울에는 웅어, 꾸구리가 엄청 올라왔었는데 그 고기 구경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없다.

강과 산과 물이 생기고 여주를 지나는 강이 남한강으로 이름 붙여져 여주의 생명을 지켜주고 있다. 강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이요, 물안개 물새 강가의 키 작은 풀들, 모든 게 정겹다. 여주는 남한강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는 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고마워한다.

억겁을 두고 우리의 생명선이었던 강도 나이 들면서, 경제의 발달과 인구증가로, 서서히 더해지는 사람들의 괴롭힘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맑았던 강물은 탁해지고 강가 모래톱은 시커멓게 썩어갔다. 돌과 모래와 쓰레기가 쌓이면서 비만 왔다하면 범람하고 전답을 헤집고, 가옥을 뭉개고 산천을 할퀴었다.

역사 이래 최초로 강바닥을 파내고 가장자리를 다듬고 보를 놓아 다목적으로 활용하도록 큰돈을 들였다. 가끔 둘러보는 강천 보, 여주 보, 이포 보는 우리의 자랑거리요, 자부심이다. 아직 다른 강은 가보지 않아 모르지만 여주지역을 감안 할 때 홍수 대응력 강화, 수자원 확보, 수질이 개선되어 훌륭하지 않을까 짐작이 간다.

준공 된지 얼마 안 되어 효과나 효능이 눈에 띄게 나타 날 수는 없겠지만 큰 장마가 지고도 강이 넘치거나 수해가 없는걸 보면 그 한 가지 만으로도 4대강 사업은 성공했다고 쳐야 한다. 항상 넉넉히 흐르는 강물, 가을 하늘을 담은 맑은 색, 강변을 따라 가벼운 운동을 하는 시민들, 경쾌하게 자전거를 굴리는 건각들, 4대강 사업이 아니었으면 꿈도 못 꿀 일들이다.

역기능 역시 금방 나타 날 수는 없다. 항간에서는 생태계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대서특필하고 아우성이지만, 낙동강 지류인 감천 하류에서 2년 전에 흰수마자 물고기가 24마리 관측 되었으나 지금은 안 보인다... 24마리 숫자는 어떻게 세었으며 안 보일 때 더 찾아보기나 했는지. 이포 보 주변의 수달, 꾸구리가 없어졌다고 생태계가 무너진 것일까. 4대강이 사실상 호수로 변하고 수질도 나빠졌다고 정부관계자가 얘기하는데 4대강을 샅샅이 다녀 보고 하는 말인가. 남을 헐뜯거나 침소봉대 하는건 아닌가. 소양강댐, 충주호, 팔당댐의 공사 후 우리백성이 환경 탓으로 질병에 걸리거나 수명이 짧아졌다는 연구는 아직 없다.

민간 전문가들로 ‘4대강 사업 검증위원회’를 곧 구성하여 수질과 생태계, 보 안전성 등에 관한 정밀조사에 들어간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싫든 좋든 기다렸다가 대책을 세우자. 큰일에는 다소간 하자도 있고 트집잡힐 일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나라에서 큰일을 벌일 때마다 무턱대고 반대만 일삼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지도자들을 무수히 보아왔다. 환경의 중차대함과 경제적 효과의 위력을 미리 내다 본 지도자의 용단과 혜안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경제발전이나 풍요로움은 어디서 찾을까.

아쉬움은 있다. 팔당댐도 자주 준설을 하여 물을 깨끗하게 보존하고 싶고, 4대강을 준설하여 쌓아둔 모래더미를 빨리 처분하여 관리에 들어가는 부수비용을 줄이는 것도 시급하다.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에게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강, 나쁜 강을 따지기에 앞서 남이 하는 일을 너그러이 보아 넘기는 아량, 칭찬이 필요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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