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큐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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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큐 선생
  • 중앙신문
  • 승인 2019.09.0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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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 (수필가, 칼럼위원)

10 여 년 전, 시골에 내려와 사슴농장을 시작할 때다. 사슴을 기르며 몇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특히 사슴울음소리 때문에 곤혹스러웠다. 초가을이 되어 발정기가 되면 밤낮없이 암사슴 부르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데 귀가 따가울 지경이어서 동네 분들에게 대단히 미안하였다.

꽤 고심을 하다가 제일 피해를 입는 김 두열, 안종화 두 사람을 불러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였다.

김 두열은 어릴 적부터 가까이 지낸 불알친구이고 자수성가한 독농가이다. 심성이 착하고 부지런하며 남을 배려하고, 절대로 남의 흉을 보거나 뒷욕을 하지 않는 원근에 찾기 어려운 신사이다.

문제는 안종화. 서울서 살다가 우리 마을로 옮긴 의문투성이인 미지의 인물.

사슴장을 지을 때 안종화 씨 댁 전기를 빌려 쓰는데 군말 없이 승낙하여 고마웠다. 우리도 전기를 가설하여 그간 쓴 전기료를 내 주려는데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자연스럽게 순서가 정해져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하게 되고 어울리다 보니 엄청 친해졌다. 나이가 동갑이며 김 두열과 또래이고 가깝게 살고 마음이 선하여 서로 통하니 정이 깊어간다.

안종화 씨는 서울에 살 때 교직에 있었다는 소문도 있고 DJ의 수하로 일 했다는 소문이 있어 내가 ‘안 선생‘으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안 선생은 친구의 의미를 내게 가르쳐준 진정한 선생이다.

사심 없이 꾸밈없이 정결하게 사람을 대하며 편하게 해준다.

그는 체구가 아담하고 미소가 아름다우며 조용하다. 나설 자리 지켜 볼 자리를 신통하게 구분하여 어느 모임이든 원성을 듣지 않는다.

남에게 대우를 받기보다는 남을 대접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상식이 풍부하고 모든 분야에 지식이 해박하여 움직이는 인터넷이다.

그는 부지런하다. 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고 휘익 동네를 한 바퀴 도는데 다녀 간 후 보면 묘목(모종), 과일, 농사 수확물을 조금씩 놓고 간다.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에 그런 귀한 선물을 두고 갔으면, 십 중 팔구는 김 두열 부인이나 안 선생이다.

안 선생은 재간둥이이다. 농사일을 해 본 것 같지 않은데 몇 천 평되는 밭이 여느 농사꾼 밭보다 깔끔하고 풍성하다. 어느 날 그 집엘 들렀는데 병아리 소리가 난다. 닭장으로 가보니 세 마리가 병아리를 깐 것이다. 따로따로 방을 꾸며 살림을 내니 어미와 병아리가 평화롭게 재잘거린다.

셋이서 돌아가며 식사대접을 하는데 안 선생만은 집에서 차린다. 맛, 색깔, 향이 어느 고급요리점 같이 우아한 밥상을 마주하면 그들 내외가 더욱 돋보였다.

돈도 더 들것 같고 품도 많이 드니 밖에서 사 먹자고 하여도 막무가내다. 차례가 아닌데도 수시로 불러 간단한 안주와 먹을거리를 준비하여 대접하는데 물씬 정이 묻어난다.

지난해 마을 노인회 임원개선이 있을 때 내가 강제로 총무에 앉혀 버렸다. 처음에는 싫다고 버티더니 할 수 없다고 일을 보는데 모두 칭송한다.

안 선생은 여주군시노인복지회관에서도 능력을 발휘하여 각종 교실 회장이나 총무를 맡아 동분서주하니 우리는 팔자라고 놀린다.

전화를 할라치면 벨이 울리자마자 곧 받는다. 사회규범이 몸에 배고 예의범절이 뚜렷하다. 남의 말에 탓하지 않고 끝까지 경청한다. 타협하듯이 말하고 전화 끝에는 ‘댕큐’하며 끝을 낸다. 정감어린 인사에 절로 힘이 나고 즐겁다.

내가 안 선생의 애칭으로 ‘댕큐선생’이라고 부르게 된지 꽤 오래 되었다.

댕큐선생은 오늘도 노인 회관으로 복지회관으로 밭으로 분주히 다니며 바쁜 하루를 보낼 것이다.

친구 간, 동업자간에 서로 속이고 이간질하는 세상, 친족 간에 재산싸움으로 반목하는 세상, 한 발짝 양보하고 역지사지하면 모든 국민이 ‘댕큐선생’같이 될 터인데... 새 해를 맞아 갈등과 분열을 넘어 밝고 명랑한 세상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부터 반성해야 할 일이다.

댕큐선생이 있어 우리 마을이 밝아지고 명랑해진다.

댕큐선생 같은 이가 마을 마다 두 명만 있어도 우리나라는 무척 행복 할 것이다.

건승하시라. 댕큐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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