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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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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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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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신기하게도 어린아이들은 배꼽인사를 잘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예절교육으로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게 배꼽인사 ‘공수(拱手)’인 것 같다.

두 손을 포개어 잡는데 남자는 왼 손이, 여자는 오른쪽 손이 위로 가야 올바른 공수이지만 교사들이 잘 모른 채 그냥 가르치고 있어서 좀 엉터리다.

10여 년 전 여주향교에서 몇 분을 뽑아 성균관에 파견하여 인성교육 강사 교육을 이수하게 하여 나도 동참하였는데, 조교로 나온 어느 여선생이 강의시간 내내 공수자세를 취하고 사관생도 같이 자세가 흐트러짐이 없어 놀란 적이 있다. 예절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순간이다.

우리 내외는 여주관내 어린이집 예절교육 강사이다.

예절 전반을 가르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서 절(큰절, 평절), 다도(茶道)를 가르쳤고, 어린이들과 짧은시간을 보내며 예절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전두환 대통령시절, 해마다 해외동포 학생과 젊은이를 수 백 명씩 초청해 나라의 얼을 심어 준적이 있다. 그때 교육의 일환으로 한복을 입히고 다도와 절하는 법 등 전통예절을 가르쳤는데, 내 아내가 강사였다. 잠실 학생체육관 바닥에 가득 들어찬 그들에게 다도와 예절을 정확히, 완벽하게 가르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배우는 그들도 열성이어서, 구경하던 나도 감명을 받았었다.

‘예절’ 사회적 약속이고,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질서이며 도리이다. 예절을 지킨다는 것은 남을 존중하고 공경한다는 뜻이다.

예절은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을 만날 때 먼저 인사하고 버스를 탈 때 줄을 서는 미덕, 이 또한 예절이다.

오래전 여행 중 서양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굿모닝’하며 인사를 했을 때 깜짝 놀라 답례를 한 게 생각난다. 예절이나 매너가 몸에 밴 그들이 부러웠다.

예절은 형식과 정신으로 이루어진다. 정신, 정성스런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예절은 겉치레이고, 형식을 갖추지 않으면 진정한 예절이 아니다.

예절은 오래전부터 만들어 지고 고쳐지고 다듬어 지면서 내려오는 우리민족의 정신이다.

TV 사극에서 보는 궁중예절이나 사대부 예절을 이 시대에 지키라고 한다면 모두 도망을 갈 것이다.

다른 문화, 문명과 마찬가지로 예절도 진화하면서 조상과 후손을 잇는 메시지로, 조직과 국가를 다스리는 에너지로 자리 잡고 있다.

예절이라면 어렵고 힘든 것으로 알고 피하는데, 외면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게 예절이요, 도덕이다.

수많은 예절 중에 중요한 부분이 절(拜)이다. 절은 예절의 시작이며 중심이다.

어린아이들도 잘하는 배꼽인사. 의외로 어른들은 잘 모른다.

평상시에는 남자는 왼 손이, 여자는 오른쪽 손이 바깥으로 가도록 포개 잡는다. 흉사시에는 그 반대로 손을 잡는다.

얼마 전 나는 어머니를 여의었다. 문상을 오신 조문객 수 백 명의 공수와 절 하는걸 유심히 보았는데 열에 일곱은 틀렸다. 공수 한 손을 어깨 높이로 올렸다가 바닥에 대고 먼저 왼쪽 무릎을 꿇고 오른쪽 무릎을 꿇은 후 등허리가 수평이 되게 엎드려 2~3초 기다린 후 일어난다. 일어 날 때는 반대로 오른쪽 무릎을 먼저 세우고 왼쪽 무릎을 세우며 일어나야 하는데, 손을 벌려 바닥을 짚는다든지 이마를 바닥에 대고 무한정 엎드려 있기도 한다.

형식이 무에 그리 중요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예절은 법도이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한다.

청년시절 테니스를 배우는데 운동신경이 둔했던 나는 스윙 폼부터 갖가지 폼이 무척 어렵고 따라가기에 힘이 들었다.

형식이 왜 그리 중요하냐고 코치에게 항의하니 빙그레 웃으며 기본이 안 되면 사상누각이 된다고 기초 배울 때 잘하라고 침을 놓았다.

그 후 붓글씨 공부를 하는데 똑같은 경험을 하였다.

한자에는 삐침이 많은데 손에 익지를 않아 잘 안되었다. 대충하려는데 선생이 보더니 처음 배울 때 제대로 배워야지 안 그러면 글씨도 아니라고 핀잔을 주었다.

예절도 마찬가지다.

어려서부터 예절이 몸에 배도록 훈련되어야 하며, 그런 사람은 커서도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 되고, 기본이 된 사람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배꼽인사, 절을 올바르게 배워 기본형식이라도 갖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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