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개발과 관리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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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개발과 관리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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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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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장마가 지면 시뻘건 흙탕물이 논둑을 넘실거리고 마차 구르는 소리를 내며 어진 백성들에게 겁을 주었다. 황폐한 산은 그렇게 인간을 혼내지만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흰모래가 개울 바닥을 덮고 맑은 물이 흘러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도록 우리를 용서하였었다. 개울둑에는 제 철 맞은 잠자리, 매미, 땅강아지, 팥두기가 날고 개울에는 온갖 물고기가 헤엄치며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했는데... 발가벗은 아이들은 해 가는 줄 모르고 멱을 감으며 물고기를 잡는다고 신이 났었다. 이게 내가 아는 자연이었다. 그 흔하던 곤충들, 미생물들, 파충류는 어디로 가고, 아름답던 새들은 어디로 갔는가.
자연은 어머니의 품이다
자연은 모든 생명체의 본거지이다.
자연을 보존하고 키워 나갈 책임은 사람들에게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욕심을 부려 화학비료, 제초제, 농약으로 농토를 병들게 하고, 온갖 개발행위로 자연과 환경을 반신불수로 만들었다. 우리는 개발과 보호 사이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고 순리에 따라야 하는 데도 자연을 지배하고 역행하다가 자신이 지은 죄로 자연이 내리는 벌을 받으며 헤어날 길을 찾아 헤맨다. 사람은 자연을 망가뜨리고 자연은 사람에게 해코지 하며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 아닌가. 산, 강, 바다는 본래의 모습 그대로 있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인간은 현재를 편리하게 지내려고 미래에 대한 준비책을 게을리 한 채 꼼수를 부린다. 선조 때부터 내려온 자연이 내 것이 아니고 후대에 물려 줄 것임을 알면서도 내 욕심만 차린다.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다. 자연을 관리한다는 미명아래 자연을 때리고 할퀴고 부수며 뒤 엎는다. 그래서 사람이 그러하듯 자연도 격동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나와서 자라고, 그 안에서 생명력을 가지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성, 발전하는 게 자연인데, 쇄락해져 사멸하기 전에 인위적으로 괴롭히니 자신의 생태를 지키려고 자연은 더 힘들다. 자연에게는 물어 보지도 않고 사람들 편리한대로 개발의 잣대를 들이 민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로움의 극대화를 성취하려는 우리의 욕망은 기계문명의 발달로 한술 더 뜬다.
그 뿐인가.
자연을 관리하며 개발하고 보호한다는 명분과, 파괴를 막겠다는 힘이 상충하면서 얄팍한 인간들의 두뇌싸움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시대가 바뀌며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공기, 흙, 물, 숲, 어느 것 하나 성한 게 없는 자연과 환경을 살리자고 꾀를 모으고 힘을 합치지만, 개발과 관리에는 어느 때, 어느 곳이든 반대를 위한 반대와 억지가 뒤따른다.  그 옛날, 개발연대(年代), 고속도로를 뚫고 항만을 건설하고 공장을 세울 때부터 가까스로 보릿고개를 넘기며 먹고 살만 하니까 자신의 입지가 좁아진 어느 지도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백성들은 좋다고 박수를 치는데 시민단체, 환경단체는 나라에서 하는 일에 억지를 부린다.
서로서로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면 사사건건 방해를 하니 나라 살림이 갈 짓자 걸음이 된다.
천성산 굴을 뚫어 KTX 철도를 놓을 때, 도롱뇽 죽는다고 단식 하던 어느 여승, 대통령이 5천년만에 역사(役事)로 4대강을 개발, 관리, 보호한다고 큰 돈 들여 일을 펼칠 때 탑 위에 천막치고 공사를 방해하던 그들, 지역 주민들은 만세 부르며 좋아하는데 어데서 굴러 들어와 되지도 않는 이론으로 나라를 말아먹던 그들, 지금 어데서 무슨 낯으로 세상을 살고 있을까. 좁은 소견으로 큰 일 망쳤으면 이제는 정신 차리고, 차라리, 자연이나 환경에 손을 댈 때에는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도 참작을 하라고 엎드려 바라는 게 좋지 않겠는가.
웬만하면 다 아는 진실을 자기들만 아는 양, 자기들이 아니면 큰일이나 날 것 같이 외치는 사람들, 이제는 이성을 찾았으면 좋겠다. 자연보호는 인간이 지켜야 할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자연 관리는 우리가 지녀야 할 가치라는 것 누구나 다 안다.
자연, 환경, 내가 살고 있고 후손에게 물려 줄 소중한 재산, 관리와 개발의 사이, 그 모호한 경계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크나 큰 숙제를 안겨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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