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중앙신문 |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후폭풍이 결국 65세 이상 노인에게 돌아오고 있다. 소득요건이 3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8000명 가까운 65세 이상 노인들이 피부양자 자격 상실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음 달부터 안 내던 건보료를 월 평균 3만6000원을 새로 내야 한다. 그나마 5년 뒤엔 한 달에 18만3000원씩으로 늘어난다.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노인층의 건보료 부담이 더 무거워진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4일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서 밝혀졌다. 이 같은 수치는 소득 기준 강화로 피부양자 자격을 잃은 전체 인원 27만3000명의 35.3%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건보료 피부양자 소득 기준을 연 3400만원에서 연 2000만원 초과로 낮췄다. 소득이 있으면 한 푼이라도 건보료를 내는 직장인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월 평균 소득이 약 166만원을 넘는 사람은 다음 달부터 건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보료를 내야 한다. 지금까지 월 소득액이 283만원, 연 3400만원을 넘어야 건보료를 내야 했던 것에 비하면 월 소득 기준이 116만7000원가량 강화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건보료 경감 비율은 첫해 80%에서 2년 차 60%, 3년 차 40%, 4년 차 20%로 점차 낮아진다는데 있다. 그렇게 될 경우, 5년 차엔 경감 혜택이 사라져 월 18만3905원의 건보료를 꼬박 내야 한다. 국민연금 등 각종 공적연금으로 은퇴 생활을 이어가는 노인층의 경제적 부담이 그 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재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인원이 3년 전에 비해 1.5배로 증가해 불만이 높은 판에 이번 조치로 노인들의 불만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당시엔 건보료를 산정하는 기준인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9.1% 급등한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었고 이번엔 소득기준 강화 때문이라니 기가찰 노릇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건강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고령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강화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가파르게 인상할 경우 안 그래도 전반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가입자들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피부양자인 노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당국은 건강보험료 인상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바로 잡는데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