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의 사람과 음악] 일상의 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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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사람과 음악] 일상의 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을까?
  • 권은경 삼육대 교수  piamokek@gmail.com
  • 승인 2022.09.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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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 교수.
권은경 삼육대 교수

사계절 중 낭만이 가장 넘치는 요즈음이다. 가을하늘도 높고 날씨도 선선해지는 이때, 주위의 모든 소리가 배경 음악이 되고 찍는 사진마다 작품이 되는 그런 순간을 즐기는 독자들이 되길 바라본다. 오래전 19세기 전까지만 해도 음악엔 반드시 악보가 무조건 존재했어야 했으며, 연주되는 곡에 걸맞은 의상과 악기들이 존재했어야만 했다. 이에 당연하듯 관객으로서 갖춰야 할 품위도 교양과 품격도 있어야 당연한 듯 따라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줄만 알았던, 20세기, 산업혁명과 여러 문화가 공존하던 미국에서 이러한 틀을 깨고 나간 작곡가가 있다. 바로 존 케이지이다. 그의 대표작에는 433초라는 곡이 있는데, 그 시작은 이러하다. 전형적인 공연장에 그랜드피아노가 한 대 놓여 있다. 멋지게 차려입은 멋진 연주자가 나와서 악보를 정갈하게 편 후 시계를 들고서 정확하게 433초 동안 시간을 재고 있지만, 결코 피아노를 치지 않는다. 다만 피아노 앞에서 곧 연주할 것처럼 가만히 악보를 주시하면서 앉아만 있다. 그렇다면 표를 구매하고 들어온 관객들이 연주자처럼 가만히 있었을까? 아니다. 침묵의 433초가 흘러가는 동안 관객들은 기침도 하고 한숨도 쉬고, 집중하다 다시 곧 자세를 고쳐 앉고, 코를 훌쩍거리기도 하면서 연주장 내의 공간 속 침묵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감상자마다 해석이 다르겠지만, 필자는 이러한 존 케이지의 시도를 통해 다양한 시사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본래 클래식 연주는 유명 연주자들의 작품 속 음표 하나, 표기 하나라도 틀리게 퇴색될까 봐 연주자들은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며 정확한 박자와 음표 그리고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존 케이지는 어떠한가? 침묵의 시간 속 연주자가 연출해 내는 호흡과 적막함의 속에서 긴장감을 유발하면, 관객들은 그 시간이 마친 후 마침내, 긴 호흡을 통해 모두 편안함을 느낀다. 이 연출을 객관적으로 보면 웃음의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연주자는 매우 진중하다. 그러한 행위 속에서도 음악이란 시간의 예술이며, 무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ASMR이 그런 것이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인들은 이러한 소리에 편안함을 느낀다. 다양한 음악 속 자연의 소리, 모닥불 타는 소리, 벌레 우는 소리 등, 그리고 요즘 식당가를 지나다 보면 치킨이 튀겨지는 바삭한 소리를 영상을 통해 계속 들려줌으로써 침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러한 풍경들을 지켜볼 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들어내는 모든 소리는 내 삶을 만들어내는 요소가 되고, 그것은 그 어떤 것과 연관된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 나의 삶을 시간 순으로 엮은 내 삶의 연주곡이 된다. 한 예로 영화 어거스트 러쉬장면을 보면 주인공 소년은 자연 속에서 바람이 부는 소리, 풀벌레가 우는 소리, 또한 뉴욕으로 가는 길 중 도로 위의 소리 속에서, 도시의 풍경과 함께 존재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양한 소리 속에 조화롭게 존재하며 움직이는 지휘자가 된다. 이처럼 우리도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다양한 소리 안에 공존한다. 다만 그것이 나를 미소를 짓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음악의 요소로 자리를 잡기엔, 이 다양한 소리가 소음이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나의 연주곡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필자는 가을날 강의실과 도서관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20대들에게 오늘 가을의 소리를 찾아 음악을 만들어 보자라고 했더니 곧 학생들이 갑자기 졸린 눈에서 행복 가득 미소를 띠며 캠퍼스 속에서 도토리 굴리는 소리, 낙엽을 비벼보는 소리, 또한 캠퍼스 안 자갈길을 걸어 다니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까지 조화롭게 구성하여 음악가처럼 만들어냈다. 그들의 표정은 무엇이었을까? ‘살아있음이다. 옛 고전 음악이 지금도 반듯하게 살아 전해 내려오듯, 우리의 삶의 소리 즉 일상의 소리도 지금 나와 함께 공존하며, 나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 내가 살아가는 지금의 2022년 가을이 더 특별하게 느끼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신문 위 하늘을 바라보며, 또 나의 일상 속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만을 위해 연주되는 일상 속 연주곡을 감상하는 행복을 누려보길 바란다.

권은경 삼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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