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자의 소혜(笑慧)칼럼]재롱이와 김씨
상태바
[조용자의 소혜(笑慧)칼럼]재롱이와 김씨
  • 중앙신문
  • 승인 2017.11.15 15: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용자(수필가, 칼럼위원)

우리 집 개 이름은 재롱이. 하얀색 푸들로 열 살 먹은 암컷이다. 똥오줌을 가리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제 집으로 들어간다. 남편은 개를 무척 좋아해서 수없이 많은 개를 키워 온 우리 집은 개 천국이다. 그동안 기른 개 종류와 이름을 다 기억 할 수는 없지만 덩치가 아주 큰 그레이트덴과 몸무게가 120kg이 넘는 세인트버나드를 비롯해서 아주 작은 미니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를 키웠다.

암컷의 이름은 주로 깜순이, 고은이, 이쁜이, 알랑이, 똘순이라 불렀고, 수컷의 이름은 깡돌이, 쇠돌이, 늠늠이, 진돌이라고 지어 불렀다. 개는 남편이 좋아해서 키웠지만 개 이름은 내가 지어준다.

지금은 개성시대라 개 이름도 다양해서 별별 소리로 다 불러대지만 옛날에는 주로 워리, 메리, 해피였다.

우리 집에서 몇 집 건너 이사 온 노랑머리 여인이 어느 날 문 밖에서 “김씨! 김씨! 김씨!” 하고 동네가 시끄럽게 김씨를 부르고 있었다. 처음엔 그 집의 기사아저씨를 부르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김씨’는 그 집 개 이름이었다. 이유인즉 한국 사람의 성씨를 따라 김씨를 개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 서양여자는 오늘도 김씨를 몰고 산책을 나간다. 김씨는 코카스파니엘 종류로 털이 노랗고 귀공자처럼 생겨서 미국식으로 젠틀! 젠틀! 하고 이름을 불러주면 좋을 뻔 했다.

서울 신림동 어느 집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이게 우리 집 효자의 밥그릇입니다.” 아주머니가 보여준 것은 옛날 우리 조상들이 썼던 놋주발이었다. 가장의 밥을 담아 아랫목 이불 밑에다 넣어둘 때 썼던 그런 밥그릇이다.

집주인의 아들 밥인가 했더니 자기네 집 개 이름이 효자라고 했다. 예부터 인간 못된 이를 가리켜 ‘저놈은 개만도 못한 자식이야’ 라고 하는데 자기가 키우는 진돗개는 집도 잘 지키고 주인 말도 잘 들어 효자 노릇을 한다며 자랑했다. 누가 날 보고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하며 연방 꼬리를 흔들어대겠냐고, 세상에서 자기를 제일 좋아하는 건 효자뿐이라고 했다. 효자는 수컷으로 인물이 잘 생기고 몸매도 잘 빠져서 챔피언 선발대회에 나가면 일등감이라고 한다.

요즘은 개를 가족처럼 여기고 “아이 구 내 새끼, 엄마가 밥 줄까?” 하면서 쓰다듬고 입을 쪽쪽 맞추고 철따라 새 옷을 갈아입히고 애견 센터에 가서 미용도 시킨다. 처네를 띠어 업고 전철을 탄 여자가 “내 새끼 엄마가 업어주니 좋지?” 하며 토닥거리는 걸 본 할머니가 “어휴 젊은 이 참 안 됐구려 어쩌다 개를 낳았수?” 한다는 말도 SNS에 떠다니는 말이다. 홀대받는 처량한 늙은이보다 훨씬 호강을 하며 사는 개. 목욕도 시키고, 개 미용실에 가서 이발도 하고 메니큐어도 칠해서 모양을 내고 향수도 뿌려 냄새까지 풍기고 다닌다. 요즘은 개에게 성형수술까지 한다니 개는 주인을 알아보지만 주인이 개를 몰라보면 어쩔까. 영양식에다 개 침대, 개 호텔까지 생겨 온갖 호사를 다 하고 살아도 주인이 죽으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유산까지 받는다니 참 별난 세상이다. 개가 아무리 영리하다 해도 사람 노릇은 할 수 없는데 너무 요란법석을 떨고 반려견이라며 자랑을 한다.

아무리 정성껏 개를 돌봐야 주인이 아플 때 물 한 모금 떠 넣어줄 개가 있는가. 주인을 잘 만난 개는 온갖 호강을 다 한다. 개에게 쏟는 그 정성을 사람에게 쏟아 부어 정을 주고 따뜻이 대해주면서 철따라 옷도 사다주고 먹을 것도 주며 사랑을 베푼다면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사람은 개를 키울 수 있지만 개는 사람을 키울 수 없다.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일에 관심과 애착을 더 가졌으면 좋겠다.

나는 선천적으로 개를 싫어해서 우리 집 개도 그런 나를 용케도 아는지 내가 밖에서 들어 와도 꼬리를 흔들거나 아양을 떨지 않는다. 가끔 부부싸움을 한 다음 슬그머니 집을 나간 남편은 꼭 개를 사서 안고 들어온다. 그럴 때 사온 개는 더 밉다. 키우던 진돗개 흑돌이에게 물려 다리를 다쳐 오랫동안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부터는 개하고는 정을 붙이지 못한다.

재롱이는 이제 나이가 많아 한쪽 눈이 허옇게 변했다. 백내장인지 앞을 잘 보지 못하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이웃집 김씨는 아직 건강해 보인다. 개의 나이는 장수해야 10-15년이라는데 재롱이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롱이 다음으로 키울 개 이름은 멋진 미국 성을 따 부시라고 지어볼까. 견통령제도가 생길지 누가 알겠나.

새끼 때부터 키워 온 재롱이는 꼬리를 흔들고 재롱을 떨며 쫄랑댈 때가 한창 때였고 지금은 늙었다. 김씨의 주인여자에게 “How old?” 라고 물으니 김씨는 수컷이고 4살이란다. 개 나이로 한창때다. 혈통도 나이도 너무 차이가 져 개 사돈 맺기는 글렀다.

한국산 재롱이는 순 우리말 개 이름이고 김씨는 외국 혈통에 한국성을 가진 개 이름이다. 개가 새끼를 낳으면 강아지라고 한다. 사람들은 욕을 할 때 개새끼! 개새끼! 하고 욕을 하지만 유식하게 강아지! 강아지! 하고 말한다면 어울릴까. 신부님이나 조그맣게 말할 수 있겠지.

내리던 비가 그치더니 파란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개는 무지개구나. 재롱이도 효자도 김씨도 인간구실은 절대 할 수 없는 동물 개 일 뿐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불통 수원시, 이번엔 소방법 위반 논란
  • 성남시 ‘미니 태양광 설치’ 최대 70% 지원
  • 여주 ‘미래 경쟁력 끌어내는 걷고 싶은 도시로 간다’
  • 포천 지역 골프장, 그린피 할인 통해 지역과 상생 실천
  • ‘동탄~청주국제공항(수도권 내륙선)’ 철도망 탄력
  • 화성시 ‘민‧군통합공항 화성시 이전’ 여론조사 70% 확고한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