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자의 소혜(笑慧)칼럼]3.5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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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자의 소혜(笑慧)칼럼]3.5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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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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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자(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삼촌과 사촌 사이의 3.5촌은 누구일까

삼촌은 아버지의 형제를 말하며 아버지의 형은 백부님 또는 큰아버지라 하고 아버지의 동생은 숙부 또는 작은아버지라 부른다. 사촌은 아버지 친형제의 아들딸을 말하고 사촌형 또는 사촌동생이라 말한다.

나는 두 아들을 두었고 아들의 큰아버지도 작은 아버지도 다 생존해 있다. 사촌형도 사촌동생도 여러 명이다. 집안의 대소사 때만 서로 만나니 설날 추석날 제삿날이 고작이다. 사촌들이 모여 월회비도 거두고 친목모임을 가지면 좋으련만 서두는 사람이 없다. 일 년에 서로 만나는 날이 겨우 두세 번이니 친할 수도 없고 만나도 꾸벅 인사만 나눌 뿐 어색한 만남에 정이 붙을 리 없다.

예부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는 말이 있어 사촌간은 시기심과 질투심이 많은 사이가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 떠도는 말로 결혼한 아들은 며느리의 남편이고 아들이 외국에 살면 해외동포가 된다고 한다. 갑자기 어려운 일이 생겨 도움을 청하려면 누굴 제일 먼저 불러야하나? 바로 옆집아저씨나 동네 이장님이다.

세계는 가깝고 이웃은 멀다고 말들 하지만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사이좋게 지낸다면 제일 가까운 사이가 이웃이다.

어떤 이웃을 만나느냐가 아니라 나는 어떤 이웃이 되어줄까를 생각하며 살아야 할 일이다. 소소한 나눔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고 어려움이나 난처한 일이 생겨도 가까운 이웃과 의논해 보는 게 제일 빠른 해결방법을 얻게 된다.

오늘도 나는 8층에 사는 회장님 자제분에게 도움을 청하여 고민을 해결했다. 탈고한 수필을 프린트를 해야 하는데 프린트기가 고장이 났는지 계속 안되는 게 아닌가. 컴박사님을 불러 금방 고칠 수 있게 되길 망정이지 밤중에 나 혼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겠는가.

갑자기 망치를 빌려 쓸 일이 생겨도 이웃에게 빌려 달라 하면 금방 해결이 된다.

내가 지난봄 벌에 쏘였을 때도 이웃집 아저씨가 병원응급실로 데려가 주어 주사 한 방 맞고 금방 나은 적이 있다.

좋은 이웃 착한 이웃을 만나는 것은 큰 복이다. 이웃 간 호칭은 회장님 전무님 박사님이 아니라 형님 아주머니 할머니! 하고 부를 수 있으니 격의 없이 좋은 사이가 될 수 있다. 누가 먼저 갑 질을 할 필요도 없고 거드름을 피며 팔자걸음을 걸을 필요도 없다. 생활의 정보도 교환하고 음식도 나누면서 서로 돕고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은 거창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것이나 어쭙잖다고 여긴 것에서 쉽게 얻어낼 수 있다. 넉넉한 마음을 가진 이웃을 만나 주는 기쁨 받는 즐거움으로 룰루랄라 살아야 살맛나는 웃음꽃 동네가 될 수 있다.

미역을 너무 많이 물에 듬뿍 집어넣어 국을 많이 끓였다면 두 식구 살면서 두고두고 먹어봐야 맛도 없고 먹기 싫어진다. 뜨거울 때 한 냄비 퍼서 옆집에 주고 나누어 먹으면 두 집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따르릉!

윗 층에 살고 있는 김 여사의 전화다.

“행님예! 오늘 김장했심더 퍼떡 올라 오이소. 배춧국하고 점심 잡숫꾸로요”

품앗이로 돌아가며 해주는 김장김치에 생굴을 얹고 볼이 미어지게 먹는 맛이라니.

해외동포는 너무 멀리 있고 아들딸은 불러도 단박에 올 수 없는 거리에 살고 있다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웃과 사이좋게 살아가는 게 제일 잘 사는 방법이다. 피아노 치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다듬이 방망이를 부들기며 맞장구를 친다면 두 집 다 사이가 어긋나 싸움을 하게 된다. 이웃 간에 소음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악행을 저질렀다는 뉴스를 들을 때 마다 소름이 돋는다. 조금만 참아주고 서로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화기애애한 행복한 동네가 될 수 있다. 삼촌도 아니요 그렇다고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사촌도 아닌 이웃을 나는 3.5촌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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